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고 작아져서 나무자람새 그림책 23
다비드 칼리 지음, 마르코 파스케타 그림,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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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고 작아져서>


다비드 칼리의 신작 <작아지고 작아져서>가 나왔어요.

다비드 칼리는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유쾌한 이야기부터 삶의 깊은 내막을 주제까지 넘나드는 작가입니다. <작아지고 작아져서>는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책이 손에 오기 전부터 무척 기대했는데요. 역시 명불허전!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자코모의 마음이 내 안으로 저절로 들어오는 느낌이었어요.


자코모는 어느 날, 느닷없이 작아졌어요. 지금까지 보았던, 사용했던 모든 물건이 자기보다 거대해지는 기묘한 세상에 놓이게 되지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결국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합니다. 자코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더욱더 작아져요. 더 거대한 세상에 놓이게 된 자코모는 결국 길을 잃고 맙니다.


책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갔어요. 자코모처럼 저도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길을 잃었다는데 어디를 목적지로 잡고 길을 간다는 걸까? 본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면 이전처럼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걸까?’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자코모의 막막한 마음이 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길을 잃은 자코모가 맞닥뜨린 세상은 기하학적 무늬의 숲속이었습니다. 폭포가 굽이치고, 난생처음 보는듯한 붉은 꽃과 청록색의 세상은 환상적이면서 기이한 느낌이 들었죠. 길을 찾으면 또 길을 잃는 자코모는 자기처럼 길을 잃은 플로라를 만나게 됩니다. 둘은 바위를 기어오르고 웅덩이에 뛰어들며 길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해요. 배를 만들어 노를 저어갔지만, 가도 가도 같은 풍경만 반복되고 결국 절망 속에 빠집니다. 이때, 플로라가 결심하며 입을 엽니다.


“우리, 여기서 멈추면 어때요?”


자코모는 플로라에게 자기가 가려던 길은, 집은, 삶은 어떻게 하냐고 질문을 던져요. 플로라는 자코모에게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이 둘의 여정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남들과 다르면 쉽게 외면되고 괴로움에 빠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목적지,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평탄한 길을 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자코모처럼 느닷없이 커다란 변화와 문제가 생기는 게 인생입니다. 신체, 심리, 환경 등 여러 가지 변인이 우리에게 예고 없이 닥치지요. 그때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삶을 이어가야 할까요? 자코모와 플로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마다의 해답이 마음속에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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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낙서 사건 아이스토리빌 54
박그루 지음, 김이주 그림 / 밝은미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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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낙서 사건

 

편의점 도난 사건미술관 추격 사건에 이어 도서관을 배경으로 세 번째 사건 시리즈가 나왔습니다. 이전 작품처럼 흥미로운 사건이 전개되는데요. 이번엔 조금 더 특별합니다.

 

세 친구 기억하시나요? 은수, 우재, 진주 세 친구가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책과는 담쌓고 사는 우재가 게임을 제치고 책에 빠지는 일이 생깁니다. 세 친구에게 어떤 일이 생긴 걸까요?

 

은수는 엄마 심부름으로 우재와 도서관에 가게 됩니다. 엄마가 부탁한 책을 찾은 후, 지난달 희망 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로 신청한 밝은 무리의 모험시리즈 마지막 책을 다시 한번 펼쳐보게 돼요. 그런데, 삽화에 대놓고 낙서를 한 걸 발견합니다. 희미하게 줄을 긋거나 책을 접은 수준이 아니었어요. 그림에 형광펜이 칠해져 있고, 맥락 없는 숫자가 쓰여 있었지요. 은수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친구들과 함께 다시 찾은 도서관에서 시리즈 1권 머리말 뒷장에 낱말 퀴즈로 가득 찬 낙서를 발견합니다. 작정하고 만든 낙서였어요. 암호로 이루어진 낙서는 세 친구의 정신을 쏙 빼앗기 충분했지요. 가까스로 암호를 풀었는데, 그 암호는 바로 다음과 같았어요.

 

......,,,.’

 

 

사서 선생님, 중학생 언니, 도깨비, 청원 경찰 아저씨, 잘난 척 대왕 '천하랑' 등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모두 단서가 부족했어요.

 

세 친구는 낙서범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낙서범의 정체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스릴 넘치는 낙서 사건 추적으로 책이라면 치를 떨던 우재가 암호, 비밀문서 책을 탐독하게 됩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대출하는 곳으로 인지하던 도서관에 대한 선입견이 무너지게 되지요. 낙서 사건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대해 깊이 알 수 있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는 도서관의 모든 것.

 

어린이에게 도서관 교육이 하고 싶은 선생님이나 학부모님이 집중하셔야 할 도서입니다. 추리 동화에 푹 빠졌거나, 도서관을 좋아하는 어린이, 또는 도서관에 관심이 적은 어린이에게 앞부분만 살짝 읽어준다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뛰어가게 될 거예요.

 

사건의 실마리를 책에서 찾았던 세 친구처럼 성장하는 과정에서 책을 쉼, 도움을 주는 친구로 삼는 어린이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숨겨진 보물이 가득 찬 도서관으로 모험을 떠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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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실함 초등 읽기대장
박상기 지음, 하민석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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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실함> 박상기 글, 하민석 그림

 

요즘 아이들은 몽당연필을 잘 몰라요. 몽당연필을 볼펜에 끼워서 심이 거의 닳아질 때까지 아껴 쓰는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은 그때의 감성을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문하면 집 앞에 도착하는 물건, 학교나 가정에서 풍족하게 나눠주는 학용품, 기념일이 아니어도 가질 수 있는 장난감 등 요즘 아이들은 넘쳐나는 물건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물건에 대해서도 크게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잃어버리면 바로 같은 물건으로 대체되는 현실에 살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지요.

 

그럼에도 소소하고 사소하지만, 주인의 마음이 깃든 물건이 있습니다. <기적의 분실함>은 주인의 마음이 깃든 소중한 물건이 주인공입니다. 초등학교 구석에 있는 분실함 속에는 우산, 시계, , 휴대전화, 학용품 등 아이들이 잃어버리고 찾지 않은 물건들로 가득해요.

 

그 중 특별하게 마음을 가진 물건들이 있습니다. 주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기억하고 생각하면 물건도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있게 됩니다. 마음이 있는 물건 중 가장 최근에 버려진 성호의 레드 가방은 잃어버린 물건이 아닌, 도둑맞은 물건입니다. 성호가 축구하는 사이 누군가가 가방을 훔쳐서 분실함에 버려둔 거예요. 아픈 엄마가 정성들여 만들어준 레드 가방은 엄마의 분신처럼 굉장히 소중한 물건입니다.

 

성호는 가방을 잃어버린 걸 엄마가 알게 되면 엄마의 병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불길한 마음에 휩싸이게 돼요. 그리고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레드 가방을 찾습니다. 애가 타고 속상한 성호의 마음이 레드 가방에게 전해지지만 성호가 분실함을 열지 않는 한 이 둘은 만날 수가 없어요. 일정 기간 주인이 찾지 않은 물건은 폐기처분이 되는데 레드 가방도 그럴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제목처럼 이들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그리고 성호의 가방을 훔친 이는 누구였을까요?

 

<기적의 분실함>은 한솔수북 선생님 동화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원하는 것을 쉽게 가질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귀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분실함 속 물건을 매개로 상처받고 소외된 아이들의 마음도 돌아보게 합니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물건의 소중함, 물건에 담긴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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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탕과 도나스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3
허정윤 지음, 릴리아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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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탕과 도나스

 

 

 

저는 개를 무척 무서워합니다. 보호자 품에 있는 개가 짖기만 해도 잔뜩 움츠러드는 사람이에요. 간혹 목줄이 풀려 돌아다니는 개를 보면 온몸이 굳고 사고가 정지됩니다. 평소 야생화된 들개 문제를 안락사가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김설탕과 도나스>를 읽고 제 생각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김설탕과 도나스는 떠돌이 들개입니다. 가족이라 여겼던 주인에게 버림받고 산속을 헤매며 살고 있지요. 김설탕과 도나스는 감미로운 이름과는 전혀 반대인 삶을 살게 됩니다. 늑대처럼 무섭게 생겼고 사람을 공격하고 아이도 잡아간다는 소문은 빵 반죽처럼 부풀 대로 부풀어져 무방비 상태로 끊임없이 사람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추위에 떨며 등산객이 버리고 간 음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지요.

 

먹을 게 없어 나뭇잎을 먹어도 둘은 절대 떨어지지 않고 함께합니다.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는 이들에게 7마리의 사랑스런 새끼들이 태어나요. 하지만 먹은 게 없으니 젖도 나오지 않습니다. 도나스는 새끼들과 김설탕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로 내려갑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보름이 지나도 도나스는 돌아오지 못했어요. 결국 김설탕은 새끼들을 위해 최후의 선택을 합니다. 목숨을 걸고 새끼들을 위한 선택지는 이들에게 어떠한 결과를 갖다 줄까요? 그리고 마을에서 돌아오지 못한 도나스는 어떻게 된 걸까요? 살아는 있을까요?

 

새끼들을 향한 헌신적인 김설탕과 도나스를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쉽게 생명을 얻고, 버리며 생명을 한낱 즐거움으로 대하는 견주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일었습니다. 야생화 되어 돌아다니는 들개들의 공격도 결국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유기견을 입양할 자신도 마음도 없는 사람입니다. 가족을 버리는 무책임한 견주들이 차라리 저 같은 마음을 갖고 살았으면 합니다. 생명을 책임지고 함께하는 것은 결코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니까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는 반면, 유기견도 함께 늘어나는 현실에 강하고 튼튼한 법 울타리를 세워야겠지요. 그리고 저처럼 보고 싶은 면만 보고 사는 사람들에게 <김설탕과 도나스>을 만나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나의 일이 아니라는 무관심과 안일함은 들개 문제를 악화시키겠지요. 많은 이들이 유기견이 들개가 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설탕과 도나스가 꼭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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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치기
브로콜리 2호 지음, 박선미 그림 / 춘희네책방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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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족으로 가는 길목

구슬치기, 글 브로클리 2, 그림 박선미

 

구슬치기는 돌아가신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는 하준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준이는 엄마의 남자친구 아저씨가 불편하다. 자꾸 집에 찾아오는 것도 자기와 친해지려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엄마에게 원망과 미안한 마음이 뒤섞여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여름방학에 외가와 친가가 한동네인 친할머니 댁에 가게 된 하준. 심심한 참에 붙임성이 매우 좋은 대문자 E 성향의 또래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친구와 난생처음 구슬치기를 하게 된다. 투명하고 반짝반짝한 구슬은 하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 친구를 구슬치기에서 도무지 이길 방도가 없다. 잔뜩 약이 오른 하준이는 구슬치기를 아저씨에게 배우며 어색함을 한층 덜어낸다.

 

갑자기 나타난 친구 덕분에 구슬치기를 알게 되고 아저씨와도 친숙해지는 하준이의 여름방학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할머니 집 대문을 제집 드나들 듯 자연스럽게 열어젖혔던 도일이의 정체는? 난생처음 본 친구에게 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하준이의 깊은 속마음도 궁금하다.

 

놀이를 통해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와 전통 놀이인 구슬치기가 묘하게 잘 어울려서 아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다. 그림을 통해 반전을 확인하는 재미까지 더해져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전통 놀이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자연스럽게 알려줄 때 읽기 좋은 책이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처해 적응하기 어려운 이들도 읽으며 자기 마음을 돌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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