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제국의 위안부 : 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
박유하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위안부'란 도대체 어떤 이들일까. 아직 어린 10대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노예처럼 성을 유린당한 조선의 소녀들. 우리가 아는 위안부란 그런 존재다.

(책 내용 중에서)

 

참 불편한 내용이다. '우리'의 역사를 다루면서 마치 제3자가 아무런 감정 없이 들여다보듯이 모든 면을 들추어내는 느낌이다. '우리'가 아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식민지의 역사는 저항의 역사다. 일본 제국주의가 있고 그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던 친일파와 그들에 대항했던 투사가 있는, 양 극단만 도드라지는 그런 역사. 그런데 이 책은 다른 면을 이야기한다. 양 극단이 아닌 그 사이에 존재했던 입장들. 그 중에서도 비자발적이었다 하더라도 식민지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지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입장들을 말이다. 게다가 그 관계가 하필이면 위안부란 존재들과 엮인다. 일본을 얘기할 때 현 세대에 이르기까지 독도와 함께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위안부 아니었던가. 그래서 더욱 불편하다. '우리'의 시각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면서 나아갈 길을 모색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편함이 덜어지는 건 아니다. 그런데 불편하다고 해서 무시하고 더 나아가 아예 뭉개버리는 건 또 옳은 일일까? 국회의원을 풍자한 개그맨을 고소했던, 또는 그 비슷한 이유로 고소를 남발했던 어떤 이의 행위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위안부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해서 법이란 제도적 틀에 의해 그 의견을 묵살하려는 것은 과연 적절한 대응일까? '우리'와 다른 의견이나 태도에 분노하고 반박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또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아예 입을 닥치게 만들려 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렇게 하려다가 지금 어떤 분이 저 위에서 난감해하고 있는 곳이 이 땅의 현실이기도 하지 않은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이 책은 불완전하게 나와 있다. 지은이가 제시한 자료의 신빙성, 대표성 여부가 이 책의 내용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그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의견을, 그것도 아주 불편한 내용을 제시했고 그 때문에 여러 모로 아주 곤욕을 치르는 중이란 거다. 그 곤욕 중 하나인 법에 의한 판단, 어찌 보면 제도적 틀에 의한 묵살을 시도한 거나 다름없는 행위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본다. 하나의 답만을 요구하는 건 학창시절 시험만으로 충분하다. 삶에 있어서 답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다른 답을 내놨다고 해서 처벌받아야 한다면 그 사회에 속한 '우리'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시무시할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런 질문들이 오직 하나의 정답만을 찾도록 하는 단답형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은 상황에 대해 '왜'를 묻거나 '또 다른 상황'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

(책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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