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욕 좀 하는 이유나 3 - 유나가 랩을 한다 노란 잠수함 23
류재향 지음, 이덕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년 출간된 1권에서 유나는 ‘욕 좀 하는 아이’로 등장했고, 2권에서는 욕을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과 함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리고 완결편인 3권 『유나가 랩을 한다』에서는 그 질문이 한 단계 더 깊어집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호준이는 학예회에서 자작 랩을 발표하기 위해 유나에게 가사를 함께 써 달라고 부탁합니다. 처음 그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힌 아이들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고 싶다는 것. 화가 나고, 답답하고, 속상하고, 외로울 때 자신을 대신해 줄 강한 말을 갖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유나는 호준이의 말을 듣다가 깨닫습니다. 그가 쏟아내는 감정 자체가 이미 랩이라는 것을요. 둘은 국어사전을 펼칩니다. 욕을 찾기 위해 시작했던 사전 읽기는 점점 자기 마음에 꼭 맞는 말을 찾는 일이 됩니다. 분노와 억울함뿐 아니라 외로움과 설렘, 호감까지 말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욕은 랩이 되고, 공격의 언어는 자기표현의 언어로 바뀝니다.

이 변화가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욕을 쓰지 말라고만 하면 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욕을 사용하게 만드는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욕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말을 갖게 해 주는 것 아닐까요.

“화가 났어.”

“무시당한 것 같아.”

“억울했어.”

“나도 존중받고 싶어.”

자기 감정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는 거친 말 하나에 모든 마음을 맡기지 않아도 됩니다.

표현이 서툰 아이들에게 문제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그 행동을 대신할 수 있는 언어를 가르쳐야 합니다. 욕이나 고함, 울음이 때로는 “내 마음을 알아줘”라는 가장 서툰 표현일 수도 있으니까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장면은 이람이의 가사를 두고 “남자애가 왜 그렇게 말랑말랑 예쁜 가사를 쓰느냐”는 말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소미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욕하는 데 여자와 남자가 따로 없듯, 예쁜 말을 쓰는 데도 남자와 여자가 따로 있느냐고요.

말에도 성별의 고정관념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유쾌하게 깨뜨립니다. 거친 말은 남자답고, 부드러운 말은 여자답다는 식의 오래된 구분 대신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욕을 가르쳐 달라고 시작했던 아이들은 마지막에 가서 자기만의 말을 찾는 아이들이 됩니다. 그리고 소문난 욕쟁이 유나는 단순히 욕을 끊은 아이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더 적절하고 창의적인 표현을 선택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합니다.

어쩌면 언어 교육의 목표도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쁜 말만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정확히 알고, 상대에게 상처를 덜 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포기하지 않는 것. 욕을 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욕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말을 갖는 일입니다.

초등 중학년 아이들과 감정 표현, 친구 관계, 욕설 사용, 자기표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동화입니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함께 읽는다면 유나와 친구들이 어떻게 언어적으로 성장해 가는지 보는 재미도 클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타타 태어나 보니 생물 박사 1 고양이 타타 태어나 보니 생물 박사 1
빈반 글, 로로 그림, 네이버웹툰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관찰'을 먼저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벚꽃과 매화를 구별하는 방법을 외우게 하기보다 직접 향기를 맡고, 꽃잎을 살펴보고, 주변을 걸으며 자연을 관찰하도록 이끕니다. 생물은 암기 과목이 아니라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 줍니다.

부록으로 실린 자연 관찰 노트도 유용합니다.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기록하고 탐구하는 경험까지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있어 학교의 생태교육이나 계절 수업과도 잘 어울립니다.

독후활동도 진행해 보니 특수학급에서도 활용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만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접근성이 높고, 실제 자연을 관찰하는 활동으로 확장하기도 쉽습니다. 학교 숲이나 공원, 화단을 함께 걸으며 "타타라면 뭐라고 설명해 줄까?"를 이야기해 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생태 수업이 될 것 같습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돋보기를 들고 꽃을 들여다보고, 나뭇잎을 만져 보고,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어집니다.《고양이 타타, 태어나 보니 생물 박사 1》은 아이들이 자연을 사랑하게 만드는 첫걸음을 즐겁게 시작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특히 봄을 맞아 아이와 함께 공원이나 학교 숲을 걸을 계획이 있다면, 함께 읽고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생물 입문서입니다.

여름편도 곧 출간될 예정이라니 더 기대가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얀 여름을 데려왔어 스콜라 창작 그림책 114
이세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닙니다. 어른의 마음에도 오래 머무는 문장을 남기는 책입니다. 이세현 작가의 《하얀 여름을 데려왔어》가 그런 책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볏짚도깨비 도롱이와 별똥이는 소나기에 휩쓸려 길을 잃은 눈뭉치도깨비 조랭이를 만납니다.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만년설 과수원에서 온 조랭이는 더위에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두 친구는 조랭이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합니다. 그렇게 세 친구는 함께 여행을 떠나고, 눈의 나라에는 초록빛 여름이, 여름의 아이들에게는 새하얀 겨울이 찾아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장면은 조랭이가 친구들에게 환하게 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여름을 데려왔어!"
그 한마디가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내가 살아보지 못한 계절을 데려오는 사람입니다. 어떤 친구는 내게 용기를 알려 주고, 어떤 친구는 기다림을 가르쳐 줍니다. 또 어떤 친구는 내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 줍니다.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계절을 만나는 일과 닮았습니다.
이 그림책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눈의 나라와 여름의 나라는 전혀 다른 세계지만, 누구도 상대를 자기 모습으로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기꺼이 나눕니다. 여름의 풀과 꽃을 선물하고, 눈과 얼음 과일을 내어줍니다. 그렇게 서로의 세계는 더 넓어집니다.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학교는 서로 다른 성격과 환경, 문화를 가진 친구들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책은 "다름을 이해하자."라고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름다운 이야기로 보여 줍니다. 함께할 때 세상은 더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무엇보다 이세현 작가의 그림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한국화의 여백과 먹선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한 장 한 장이 전시회에 걸린 작품 같습니다. 여름의 초록과 만년설의 흰빛이 만나는 장면은 그림책을 넘어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교실에서 계절과 우정을 이야기하기에도, 어른이 조용히 펼쳐 보기에도 참 좋은 그림책입니다. 올여름, 시원한 에어컨보다 먼저 마음을 맑게 식혀 줄 책을 찾고 있다면 《하얀 여름을 데려왔어》를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 검사 파란 이야기 27
허교범 지음, 현단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교범 작가의 《어린 검사》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전작 《어린 변호사》가 떠올랐습니다. 《어린 변호사》는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학급 재판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변호사의 역할과 법의 원리를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초등 국어 교과는 물론 사회 교과의 민주주의와 정치 단원과도 연결되어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교실에서 활용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특히 《어린 변호사》가 "모든 사람은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의 기본 정신을 보여 주었다면, 이번 《어린 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범인으로 단정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전작이 피고인의 권리와 변론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작품은 검사의 역할과 증거의 중요성, 그리고 편견 없는 판단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 줍니다. 그래서 두 권을 함께 읽으면 법정의 양쪽 축인 변호와 기소, 권리와 책임, 공정함과 정의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는 사람을 얼마나 쉽게 판단하고 있는가?

내가 믿는 진실은 사실일까, 아니면 편견일까?

모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나는 질문할 용기가 있는가?

출처 입력

질문하는 힘이 왜 중요한지, 정의가 왜 신중해야 하는지, 사람을 편견 없이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어린 변호사》가 "누구나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면, 《어린 검사》는 "누구도 함부로 범인으로 단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두 책 모두 결국 법의 기술보다 사람의 존엄을 이야기합니다. 작가의 말을 읽어 보니 이제 <마지막 이야기>가 남아있네요. 기대가 됩니다. 초등 고학년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읽어도 좋을 책으로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건설 스콜라 창작 그림책 112
이명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마음을 짓는다’는 표현이 참 따뜻했거든요. 우리는 흔히 마음을 감정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이 책은 마음을 하나의 ‘집’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집이 무너지기도 하고, 금이 가기도 하며, 다시 보수되고 단단해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너 때문이야!”

친구의 날카로운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집에 박힙니다.
무거운 미운말 때문에 벽이 흔들리고 결국 집 일부가 무너져 내리지요. 그 순간 등장하는 존재들이 바로 ‘마음 건설사 직원들’입니다.

기중기는 깊이 박힌 미운말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고, 포클레인은 부서진 잔해를 치웁니다. 그리고 따뜻한 기억, 행복했던 순간들로 새 벽돌을 만들어 다시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친구와 함께 먹었던 아이스크림, 자전거를 타며 느꼈던 바람, 누군가의 다정한 말 같은 기억들이 새로운 벽이 됩니다. 그렇게 마음집은 이전보다 더 넓고 단단하게 다시 세워집니다.

이 책이 특별했던 이유는 ‘회복’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괜찮아”,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고 말하는 건 쉽지만, 정작 어떻게 회복하는지는 잘 알려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마음 건설』은 마음의 회복 과정을 눈에 보이는 건축 작업처럼 표현합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듯 잠시 쉬기.
먼지를 털어내듯 몸을 움직이기.
벽돌을 새로 쌓듯 좋은 기억을 떠올리기.

추상적인 감정을 아주 실제적인 행동으로 연결해 주는 그림책이지요.

특수교사인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교실 속 아이들의 ‘마음집’을 떠올렸습니다.

장애학생들 중에는 작은 실패에도 마음이 쉽게 무너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 화를 내거나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이도 있고요. 반대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마음속 벽에 금이 간 채 버티고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 교사는 단순히 문제 행동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됩니다.
지금 이 아이의 마음집에는 어떤 균열이 생겼을까.
무슨 말이 이렇게 깊게 박혔을까.
어떤 기억이 새로운 벽돌이 되어줄 수 있을까.

결국 교육은 지식을 채우는 일 이전에, 아이가 다시 자기 마음을 믿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누구나 마음이 흔들리고 금이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건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고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 아닐까요.

요즘은 어른도 아이도 모두 정신적 피로가 큰 시대를 살아갑니다. 결과와 속도를 요구받고, 비교와 평가 속에서 쉽게 지치지요. 그래서인지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교육적으로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마음 건설』은 그런 시대에 아이들에게 조용히 말해주는 책 같습니다.

“지금 네 마음집에 금이 갔구나.”
“하지만 괜찮아.”
“다시 지을 수 있어.”

집도 오래 살려면 꾸준히 돌봐야 하듯, 마음도 그렇습니다.
환기가 필요하고, 청소가 필요하고, 때로는 보수가 필요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마음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