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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핀 꽃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74
존아노 로슨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8월
평점 :
<거리에 핀 꽃> 존아노 로슨 기획, 시드니 스미스 그림, 국민서관
당신의 세상은 어떤 색깔인가요?
정치적으로 보면 파랑과 빨강만 있는 듯 보이고, 자녀와 학부모의 눈에서 보면 불안한 색, 안정된 색으로 나눠지기도 합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각국의 전쟁으로 핏빛, 회색빛이 떠올리기도 하네요.
2024년 안데르센 상을 받은 작가, 시드니 스미스의 <거리에 핀 꽃>에서는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수채화 물감이 하얀 도화지에 천천히 스며드는 것처럼 마음 깊이 숨어버린 동심을 슬그머니 나오게 만들지요.
글 없이 그림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이 책은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책입니다. 그림 작가 따로, 기획자가 따로 있는 작품입니다. 쉽게 말해 글은 없지만, 글 작가가 있는 셈입니다. 글보다 더 섬세하게 장면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시선, 보도블록 사이의 작은 꽃, 목줄을 차고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등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는 사물과 작은 생명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의 단면에서 바쁜 아빠와 작은 생명에도 관심을 두고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대조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책 속 아이의 시선은 깊이, 천천히 머뭅니다. 하지만 통화로 바쁜 아빠는 앞만 보며 자기 할 일을 할 뿐이지요. 어른 가슴께나 닿을만한 아이의 시선은 어른보다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봅니다.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이 며칠 전까지 이어진 것 같은데 벌써 겨울 냄새가 나는 기분입니다.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는 게 실감나는 요즘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한 곳에 시선을 둘 여유도 없이 일상을 지나쳐 보낸 까닭 같아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리의 꽃>을 천천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아이의 작은 손이 건네는 아름다운 꽃들이 회색빛 도시를 따스한 빛깔로 물들이는 순간을 감상해 보세요.
작은 것들이 주는 감동이 우리의 시간을 더 천천히 아름다운 빛깔로 흐르게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