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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에서 1 ㅣ 미도리의 책장 6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 편안한 전원풍경.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드보로작의 <신세계에서> 제2악장 <집으로가는 길>이 흘러나오고, 아이들은 습관적으로 한명 한명 집으로 향한다. 저녁놀이 질 무렵 마을에서 들려주는 이 노래가 흐르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는것이다. 이렇게 평화로운 세계가 1000년후의 지구의 모습이란다. 너무나 편안하다. 싸움도 일어나지 않고, 유토피아라는 것이 이곳인가 싶다.

일본판 헤리포터.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의 느낌이다. 기시 유스케의 <유리망치>를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때문에, 상당히 다른 느낌에 조금은 놀랐다. <검은집>이나 <유리망치>속 기시 유스케의 필력은 이미 확인된 바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헤리포터>를 1권부터 결말까지 다 읽었다. 읽으면서 그 흥미진지함에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신세계에서>는 흥미진진함으로 나를 끌어들이더니, 그 잔인함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아마도, 상상력때문에 잔인할 것이다.
유스케는 천년 후의 미래를 현 인류의 멸망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상상으로 이루어지는 주력을 지닌 인간들과 비주력을 가진 인간사이의 싸움 후에 만들어진 인류. 그 인류가 가지고 있는 주력은 인간에게는 편리함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이 인류는 전혀 싸움이 없이 산다. 더구나 그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은, 요괴쥐라는 하등한 동물을 이용하면 된다. 소설은 소설속 소녀, 사키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처음 읽기 시작해서 1권의 중반부까지도 사키가 소녀인지 소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사키, 붉은 머리의 사랑스러운 마리아, 너무나 매력적인 슌, 허풍쟁이 사토루는 가미스66초라는 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은 축령을 만나 주력을 받은 후, 성장의 호마의식후에 전인학교에 진급하게 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 전의 기억은 사라져버림을 독자는 알게되지만, 무심하게 넘어가는 걸 느낀다. 같은 전인학교 1학년 친구였던, 레이코가 사라졌음에도 그들은 처음부터 레이코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레이코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생물은 주력을 지닌 인간과 그들과 함께 주종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하등동물 요괴쥐로 크게 구분된다. 그 외에 도서관생물 유사미노시로, 강인한 집게발을 가진 호랑이집게, 그리고 이엉집만들기, 큰왕털갯지렁이, 한필끈끈이 등등 현존하지 않는 미래의 동물들을 등장시키며 머나먼 미래의 세계를 완벽하게 하나의 세계로 구성하고 있다. 천 년의 세월 동안 인류, 그리고 생물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문화적인 변천사, 생물학과 동물학, 문화인류학, 그리고 철학 종교적인 이론까지 저자가 자신만의 색깔로 받아들인 수많은 지식을 방대하게 풀어내고는 완벽히 융합시켜 하나의 커다란 세계로 완성하고 있다. 대단하다.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하지만, 작가 기시 유스케는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 속 인류의 모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작품 속 동물들 이름들을 하나하나 의미를 두고 이야기하고 있다. 요괴쥐化鼠의 경우는 ‘化’라는 한자를 이용하여 설명을 한다. 어렵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1권 끝부분부터 책을 넘기는 속도가 가속이 붙어, 결국은 한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1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작가가 심어놓은 복선들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다. 아~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작품들을 읽다보면, 특히, 미래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언젠가는 이 이야기들이 현실이 될 날이 오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신세계에서>는 허구이기를, 완벽한 허구로 현실화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키와 사투루가 성인이 되어, 가미스66초는 변하고 있는것일까? 여전히, 그 아이들은 그 속에서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꿀 방법이 없기에 도미코씨나, 사키의 부모들처럼 똑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 "때로는 진실이 더 무서울 때가 있어. 하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건 애초에 진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야...." 얼마나 잘 표현한 말인지 모른다. 진실이 존재하지 않은 진실. 정교한 시스템으로 이룩한 완벽한 평화, 기술은 없이 초능력만 갖춘 신인류. 그 속에 살고 있지 않음에 감사한다.
사키의 마지막 말, <상상력, 그것이야 말로 모든 것을 바꾼다>
씽끗 웃음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