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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중세 시대...
어느 기사의 부인이 사이가 틀어진 다른 기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이 사실을 남편에게 고백한 부인은 남편에게 복수를 해줄 것을 간청한다. 기사는 자신과 그 기사의 주군에게 재판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무죄...
기사는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 결투를 통해 자신과 부인의 주장이 정당하며, 유죄 판결을 통해 정의를 이루고자 한다. 과연 신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까?
영화 라스트 듀얼 - 리들리 스콧과 맷 데이먼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단다. 몇몇 기록은 누락되어 있거나 소실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사실을 알려주지 못하기에 저자의 상상력이 이 틈을 메꿔 전체 이야기가 완성되었단다.
게다가 이 소설은 영화화되었다. 유죄를 주장하는 기사 장 카루주 역엔 맷 데이먼, 무죄를 주장하는 기사 자크 역엔 아담 드라이버, 장의 부인 마르그리트 역엔 조디 코머, 그리고 감독은 리들리 스콧... 영화 각본을 맷 데이먼과 밴 에플렉이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 둘은 영화 '굿 윌 헌팅'에서 공동으로 각본을 맡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었는 데 이 둘이 다시 뭉쳤다는 것...
책을 읽는 내내 뭐랄까 소설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사료들을 읽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료들이 빠진 부분을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상상의 이야기를 메꿔 소설이 완성되었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다만 이런 저런 자료가 없어 확인이 잘 안되고 모호하다라고 정리하곤 해서 그냥 그렇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새삼 기록이라는 것이 당시의 생활 상이나 사건들에 대하여 얼마나 유용한 방법인 지 더 잘알게 되었다는 감상이다. 이 소설도 결국은 그런 사료를 발굴해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결투, 하나의 의식
책에서 바은 느낌은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다른 의견이 없을 것같다. 시대적 배경은 차치하고라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결투라는 방식과 한 여자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는 멜로적 요소까지 아주 딱인 그런 소재라고 할까...
책의 거의 30%쯤이 결투 당일의 이야기로 되어있지만 말이다.
기사의 갑옷 입는 순서와 갑옷의 구성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기술하고 있고, 당시 결투라는 것이 그냥 총 한 방 빵쏘고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는 서부시대의 그런 것이 아니라 각종 선서, 서약, 맹세와 그에 대한 확인 등에 대한 구구절절한 절차를 갖춘 의식임을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알려주고 있다. 좀 긴장감을 감소시키는 요소가 아닌가 싶어졌지만... 영화에서도 이 과정을 길고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았을까 싶다. 결투 순간까지 긴장감을 높이는 무언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결투의 결과 승부가 나고 두 기사의 유무죄와 부인의 운명은 결정되어졌다.
그 결과는 아직도 후손이나 관계자에게 의견이 분분한 것 처럼 보인다. 지금 세상에서야 과학적 수사 방법과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범죄가 실제로 발생했는 지 여부를 알아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14세기 중세 시대에는 불가능했을 것이고... 당사자의 주장과 목겨자의 진술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없었단다...), 주변인의 진술 등이 모두인 상태였으니 그렇겠다 싶다.
결투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누구는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고, 누구에게는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게다.
누구는 복수를 위한 한 방법이었을 것이고, 누구에게는 희생을 당하게 된 한 방법이었지 않을까?
과연 결투라는 방식이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그 방법이 타당하다는 당시의 인식도 그렇고...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으니... 중세 시대 결투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장면 하나... 왕좌의 게임에서 오베린은 난쟁이 티리온 라니스터의 챔피언이 되어 결투를 하다 죽는다. 티리온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 무관했지만 결투에서 자신의 챔피언이 패배함에 따라 유죄가 된다. 그리고 그것이 신의 선택이라고 사람들은 믿는다. 결투의 과정과 당시 상황은 볼거리로선 흥미진진할 지는 몰라도 그 자체가 정말 정의였을까? "사람은 완전하지 못하다"라는 생각에 결정적 한 방이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