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가 오니 좋구나! ㅣ 문지아이들 171
유영소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7월
평점 :

엄딱곤쥬 387번째 서평도서_네가 오니 좋구나
글. 유영소
그림. 오승민
펴냄. 문학과 지성사
'이까짓 기차가 뭐 어떻다고? 왜놈들만 신나게 불러들인 화통, 바퀴달린 뒤주 통, 이까짓 냄새 나는 쇳조각 따위 하나도 안 무섭다.'
사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대의 글. 왠지 열받고, 슬퍼서 싫다. 그래서 자꾸 피해왔었는데, 결국은 마주했다.
"남자애보다 훨씬 낫다니까요. 워낙 찬찬하고 영리해서 며칠만 있어 보면 금방 알걸."
잘못 배달된 아이. 달래.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 잘못배달 되었다.
지금은 "딸이 최고"라는 말 많이 듣지만 내 어릴적만해도 "아들" 없으면 서러운 시절이었다. 침략도, 남아선호사상도 말도 안되지만 그런 시절의 이야기.
이 작품은 그 시절 그대로다. 단어도, 말투도. 어릴적 읽은 '동백꽃 필 무렵'같은 그런 느낌. 직접 겪진 않았지만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 때 그시절이 있다. 그리고 옛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글은 술술 읽힌다. 그리고 먹먹해 온다.
"네가 오니 좋구나."
사별 후 재가한 엄마. 홀로남은 달래. 잘못된 배달. 계속 될 것 같은 힘겨움 속에 드디어 보금자리가 생겼다. 할아버지의 따듯한 한마디. 그 장면에서 울컥. 그리고 두장을 더 넘기고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왜 표지가 저리도 고왔는지 그제야 알겠더라.
"계획은 온전한가?"
암울한 역사. 그래도 그 시절이 과거의 역사로 남을 수 있었던 건 모든이가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해 함께 움직였기 때문일테다.
그들의 고군분투속에 내 숨도 차올랐다.
"너는 참말 좋은 친구야 "
당하는 한국소녀, 침략한 일본소녀, 건너온 미국소년의 우정은 하필이면 그런시절이라 더 당당히 빛나는 것 같다. 물론 다사다난했지만 말이다.
규호 아저씨는 조선의 의학을 새롭게 열어 보고 싶다고 하였다.
빌어먹을 시대라도 꿈꾸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해주는 것 같았다.
아팠고, 화났고, 울었고, 감동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