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태아는 탯줄이 잘리는 순간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모든 생명은 그런 죽음의 경험 후에야 자신이 스스로 더 깊고 큰 호흡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뱃속에서의 힘든 여정을 참지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세상. 그렇게 죽음 이후의 삶이 시작되는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저 드넓은 바다를 치유하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밑바닥에 있는 고요 한 갯벌이듯,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모든 것이 멈춰 있는 듯한 우울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제나 달은 떠오르 고 밀물과 함께 파도치는 바다도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때가 되면 맑고 투명한 바닷물이 다시 내 안을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세상에는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 최고의 명당이 있다. 나를 제외한 누구도 갖지 못하고, 누구도 함부로 파헤칠 수 없는 공간 내 의지로 지켜내고 가꿀 수 있는 또 하나의 땅과 하늘, 바로 내 몸이다. 내 안에도 땅의 혈 못지않게 중요한, 어마어마한 명당들이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에대해서는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의 전문가‘다. 초밥의 달인이나 테슬라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라는 분야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이해와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감각들이 직관으로 성장해나갈때, 내 삶의 속도는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직관의 세상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속도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수있다.
몸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듯이 사람의 마음에도 수용하고발산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정해져 있다. 한없이 기뻐하거나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영원할 것 같은 감정의 격랑도 때가 되면시들해지는 것은 그 채워야 할 양을 모두 채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할수록 오히려 속도를 늦춘다. 감정을 한꺼번에 꺼내 쓰면 사랑도 빨리 고갈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