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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쉽게 설명한 치매가 진행되지 않는 대화법 - 80가지 상황별 대처법
요시다 가츠야키 지음, 전지혜 옮김 / 아티오 / 2024년 2월
평점 :

할머니는 치매셨다. 난폭하진 않으셨지만, 정신이 돌아오시면 땅이 꺼져서 한숨을 쉬시거나 부끄러워하셨다. 우리 삼 남매의 20대. 부모님의 4-50대 가장 찬란하고 바빴던 시간 동안 할머니는 늘 집을 지키며 차츰차츰 잊어가셨다. 지금도 한 번씩 마음이 아프다. 아이 낳고 50일도 되지 않아 돌아가시는 바람에 임종도 지키지 못해서 더 그런가 보다. 죽는 날까지 두고두고 후회하며 가슴에 짐처럼 얹어놓고 살아야겠지.
치매가 진행되지 않는 대화법 이란 책이 15년만 일찍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절도 피해 망상이 심한 환자가 1주일 만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게 만든 비법을 진작 알았더라면, 자꾸 아쉬움이 든다. 이 책을 들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
절도 피해 망상자가 '기품 있는 분'으로 변화시킨 건 <의사소통을 취하는 방법만 바꿨을 뿐>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어떠한 치료나 투약도 없이. 그야말로 글을 읽을 줄 알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 치매가족의 가장 괴로운 면은 괴팍한 행동 변화 혹은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가족과 떨어진' '낯선' 상황에 환자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환자가 겪는 혼돈과 가족의 자책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다 알 수 없다. 그런데 대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난처한 행동이 줄고, 간병이 편해져 '함께 있어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은 방법이 또 존재할까?
치매의 진행을 막는 열쇠는 '대화 방식'에 있다. 좋은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하는 긍정적 경험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뢰관계를 쌓는 방법을 제시한다. 일상생활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80가지나 되는 상황을 모두 그림과 함께 올바른 대화/잘못된 대화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한 장씩에 다 담았다. 그래서인지 눈에 잘 들어오고 설명도 쉬워 이해가 잘 된다. 다만 모든 상황과 반응이 책과 동일할 순 없기에 원칙을 생각하여 잘 대응하라고 말한다.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화 방식 6가지
1. 상대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다.
2. 능숙히 '회피'하는 것도 대화 기술의 하나
3.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한다.
4. 어려운 말은 쉬운 말로 바꿔서 말한다.
5. 반응이 약할 땐 좋은 감정을 자극한다.
6. 좋은 청취자의 역할을 다해 보자.
자세한 설명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자.
치매 환자가 있거나, 의심이 되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집에 한 권은 꼭 구비해두라고 권하고 싶다. 먼저 겪어 본 가족으로서, 나 역시 환자가 될 수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아티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