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얼굴 창비아동문고 256
안미란 외 6인 지음, 원종찬 엮음, 이고은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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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얼굴] 

            공포가 주는 또 다른 감동.

 무서운 동화집 [하얀 얼굴]을 읽으면서 흑백 tv에서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검은머리에 흰 소복의 [전설의 고향]이 계속 떠올랐다. 이불 속에 옴 몸을 숨기고 소리로만 기억되는 그 드라마가 이 책과 만나는 부분은 무얼까. 무서운 그녀들은 자신의 억울한 이야기를 알릴길 없어 그 속상함을 털기 위해 나타나고, 이래저래 죄 짓고 사는 보통의 사람들은 그저 두려움으로 지레 기절하고, 범상치 않은 그 떳떳한 누군가가 그녀들의 하소연을 들어준다는 가슴 아픈 우리나라의 호로물인 그 드라마처럼 이 책에서도 공포의 옷을 입은 가슴이 아려오는 감동이 있다. 아마도 안타까움, 상처와 아픔을 담고 있는 두려움의 대상이 우리와 전혀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우리의 억압 된, 숨겨둔, 이면의 모습이 그렇게 실체를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너만 만날래]의 진태도 선우에 대한 깊은 미안함이 공포로 스스로를 벌하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으로 독자도 같은 경험 속으로 끌어들인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오싹한 두려움은 ‘지금 나는 괜찮은가? 나의 행동들은 누군가를 속상하게 했을까?’하며 나를 돌아보는 순간이 찾아온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강하게 표현된 [수업]에서는 지금의 과열경쟁 속에 무참히 밟히는 아이들을 보여주고. [마중]에서는 짧은 내용이지만 상상력과 반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으며, [누구일까]에서는 친밀해야 할 가족들과의 소통 두절인 그 두꺼운 벽이 주는 그 큰 공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호러의 오리지널인 [귀신단지]와 [하얀 얼굴], [덤불 속에서]에서의 안타까운 영혼들의 이야기가 우리주변 가까운 곳에 인 학교와 집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다는 사실에 내가 놀란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그 세계가, 그 곳에서의 관계 형성이 주는 두려움이 보여 지는 것 같다.

 화남, 속상함, 공격성 등의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그 모든 감정들이 자신도 모르게 억압되고, 그렇게 눌려진 감정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표출되어 내 앞에 실체를 드러낸다. 타인으로 부터의 공포가 아닌 결국 나의 모습인 것이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공포물을 찾는 것도 이 같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 새로운 장르의 호로동화집 [하얀 얼굴]은 읽는 동안 충분히 즐겁고, 책을 덮을 때는 가슴 한 쪽이 짠한 무엇을 남겨 놓는다.

 아이가 앉은 채로 한번 읽고, 다음 날도 다음 날도 책을 쥐고 있는 것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과 그 아이가 느끼는 공포가 다를 수는 있지만, 분명 같은 가닥을 쥐고 있음일 것이다. 단 나는 삶의 연륜으로 공포를 느끼고 그 아이는 강한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공포에 눈을 뜨지만, 아이는 그 강한 끌림이 왜 오는지는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생각지 않을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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