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는 바이러스다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정신 분석 상담을 해온 정신 분석가라고 한다.

그 정신 분석의 바탕에는 철학에 기초한 자아에 대한 성찰이 깊게 깔려있는 탓 인지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철학적 고찰의 깊이를 가늠하기 힘겹다.

자아는 감정을 복사하는 바이러스이고

바이러스는 자아를 복사하는 기생물이다

책 표지에서

자아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이라고도 정의되어 진단다.

이것을 달리 '영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는 '정신'?

이렇게 모호하면서도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는 '자아'라는 것을 저자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숙주에 기생하거나 공생하면서 변화와 변종을 지속해가는 바이러스와 비교한다.

'나'라고 하는 중심은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되는 것을 보면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요즘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는 특히나 '바이러스'라는 개념을 적절한 시점에 차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책을 1부 자아 바이러스 편과 2부 생명 바이러스 편으로 구분하여 우리에게 자신의 철학적 고찰을 들려준다.

1부에서는 자아에 대한 분석에 집중한다. 여러 시대에 걸쳐 여러 철학자와 사상을 통해 분석되고 정의되어진 '자아'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부의 끄트머리에서 이와 같은 분석과 인간의 질병과의 관계를 열거한 것에 눈길이 간다.

1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생명 바이러스'로서의 '자아'는 참으로 다양하게 분석, 정의되고 있다.

학교에서 또는 책을 통해 한번 쯤 들었을 만한 많은 철학자와 주의들을 고찰한다. 정리해보면 이 정도가 될 듯...

원시시대에는 '자아'에 대한 인식을 없었다 한다. 항상 불안과 공포 속에서 스트레스받던 인간이 불이라는 권력자에 의존하며 숨어지내듯 자아도 숨어있었다.

자연 철학과 소크라테스, 플라톤을 거쳐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는 동안 관념 속에 기생하던 자아는 인과적 과정과 목적론적 입장에서 도덕과 윤리의 옷을 입고 인간을 감염시켰다.

권력에 대한 기대를 갖게된 자아는 종교를 앞세워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서구의 기독교 문화는 도덕과 윤리를 넘어 사랑과 진리를 논하며 권력과 지배에 대한 욕심을 감추는 것으로 변종되었다.

중세의 종교에 기반한 권력 투쟁에서 르네상스의 예술로 옷을 갈아입은 자아는 이성과 손을 잡는다.

이후 이성에서 무의식으로 그리고 존재에 대한 논의에 빠져든 자아는 문자와 언어로 무장하고는 "언어의 기표와 기의에 매달려, 있다가 없다가를 반복하면서 말로 표현되는 사라지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바이러스" (p115)와 같이 되고 만다.

한순간 슬쩍 과정의 전부를 몽땅 건너뛰고 말았지만 (흄이니 스피노자, 라캉 등등의 여러 철학자의 형이상학적 수식들은 내가 단시간에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범주의 문제이니 그럴 수 밖에...ㅠㅠ) '자아'라는 용어의 정의 자체가 확연한 이미지와 형태로 다가오지 못하니 '문자와 언어'에 휘둘리며 이렇다가 저렇다가 한다고 주장하는 바에 전적으로 동의해야겠다.... 허허허

(요만큼의 길이로 요약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철학자의 심사숙고를 슬쩍슬쩍 옮겨 적었는지 알 수 있을까?... ㅠㅠ... 아마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이 글을 다시 읽으면 깜짝 놀라거나 아니면 고개를 절레 절레 손가락질하는 그 둘 중에 하나가 될 것임에 틀림없겠다...ㅎ)

저자가 언급한 것과 같이 자아는 바이러스와 같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현상적 자아'를 이해하는 것이 어쩌면 이 책의 핵심이 되는 한부분일 것이나 일단 넘어가는 것으로... 아무래도 내게는 무리데쓰無理です...ㅜㅜ

저자는 '질병의 자아'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질병이란? 자아의 물리적 반응과 화학적 발생의 표현" (p131)이라고 딱 규정하고 있거든...

그래서 원인과 치유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각종 병변에 대한 원인을 규정하고 있다.

그중에서...

"'호흡곤란증'은 변화가 두렵고 신뢰하지 못하는 '도덕적'인 판단의 자아이고..." (p134)

"'호흡기 질환'은 다가갈 수 없는 두려움으로 밖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억압의 감정을 안고 '도덕적'판단을 하는 자아이고..." (p135)

"'대상포진'은 두려움의 연속성을 지닌 긴장감을 가지고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고착시켜 합리적으로 선택한 자아의 현상" (p136)

"'발작' 증상은 대물림의 유전정보를 이어받아 도망가려는 충동이 내재된 억압성을 품고 '권력적'으로 억압된 자아의 현상" (p137)

"'가슴앓이'나 '궤양', '복통'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열등의식을 가지고 늘 긴장하며 살아가는 자아의 논리적 판단의 예" (p137)

"'전립선 질환'은 두려움을 통해 죄책감과 늙어가는 모습에 불안이 머문 염려의 자아가 선택한 현상" (p139)

"'치매'는 세상을 살면서 선택당한 권력과 도덕적으로 버려진 고통의 가증을 나타낸다. 뇌세포 내 대내피질의 신경회로가 자아의 강박적 선택의 반복으로 타버린 결과이며, 다만 어린 시절 남은 회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자아의 모습" (p139)

이외에도 많은 병변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접근으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읽으면서 "오호라~~~ 맞네 맞아..."를 연발한 것만 선별한 것인데 그럴듯하지 않은가?

(특히... 아내의 샤워 소리에 두려움을 느끼며 섬과 누움에 대한 자의적 액션 불능 등에 대한 난감함과 일말의 죄책감... 뭐 그런 염려가 발현되었다는 것... 문자와 언어로 포장된 나이 듦에 대한 일련의 반작용이 이러하구나 하는...ㅠㅠ... 서글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웃음터진다는... 허허허)

여기까지...ㅋ

1부가 자아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고백의 형태로 말하고 있다고 하면 2부는 바이러스의 고백의 형태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2부의 소제목은 '고민'이다. 고백과 고민은 차이가 있는 표현인데... 뭘까???

여튼...

2부에서는 1부와 다르게 빅뱅 이후 지구에서의 생명 탄생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태초부터 원시생물의 탄생을 거쳐 지금에 이르는... 세포적인 규모의 언급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세포의 작은 정원에 초대받은 바이러스는 "존재하는 것 같지만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인 것같다" (p226)며 자신을 평가하면서 인사를 한다.

결국 바이러스의 고백은 이와같이 마무리되는 데 저자는 이 고백을 통해 자아와 바이러스가 같은 운명의 속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자아는 인간이 만들어낸 의미적 해석의 추상물이다. 원래 없는 데 있는 것처럼...

(바이러스는) 다른 질서를 가진 집에 기생하고 살아가다가 숙주에게 새로운 유전 정보를 남기고 사라진다. 결국 있는 데 없어지고, 없는 데 있어지는 현상은 바이러스나 자아에게 공통적인 것...

p236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후문後文에서 인류는 다른 생물종을 강제하고 약탈하고 있어 호모 사피엔스라기보다는 호모 라피엔스Homo Rarpiens가 아니냐고 말한다.

더불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황이 종식되고 나면 "인간의 자아는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바이러스를 생명의 역동성을 지닌 촉매제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유전자를 만들어 자기유지를 할 수 있는 종으로 등장하길 원하고 싶다."고 말한다.

바이러스의 재앙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사유체계에 대한 변이를 통해 자아를 획득하는 바이러스적인 호모 사피엔스로의 역전이야 말로 인류가 진정한 만물의 영장이자 생명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 상황을 또 다시 맞이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바이러스의 변이, 변화에 대한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바이러스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다보면 우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시간을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딱 그렇게만...) 바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