纖纖玉手로 읽었다. 가녀리고 가녀린 옥같은 손을가진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섬, 섬옥수(纖獄囚)』란다. 섬옥수라는 뜻이 따로 있나하고 찾아봤는데, 그렇지는 않는 것 같다. 그저 섬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푸른 바다를 연상케하는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 등단25년을 맞는 이나미 작가의 3년만의 신작인,『섬, 섬옥수』는 7개의 연작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어져 있는 것이 공간적 배경만 보면 안정효 작가의 『솔섬』이 떠오르다, 최제훈 작가의 『일곱개의 고양이이 눈』을 통해서 만났던 뫼뵈우스의 띠가 떠올랐다.
한반도의 남단 가상의 '땅끝섬'을 배경으로 섬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과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섬에 흘러든 외지인 들이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7편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이다.풍랑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된 '아기업개 할망'의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땅끝섬은 거친 바다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지만 내 것 네 것 없이 마을 전체가 한 살림이고 한 마음이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바뀌고 인심이 달라지는 것이야 인지상정이라 해도 땅끝섬이 돈과 권력을 둘러싼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하고 끔찍한 폭력사태까지 빚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섬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즐기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현금이 돌자 돈을 벌어보겠다고 들어온 외지인들과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원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깊어진다. 원주민들은 외지인들을 '뭍것들', '육지것들'이라 배척하고, 외지인들의 눈에 '마을 자치회장'을 비롯한 원주민들은 막무가내로 제 잇속만 차리려 드는 '기득권 패거리들'로 보일 뿐이다.
'새 생명과 인연을 맺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시점에서 다시 찾은 섬은 더 이상 땅끝이 아니다. 시작과 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려 있는 법, 내려 오기로 치면 끝이지만 거슬러 올라가자면 국토의 시작 아닌가.' (p.264)
섬주민들의 이야기지만 처음과 끝은 외지인 자애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아이를 기다리지만 아이가 없는 자애의 눈에 비친 절집 개, 반야를 통해서 섬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마지막 편은 반야의 죽음을 들은 자애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처음은 그저 그랬다. 일곱편의 연작 소설이라고 하지만, 처음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정확히 알수가 없었고, 섬 원주민들의 제주 방언을 들으면서 제주도인가 했다가, 그보다 더 외지인곳을 알아 차렸지만, 이곳이 어디인지는 알수가 없었고, 이 외진곳에 배경이 사뭇 이상하게 다가왔다. 분명 멀리 떨어진 섬인데, 품종좋은 개들과 골프카들 이야기가 처음부터 나오고 이 품종좋은 개들은 그저 주인의 욕심으로 들여와서는 잡종개처럼 키워지다 주인에게 몸보신용으로 잡혀먹히고 있으니 이 섬을 이해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자애의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고 있으면 갑자기 <회나라>민박집의 인규 이야기로 넘어간다. 인규의 이야기와 종태의 이야기가 나오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배타적이고 돈과 권력의 맛을 본 사람들의 모습은 소설 속 이야기임을 알고 읽으면서도 내겐 불편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안정효 작가의 『솔섬』이 끊임없이 떠올랐던 것 같다. 그 작품을 읽을때도 황당하고 읽는내내 불편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사람이, 사랑이 모든것을 해결한다고 하지만, 죽기 위해서 들어온 곳에서 인연을 만나는 사람들이 있고, 아낌없는 사랑으로 살아갈 힘을 주는 이곳은 묘한 곳이다. 횟집에서 해물 짜장을 팔고, 그 좁아 터진 곳에 골프카가 다니는 곳. 짜장면을 먹으면 골프카가 공짜인 곳. 어디선가 본듯 하지 않는가? 『원미동 사람들』속 '김포슈퍼'와 '형제슈퍼'가 횟집으로 짜장면집으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보호가 아닌 훼손이 되어버린 곳. 그리고 그 섬에 갇힌 사람들.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과 과거를 돌아보면 살고있는 어멍들의 삶이 섞이고, 외지에서 온 사람들의 삶이 자애가 본 '블루코너'처럼 저승에서 이승으로 올라오는 잠녀들에 삶으로 다가오는 누가나 들어오지만, 범접할 수 없는 그곳이 이 '땅끝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