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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질 늑대 ㅣ 마음그림책 21
이상미 지음, 조경희 그림 / 옐로스톤 / 2025년 4월
평점 :

늘 남의 실수를 먼저 발견하고, 한마디 지적하지 않고는 못 배기던 늑대가 있다. 이상미 작가의 신작 그림책 『지적질 늑대』는 타인의 실수를 꼬집는 데 익숙했던 한 늑대가 ‘괜찮아’라는 말의 힘을 경험하며 변화해가는 따뜻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작가의 전작 『옐로스톤의 우리를 기다려주세요』와 결을 같이 한다. 전작이 경계성 지능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나를 기다려 달라”는 간절한 목소리를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남을 재촉하거나 비난하기보다 기다리고 이해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다른 시선에서 조명한다. 이상미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기다림’과 ‘이해’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각기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다정한 응원을 건넨다.
『지적질 늑대』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지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 책은 정서적 감정과 신체적 반응을 연결하며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전한다. “늘 아픈 배가 그날따라 더 콕콕 쑤셔왔어요”라는 문장에서 우리는 지적질을 일삼던 늑대가 품은 부정적인 감정이, 어느새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러다 ‘괜찮아’라는 말의 위로를 처음 경험한 순간, “어느덧 아픈 배가 스르르 나았어요”라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마음이 먼저 치유되었고, 몸이 뒤따라 나아지는 흐름. 작가는 그 연관성을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풀어낸다.
또한 이 그림책은 ‘변화’라는 주제를 성급하게 다루지 않는다. 늑대는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도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말로 전하지 못할 때는 카드로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변화가 얼마나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인지 보여준다. 완벽히 다정해지지는 못하더라도, 그렇게 애쓰는 마음은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야기의 마지막, 늑대가 작가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개인의 작은 성장이 하나의 이야기로,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깊은 여운을 준다. 한 마디의 다정한 말이, 한 번의 기다림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지적질 늑대』는 단지 착한 말을 하자는 그림책이 아니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 언어가 갖는 치유의 힘, 그리고 누구나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세대를 아우르는 성장 이야기다. 오늘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먼저 말해볼 용기를, 이 책이 선물해 줄지도 모른다.
<출판사 제공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