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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하는 날 ㅣ 책고래마을 50
박지윤 지음, 남성훈 그림 / 책고래 / 2024년 4월
평점 :

정겨움이 그리운 그림책이다. 무슨일이 있으면 쪼르륵 모두들 모이고, 귀찮아도 성가셔도 함께 있다보면 어느새 시름도 잊혀가던 그 시절이야기. 그렇다고 완전 옛날은 분명 아니다. 모내기 철에 할아버지댁에 가서 만난 사촌지간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그 몇십년 사이에 얼마나 많이 변한걸까. 혹시 시골가면 아직은 이런 풍경을 느낄 수 있을까?아니. 저멀리 잊었던 향수가 밀려온다. 그립다. 사무치게 그립다.
농사를 지어본적은 없지만 어릴적 부모님을 따라 시골에 내려가 밭일을 도와드린 기억이 있다. 참외며 수박이며 열심히 따가가 땡볕에 쓰러질법도 하건만 뭐 그리 재밌었는지 얼굴 타는 줄 모르고 내가 가진 대야에 제일 많이 담으려고, 손이 바빴다. 그러다 정말 지쳐 나가떨어질때 쯤 시원한 그늘에서 쪼갠 '막 따온 수박'이 시원할리 없건만 여지껏 그리 단 수박은 먹어본 기억이 없다. 아마 똑같은 밭에서 땄다고해도 2024 수박은 그때처럼 맛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좋은가. 기술이 추억을 살려주진 않는모양이다.
아마 학교앞 떡볶이집이 그리워 다시 갔을 때 그때 그 맛을 느끼지 못하고, 맛이 변했나 내가 변했나 생각하게 되는 그 순간과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다시는 못 먹을 그 추억의 맛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딱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든 작품이었다. 모내기를 할일도 보여줄일도 없고, 서울할머니들 말곤 없는 아이들. 이렇게 정겨운 풍경이 생경한 아이들을 어이하면 좋을꼬.
그래도 난 개의치않고 그 시절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요즘 모내기 책에 푹 빠져있다.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풍경이기때문일까? 지루해하기는 커녕 이미 책속의 주인공 친구들과 논밭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처럼 즐거워한다. 나의 이 그리움이 아닌, 너희를 끌어당기는 건 어떤 매력때문일까? 자꾸자꾸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