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레 미제라블 4 (한글) 더클래식 세계문학 84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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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부터 4권까지만 세 번을 읽었다. 책만 읽은 것도 아니고 배경지식이 필요했던 프랑스 혁명들과 그 과정까지 찾아봐야만 했다. 그제야 책에 있는 글씨들이 의미 있는 문장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 읽었을 때보다 나아졌단 거지 소설의 전부가 술술 읽히더란 얘기는 아니다. 내가 몸담지 않았던 시대, 내가 발붙인 적 없는 나라의 이야기는 언제나 어렵고 낯설다. 우리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다면 이 정도로 난감하진 않았을 거다. 게다가 소설을 쓴 작가마저 그 시대의 인물인 터라 얘기를 풀어놓는 방식마저 저세상 타입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다 고려하더라도 <레미제라블>만큼 어렵게 읽었던 소설이 있었나 싶다. 아마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까지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작가의 서술 방식 때문이지 싶은데 이 때문에 지금 읽고 있는 게 소설인지 설명문인지 꽤 자주 궁금해지더라. 두 번째 읽을 때쯤엔 예전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있었던 한 장면이 겹쳐 떠오르기도 했다. 바로 개미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개미들. 저 구멍(에피소드)이 중요한 걸까, 이 개미들(, 문장)이 중요한 걸까? 구멍을 막고 개미도 잡아야 하나? 개미가... 너무 많은데.

 

어려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하나의 단어에 가치판단이 응축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관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배경지식이 없거나 불완전하거나, 또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의 맥락이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이 소설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18세기 말 파리가 그렇다. 영국 작가가 쓴 <두 도시 이야기>에서 ‘18세기 말 파리는 혼돈과 죽음의 도시다. 하지만 프랑스 작가인 빅토르 위고가 생각하는 ‘18세기 말 파리는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모든 중세적 암흑과 단절을 시도하는 선구적이고 모험적인 도시다. 그러니 문장에 ‘1790년대 파리가 등장했다면, 문맥에 따라, 아니면 그 말을 한 캐릭터의 성향에 따라 의미를 달리 파악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끝에 거의 다다랐다. 이야기도 6월 혁명이 시작되면서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자의든 타의든 혁명의 한복판으로 뛰어들 모양이다. 5권은 빠른 전개를 보여주지 않을지 하는 기대를 품어 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문장을 참 오랜만에 절실히 느끼게 해 준 소설이다. 소설...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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