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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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우 키즈>

아이들이라고 다를까요. , 늘 집에 가고 싶다고 울잖아요. 그게 그 말이죠.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 나를 상처 주지 않는 곳에 가고 싶다는 거잖아요. (본문 중에서)

 

부모가 없어서, 바빠서, 부유하지 못해서, 이유야 어떻든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또는 그릇된 관심을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 투명 인간을 만들어내는 우리들의 이야기.

 

<고기와 석류> ‘고독사란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혼자 살다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게 오래 방치되어 썩는 냄새가 난 후에야 발견되는 사람들.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무기력해지는 죽음을 맞는 경우는 드물다. 내 몸 같지 않은 육체 속에 덩그러니 정신만 남아 있을 때 그들은 어떤 감정에 빠져들까? 외로움을 넘어서 버려지듯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슬프고 막막하고 억울하고 두렵고... 모르겠다. 혼자 남은 옥주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옥주는 홀로 맞이할 죽음이 두려워 자신을 먹어 치워줄 어떤 존재를 돌본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존재로 인해 자신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삶이란.

 

<릴리의 손> ‘이방인이란 단어가 나온다. 따지고 보면 우린 모두 서로에 대해 이방인이지 않던가. 만나서 알아가고 함께 기뻐하며 슬퍼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좁혀가는 존재들. 동시에 뜻대로 되지 않아 이별하고 미워하고 때론 그리워하는, 그런 존재들. 사랑 이야기다. 읽다 보면 , 그렇구나라고, 반전까지는 아니고 소소한 놀라움을 선사하는 단편.

 

<새해엔 쿠스쿠스> 요즈음도 그런 부모가 있겠지만 과거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자식이 살아줬으면 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풍요롭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며 살아온 세월이 어떻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자식들은 그런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멱살 잡고 끌고 가다시피 했다. 나 역시 그런 시기를 겪었기에 그때의 감정들, 상황들이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이 단편은 그런 상황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공포나 SF나 판타지가 아닌 일반적인 소설이다. 하지만 공포란 꼭 귀신이 나와야 성립되는 건 아니다. 숨이 막힐 정도의 일방적인 관심과 사랑. 그 또한 누군가에겐 공포일 수 있다. 글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가을소나타>가 떠올랐다. 너무 오래전에 봐서 이젠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지만, 모녀가 나와서 감정의 대립을 보이는 이 영화를 난 지금도 공포영화로 인식하고 있다.

 

<나쁜 꿈과 함께> ‘몽마는 사람에게 악몽을 꾸게 해 그 두려움과 공포를 먹고 사는 초자연적인 존재다. 악몽에 따라 모습이 변하기에 실제 모습을 자신조차 본 적이 없다. 항상 배가 고파 여기저기 사람을 찾아다니지만, 악몽을 꾸는 자의 손에 닿으면 타는 듯한 뜨거움 때문에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존재랑 비슷하지 않나?

 

<유니버셜 캣숍의 비밀> 그러니까... 고양이별이 진짜 있는 거였어! 우리집에 있는 고양이 녀석이 아무것도 안 하고 눈빛만으로 나를 부려 먹을 때 이 녀석이 외계인이라는 걸 진작에 알아차렸거든. 개눔의 자슥.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일종의 타임 트랩에 걸려버린 사람들을 다룬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릴리의 손>도 그랬지만 인과관계를 떠나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작가인 걸까? 세 편 모두 적절한 복선과 삶에 대한 희망과 절망을 잘 버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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