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味食家의 입 맛을 따라잡기란 내게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요원하고 아득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재료가 가진 맛과 향 하나 하나를 느끼면서도 그 재료들이 어울어졌을 때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맛과 향을 느끼고 알아챈다는 것... 이것은 어쩌면 축복받은 혀를 가진 사람들의 특권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까지 미치게 된다는 말이다. 혹자는 그건 아니다라고 반론을 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뭐랄까 굉장히 까다롭기도 하고 고집스럽기도 하고 우리네 식재료에 보다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 번 먹은 음식을 연달아 먹는 것을 싫어하고, 제철 재료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보며 '사료주냐?'고 아내를 타박한다. 푸아그라나 송로 버섯보다는 아귀애, 홍어애, 능이 버섯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초대받아 방문한 독일에서 연이어 대접받은 다양한 지역의 소세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먹기 힘들단다. 나랑 정말 틀리다. 미역국 한 솥 끓여놓아 몇 날 며칠을 먹어야하는 상황도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이니 좋아라하고... 계란프라이 매 끼니 주어도 난 마냥 좋던데... 그렇다고 아직 내가 삼식이라고 타박받으며, 그저 밥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해본다. 설사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냥 좋던데... 여튼 난 미식가는 아닌 것이 틀림없다. ㅎㅎㅎ
저자는 시골에 산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와 만드는 공방을 운영하니 그럴밖에 없겠지만... 주변 400여평 밭에서 먹거리를 재배해서 먹는다고 한다. 내가 바라는 나의 나중 모습이다. (도자기를 굽겠다는 말은 빼고...ㅎ)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때 너르디 너른 밭을 보며 한 숨 한번 쉬고 밭갈고 씨앗과 모종을 심고 주변 들에서 새로이 올라오는 쑥과 봄나물을 캐어 냉잇국, 쑥버무리... 봄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해먹고...
여름이 되면 밭에 나가 모기에 뜯기며 잡초를 솎아내면서 한창인 쌈채소와 함께 하루의 수고에 대해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하고...
가을에 많은 것들을 수확하며 뿌듯해하고 새로이 김장 준비도 하고...
겨울엔 가을 내 말려놓은 나물과 군고구마를 먹으며 추위를 감내하는 그런...
저자는 너무나도 부럽게도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내가 바라는 그런 생활을 벌써 누리고 있다. 나는 이제서야 준비한답시고 이런 저런 고민과 걱정이 하나 가득인데 말이다.
나도 저자처럼 가을에 감을 따서 껍질을 잘 깍아 서늘한 바람에 잘 말려 겨울 내 간식으로 그리고 수정과에 하나 띄워 곶감 맛을 보고 싶다. 가을 내 호박, 무 등을 말려 갖은 양념에 무친 나물로 비빔밥을 해먹고 싶다. 겨울 날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 목구멍 얼얼하게 볼 빵빵하게 먹어보고 싶다. 그리고... 너무 많아서 다 쓰지도 못하겠다. ^^
저자의 책은 이런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이렇게 먹어보라고 이렇게 살아보라고 큰 소리치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