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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ㅣ 사거리의 거북이 6
로젤린느 모렐 지음, 김동찬 옮김, 장은경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에밀리네 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하고 아줌마를 따라 나섰다.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엄마가 나를 불러서 깊고 텅 빈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올 때, 오렌지 사오는 것 잊지 마, 알리스!”
시장 보는 일이, 아주 사소한 일들이 여전히 엄마에게 중요한 일이나 된다는 듯이, 그 목소리, 그 죽어가는 육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낸, 그 쇠약한 목소리 속에는 아주 먼 곳으로부터 날아오는 듯한 삶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자신의 육신에서 고통스럽게 뽑아 올린 그 목소리, 결국 가쁜 숨결에 묻혀버린 미약한 목소리에는 내게 내리는 단호한 명령이 들어 있었다.
“알리스, 오렌지 사오는 것 잊지마.”
이 말은 내게 이런 뜻이었다.
“살아라, 내 딸아, 살아야 한다.” - P.44
달콤한 엄마, 언제나 따뜻한 엄마. 그 엄마의 변화. 인정하기 싫어도 다가오고 만 엄마의 죽음.
죽음앞에서 딸에게 오렌지를 사오라고 이야기하는 엄마. "살아라, 내 딸아, 살아야 한다."
엄마가 없어도 너는 살아야 한다.
참 얇은 책 한권을 읽었다. 그리고 펑펑울었다.
왜 울었을까? 그냥 눈물이 나고.. 내 딸아이같고 그 마음이 아려서 울었다.
약해진 엄마가 딸에게 해줄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가슴이 스물스물 저며온다.
“여보, 샤를로트가 우리를 저녁식사에 초대했어!” -.P.49
엄마 앞에 닥칠 일에 비하면 식사 초대 따위는 얼마나 하찮은 일인가? 하지만 내 머릿속에 새겨놓은 말, 오렌지 사는 것을 잊지 말라는 말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죽음의 순간에는 그 사소한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느날 엄마가 내 방이 너무 지저분하다며 꾸중 했을때, 나는 홧김에 아무 생각도 없이 툭 쏘아붙였다.
"엄마는 어떻고! 엄마 머리는 얼마나 보기 싫은지 알아?" - P.30
"나를 아빠 마누라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빠 마누라가 할 일을 내가 대신하기를 바라는 거야. 내가 마누라 대신이냐고.
잘 봐, 아니야, 아니라고, 난 아빠 마누라가 아니야. 아빠 마누라는 죽었어. 알가나 해?" P. 76
가끔씩 아이들은 참 무섭도록 잔인하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그 잔인함보다 가슴이 아파온다.
왜 이렇게 아파올까? 청소년 도서 한권을 읽고는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
아이를 두고 가는 엄마의 맘이 느껴져서 울고, 부인을 떠나보낸 남편과 엄마를 떠나보낸 딸아이가 안쓰러워서 울고 있다.
만약 죽음이 하나의 사물이었다면, 죽음을 만져보고, 손끝으로 더듬으며, 두 팔로 꼭 끌어안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덜 두려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줌만이 가득한 심연을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려 그 앞에 망연히 주저앉아 있었고, 매일매일 순간순간 소름이 돋도록 엄마가 보고 싶었다. - P.65
읽으면서 뽑아놓았던 글들을 다시 써내려가면서 또 눈물을 펑펑 쏟고 있다.
책을 읽은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아이가 책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해줬을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글로 쓰자니, 왜 이렇게 애잔하고 가슴이 아려올까?
아빠가 바르지니를 데리고 왔을때, 알리스는 기쁨과 배신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래서 샤를로트 아줌마에게 아빠가 엄마를 배신한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엄마는 갔어도 아빠의 삶도, 알리스의 삶도 계속 된다.
오렌지 1KG의 뜻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왜 1KG일까? 어쩜 어느곳에 속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1KG속 이어지는 삶이 내 맘을 아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