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너에게도 상처로 기억될 시간이 지나간다
나서영 지음 / 젊은작가들의모임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상처가 많이 담긴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 마음이 두렵고 불안하다.  단지 소설일 뿐인 이 이야기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까 두렵고 불안하다.  허나 나는 이 소설을 택했다. 써놓은 많은 소설 중에 이 소설을 택해 책으로 만들려고 한다. 마음이 두렵고 불안한 소설을 책으로 만든다.' (p.221~222 / 작가의 말 중에서)

 

 

  2013년 1월 말쯤에 쓰기 시작해 5일 만에 완성한 소설이라고 되어 있다. 갸우뚱?  이 이야기가 소설인가?  분명 '나서영 장편소설'로 되어있는데, 알 수가 없다.  작가의 이야기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도통 알 수가 없다. 소설이라 하니 소설인가 보다 하지만, '스물다섯 살의 나, 글을 그만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이천십삼 년 이 월 사 일부로, 열다섯 번째 장편소설을 마지막으로 그렇게 결심한다'(p.219) 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또 갸우뚱한다.  작가의 수필집인가?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이글을 쓴 뒤에도 환상, 봄의 햇살, 의식의 흐름, 날카로운 것, 우리가 올라야할 언덕, 형제, 미래에서까지 많은 소설을 썼단다. 앞으로도 쓴단다. 하지만 더 이상 한글로 소설을 쓰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또 꺄우뚱...? 이건 뭘까?

 

  소설이라 이야기를 하니 소설인가 보다.  소설이니 소설이라고 이야기를 하겠지?  『환상』에서도 나서영이 주요인물로 나오지 않는가?  이 소설속에 '나서영'이 작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나서영'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웠으면 그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된다.  소설 속 주인공 '나서영'은 소설을 쓰는 작가이고 소설 밖 작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다.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 돕고, 친구도 그 도움의 손길를 뻗치게 만드는 능력자다.  가진게 많지는 않지만, 돕는다.  이 친구는 잘 되어야 하는데, 이리저리 사기도 잘 당하는 어수룩한 친구다.

 

  소설 속 서영에게 한통의 편지가 전해지면서 서영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어떤 행동과 글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놓는 다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이제 그의 고뇌가 어린시절의 이야기들을 통해 하나씩 펼쳐지기 시작한다. 일곱살, 열한 살, 스물 네살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서영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보여주고 그 상처를 통한 파편들과 성장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부모의 이혼, 여동생과 누나의 상처, 동네형들과의 관계, 그저 남들이 깐난이라 불러 자신이 그렇게 불렀던 깐난이가 자신으로 인해서 받았던 상처.  난쟁이의 의미도 모르면서, 난쟁이를 이야기하고 난쟁이의 죽음속에서 죽음을 바라보던 어린 아이의 시선.

 

  서영은 친절하게 시간의 흐름으로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을때 이 생각, 저생각이 떠오르고 그 곳에 떠다니는 사념들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서영이 만들어 내는 생각의 조각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읽는 이들은 서영의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커다란 퍼즐을 완성해 나가지만, 이 역시 어느것이 소설 속 이야기이고 어느것이 소설 속 현실인지 구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소설의 경계는 모호하다. 스물다섯 젊은 청년은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지나간 상처의 시간들을 기억해내고 이 시간 역시 지나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의 글은 읽는 이에게 어린시설즐 떠오르게 만들고, '나서영'이라는 작가의 맘이 얼마나 여린가를 들여다 보게 만든다. 나쁜 형으로 표현했던 소설 속 동네 형들에게 미안해 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애꿋게 혼난 형에게 사과를 한다. 그러면서 이 젊은 작가는 자신의 삶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고, 언제 끝이나든 담담히 받아들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작가의 말'도 소설의 일부인가?  책의 인세로 국내 빈곤 아동과 소아암 어린이를 지원하고 있는 나서영 작가. 그의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설에서 조차도 악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여하는 작가. 타인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미안해 하는 젊은 작가, 나서영의 글을 그의 말처럼 영문판으로 만나고, 그 작품이 상을 받아 영문판이 다시 한글판으로 번역되어 읽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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