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 - 의사, 환자, 가족이 병을 만드는 사회
최연호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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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휴머니즘 의료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의료 체계에서 거짓이 없고 통찰이 보이는 의료다. 여기서는 환자가 수단이 되지 않고 의사도 도구로 이용되지 않는다. 환자와 의사 모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의료를 말한다.

p30

과잉 진료라던지 무조건 대학 병원이나 응급실로 쫒아가는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 요즘이다.

게다가 항생제 남용에 따른 내성이 생길 우려가 많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이런 이야기들은 왜 나오는 것일까?

의원병이라는 표현이 있단다.

대단히 생소한 이 단어는 의미가 이렇다고 한다.

1975년 이반 일리치라는 20세기 최고의 지성 중 한 사람으로 칭송받는 사람은 '병원이 병을 만든다Limits to medicine'이라는 책을 출간했단다.

이 책에서 일리치는 의원병을 임상적, 사회적, 문화적 의원병으로 구분하고 설명했다고 한다.

의료가 병을 만든다는, 의료 행위로 인해 몸이 아프게 된다는 의원병에 대한 기념비적인 저술이라고 하는데...

이반 일리치의 정의에 따르면 '자기 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증상인데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고 의료진을 통해 진단받게 되는 것'이란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가족, 즉 질병에 관한 당사자들을 앞에 두고 매우 객관적인 사람이 가운데에 있어 그가 각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해봤을 때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서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서로의 상호작용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만들어지는 현상'으로 규정한다.

마치 아는 것이 병이 되었다는 말과 유사해 보인다.

저자의 의원병에 대한 분류는...

가족원병, 내 가족이 만드는 병

의가족원병, 의사와 가족이 함께 만드는 병 으로 다시 나뉜다.

뭐가 어찌되었던 결론은 환자는, 나는 아프게 되었다는 것이다.... ㅠㅠ

재미있는 사례를 길지만 옮겨본다.

네 살된 아이와 함께 부부가 여행을 준비한다.

조금 길어진 준비에 도로 사정은 점점 안좋아진다.

출발했으나 예상된 바와 같이 길은 밀리고... 교통 체증에 부부는 슬슬 뭐가 자꾸 올라오면서 쌓인다. 그러다가...

아이가 쉬가 마렵단다. 가뜩이나 밀리는 도로에서, 휴게소는 아직도 멀었는 데...

부부가 선택한 방법은 우리의 예상 그대로일 것이다. 설마 자동차 시트에 실례를 하도록 그냥 두겠냐 이 말이다. ^^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반응을 보면서 가벼운 트라우마가 생겼다.

아이는 자주 소변을 보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부모는 빈뇨증을 의심하고... 찾아간 병원에선 방광염 가능성이 있다면서 항생제 치료를 권한다.

치료를 시작하자 혈변이 보인다. (항생제 중에 정상 변을 혈변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 데 이를 모르는) 의사와 부모는 당황하고 대형 병원에 가니 급성 세균성 장염이 의심된단다.

입원 치료가 시작되었다.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하려는 데 아이가 배가 아프단다.

초음파 검사를 하니 담석이 떠억... 퇴원 취소, 금식 시작... (어떤 항생제는 가성 담석증을 유발하기도 하는 데 그냥 두면 된단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지적에 심리적 빈뇨증을 일으켰고, 방광염으로 오인된 후 항생제에 의한 붉은 변 때문에 다시 세균성 장염 환자로 입원한 뒤 또 다른 항생제에 의한 담석증과 췌장염이 발생되었다는...

하지만 웃을 수 만은 없다.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나는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뿐이고, 의사는 자신의 검사 결과와 그동안의 의학적 경험과 근거에 따라 진단과 치료했을 뿐인데, 아이는 없던 병으로 아니 없는 병으로 입원하고 치료 중이 되어버리는 이 상황이 그저 내가 겪어야 할 현실 문제일 것이니 말이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은 환자의 입장에 입각하여 그 환자의 배경과 심리적 요인 등등을 두루두루 살피는 휴머니즘 의료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말처럼 쉬운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느닷없이 진료실에 찾아온 생판 처음보는 환자를 앞에 두고 기다린 시간에 비해 새 발에 피만큼도 안되는 진료 시간동안 이런 휴머니즘 의료를 한다고? 의사는 신이 아니다.

그럼 도대체 어찌해야 할까?

근처에 있는 병원을 마치 내 주치의라도 되는 양 이용하고 무턱대고 매번 처음처럼 대형 병원을 찾아가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나를 내 아이를 진료하던 그 의사는 그간의 기록과 기억으로 진료해주지 않을까 하는 말이다.

더불어 조금 아픈 것은 꾹꾹 참으며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는 것을 최후의 보루로 여기며 버텨야 할까?

우리 부모님의 말씀처럼 병원가면 병 옮겨오고... 괜히 의사에게 한마디라도 들으면 없던 병도 생기고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딘가 다른 분야에서 들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환자는 두번째다" (첫번째는 병원 근무자들이다)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름 일리가 있어보인다.

병원 근무자들이 일할 맛이 나야 환자도 잘 돌보게 될 것이라는...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럴만도 하지 않은가?

코로나 팬데믹 시간동안 병실을 지킨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및 의사, 직원 들의 건강과 안녕을 우리는 얼마나 바랬던가 말이다... 환자의 회복만큼...

저자는 휴머니즘 의료라는 섹션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의사 입장이 아닌 환자 입장에서...

교과서와 이론에만 치중하지 않는 의료진과 의료진 팀의 열린 마음을 가진...

환자는 환자답고 의사는 의사다운...

그런 의료 행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은 항상 위험하다.

중간을 중용을 지킨다는 것은 항상 어렵다.

그 어려운 길, 강요할 수는 없지만 슈렉의 그 고양이 눈을 하고 서로를 바라보면 시나브로 함께 걷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그 때가 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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