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멜로디 세트 - 전2권
백묘 지음 / 반디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근간에 백묘가 쓴 작품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백묘의 초기작들은 어떤지 궁금했었다.  달달한 로맨스가 확 땡기기도 했지만 그녀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이 꽤나 흥미로웠다.  연애소설을 외치는 <헬로우 웨딩>이나 허영심 많은 천재 차 디자이너와 소년 같은 정비사의 사랑이야기인 <컴퍼스 콤플렉스>는 달달함과 함께 생각할 부분들을 많이 남겨두고 있어서 좋았다.  백묘 작품을 찾다보니 딸아이 말로는 인소 작가라고 하고, 인소는 많이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text로 저장된 글들은 눈과 함께 머리가 아파 읽기가 힘든 나이가 되어 버려서,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요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백묘의 초기작.  지난번에 아이가 빌려다 준 <두근두근 하우스>에 오글거림이 아직 남아있는데, 설마 이번 작품도.... 더 하다. 더 오글거리고 이건 뭐... 정말 딸아이가 좋아할 내용이다.  그래서 빌려왔을라나. 

 

 

 

 

 

  출판사에서 말하는 평은 '6명의 남녀 혼성 밴드를 둘러싼 청소년들의 꿈과 좌절,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음악소설'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명부터 '스위트 멜로디'아닌가?  어찌되었든 이 6명의 남녀 혼성밴드에 있는 아이들을 알아보자.  소설 속 주인공들, 특히 로코나 하이틴 로맨스 같은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잘나도 너무 잘났다.  생긴것만 봐서는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으로 아우라를 펼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아직 성장기에 있는 중닭으로 가장 볼품없을 외모에 아이들이 소설속에서는 너무 근사하다.  근사한 아이들 한번 보자. 첩의 아들이라는 아픔을 안고 박제된 얼굴로 살아가는 창룡, 쌍둥이 형제 진우, 진성 그리고 주호까지 이 아이들 외모에선 빛이 난다.  이 아이들이 밴드를 결성했단다. 능력만 있으면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다는 '백제고'에 들어가기 위해서.  잘생긴것 빼곤 그닥인 아이들에 문제는 밴드임에도 보컬도 없고 건반도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 밴드의 보컬은 너여야만 돼."  (p.44 / 1권)

 

  '콩깍지'파에게 쫓기던 환이 숨어둔 곳이 아이들이 밴드 연습을 하던 교회였다. 그리고 이렇게 인연은 시작된다.  노래 한번 해본 적 없는 환에게 노래라니.  하지만 왜 이렇게 창룡에게 눈이 가는지. 한번 해볼까?  발견했을지는 모르지만, 이 밴드는 남녀혼성 6인조 밴드다.  누가 여자일까?  환이 여자란다.   남동생과의 차별대우 때문에 집을 나온 이환.  이런 싹퉁머리 없는 자식이라고 옆에 있으면 혼부터 내줘야 하는데, 조폭들과 싸워서 삥뜯는 이 섬머슴아같은 중학생이 여자아이라니...  더한 건 아무도 환을 여자로 안본다는 것.  왜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는지 이해 못하는 환.  밴드명을 '스위트 멜로디'로 지으면 여자로 알까 해도 잘 지었다고만하고 좋아라하는 멤버들이니 모두 바보가 아닐까?

 

  이환이 우연하게 남자 행세를 한 상태로 밴드에서 음악을 하게 되면서 바보들의 모임은 시작된다.  백제고를 가겠다는 어디서 나왔는지 알수없는 근자감으로 똘똘 뭉쳐있는 이 아이들.  환이 남자인 줄 알고 자신의 감정에 괴로워하는 창룡, 환이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 받아 사랑을 느끼는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 현주, 두 사람뿐 아니라 밴드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환은 무슨 능력자일까?  부모님이 동생만 사랑한다는 이유로 집을 튀쳐나온 이 싹퉁머리 없는 아이로 인해 복잡한 러브라인이 이렇게 얽키고 저렇게 얽키는데 머리에 피도 안마른 이 녀석들 난리가 아니다.  여자인 환이 아닌, 남자로 느껴지는 환은 굉장한 매력덩어리인지 아이돌 그룹 H2O의 멤버인 투란도 환에게 빠져들어 사랑을 구걸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 아이가 여자 아이라도...?   글쎄, 싸움잘하고 욕 잘하는 환에게 어쩜 이리도 빠져들 드는지.  이건 뭐 학원물이라고 하기에도,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난감하다.

 

  환의 이야기는 환의 이야기고,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차현주의 실종은 대단한 이슈였다.  천재 피아니스트가 백제고에서 떨어지고 실종을 했으니, 큰일이 났는데, 현주는 태연하게도 버스킹을 하고 있는 '스위트 멜로디'에 빠져들고, 키보드 담당 멤버가 되버린다.  천재의 합류는 아이들을 들뜨게 만들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그저 친구 한명이 더 늘었다는 걸로 만족하는 걸까?  현주를 동경해오고 시기하던 환도 옆에서 보는 현주에게서 천재가 겪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현주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은 아픔을 겪고, 그 아픔을 이겨나가기 위해서 음악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가장 달콤한 행복인 음악을 알아가고, 미지의 세계로 달려가는 자유를 알아버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서로가 함께라면 할수 있다는 것을 아게 되면서 희망을 전해 주는 희찬 음에 어깨가 들썩이고, 음악은 거대한 바위처럼 아이들을 지켜준다.  가장 달콤한 행복이 '음악'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는 이 아이들은 음악으로 설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멋진 여자가 세상에 존재할 리 없다.  싸움도 잘하고, 성격도 개 같고, 중요한 순간에 좋은 말도 할 줄 알고, 눈은 반짝 반짝 빛이 나고, 노래도 잘하고, 심지어 조폭들까지 사로잡는... 그런 여자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절대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p.245 / 2권)

 

  환이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면서, 이해할수 없었던 아이들의 감정은 하나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하고, 마음 속 응어리들도 풀리기 시작한다.  풀어나가는 방식은 굉장히 오글거린다.  여전히 싸움 잘하는 환이 현주 엄마에게 대들기도 하고, 창룡의 부모를 지하실에 가두기도 할뿐 아니라 왕따를 당하는 동생 효를 위해서 콩깍지파를 이용하기도 하니, 이게 말이 되겠는가?  겨우 16살난 아이가 말이다.  하지만 말이 안되는 건 또 뭔가?  남자들 마음을 동하게 했다는 웹통 『통』의 이정우는 고1인 어린나이로 부산 주먹 세계를 평정하고 서울로 와서 서울까지 평정하는 판에 말이다.  그냥 달달한 중고등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넘기면서 읽으면 재미있다.  오글거림만 참아낼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아주 가끔 이런 이야기들이 땡길때가 있지 않는가?  어마무시한 왕자와 지지리 가난하지만 예쁘기만 한 여 주인공 보다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다.  아마, 나도 이 나이때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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