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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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십 년차 기독교인답지 않은 샤머니즘적 발언으로 다채롭게도 사람을 미치게 했다 ...


고르고 골라 선택된 문장은 아니다. 아마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처음 피식 웃게 만든 첫 번째 문장인 듯해 적어봤을 뿐이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는 문장 또한 아니다. 농담 반 진담 반의 이런 스타일이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마치 (DC의 영화들과 대비되는) 마블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이랄까? 농담으로 무장한 채 세상과 대면하고, 자기중심적이면서도 때론 놀랍게도 적절한 균형 감각을 보여주는. 나인 듯 제3자인 듯, 결점 덩어리인 듯 지극히 이상형인 듯. 도대체 알 수 없지만 매력적인 건 분명한 그 어떤 것. 그런 까닭에 읽는 내내 계속 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다. 등장인물이 자신들이 속한 세대의 특정 논리에 갇혀 상대방을 옥죄이는 것을 볼 때조차도 그렇다. 하지만 웃기고 재미있다고 해서 그 대상이 항상 가볍고 만만하지만은 않다. 소설 속 누군가는 갈등과 좌절을 지나치며 한 발 내딛지만 그를 둘러싼 세상은 여전히 견고하다. 조금 양보하고 조금 내어주면 보다 다른 세상이 되겠지만 현실은 그것을 모두 양보하고 모두 내어줘 전혀 뜻밖의 세상이 되는 걸로 여긴다. 그런 세상, 그런 생각 아래선 '너 죽고 나 살자'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아,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그렇단 얘기는 아니다. 그들이 발을 담근 세상이 그렇단 얘기다. 결국 같은 얘기인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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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들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나는 이제 그런 일들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고 싶다. 나는 이제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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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호들갑을 떨며 아파하면서도 타인의 상처에는 태연한 얼굴로 손가락을 들이미는 그런 존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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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지. 요즘 있는 건 그때도 다 있었지.
나는 언제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엄마를 부축해 병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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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이후 사이언스 클래식 14
스티븐 J. 굴드 지음, 홍욱희.홍동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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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설적이게도 진화론의 아버지는, 생물의 변화는 생물과 주위 환경 사이에서 적응성이 증가되는 방향으로 인도되는 것이지 구조적인 복잡성이나 이질성의 증가에 의해 규정되는 추상적인 진보의 이념은 아니라고 인식해서, 절대로 고등이니 하등이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 (책 본문 중)


작가는 다윈이 진화론을 만들어놓고도 (무려) 21년이 지난 뒤에야 발표했다는 사실로 자신의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그 후 그나마 친숙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파리와 매미를 선보이더니 (무려! 6억 년 전) 선사시대로 훅 뛰어 들어가 개인적으론 본 적도 없는 생명체들의 번성과 멸망을 얘기한다. 하지만 생명체들만으론 성이 안 찼던지 지구를 통째로 흔들어대더니만 거기서 툭 떨궈진 인간이란 종을 놓고 한 무더기의 수다를 쏟아놓는다. 그렇게 끝이 난 진화론에 대한 한바탕 열변은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전문성이 가미된 부분에선 눈으로 들어간 글이 머리엔 도달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현상과 맞닥뜨리겠지만 그 정도는 너그럽게 봐줄 수 있다. 작가의 얘기에 귀 기울이면 진화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고, 역사 속 다양한 진화론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양성을 만끽하고 가능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작가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만남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윈 이후'는 무려(이 단어 참 많이 쓰네...) 40년 전에 출판된 책이다. 그런데도 지금 시점에서 가볍지 않은 울림을 주는 건 작가의 지식뿐만 아니라 세상과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티븐 제이 굴드라는 학자도 대단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그런 관점이 여전히 요구되는 인간 사회 역시 참 대단하다. 하긴 진화론에서 다루는 시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40년은 새 발의 피도 안 되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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