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4 고우영 초한지 4
고우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렇게 초한지에 빠지게 될 줄 초한지 1권을 읽었을때는 몰랐다.  소세지같은 그림의 고우영선생님의 초한지를 읽기야 읽지만, 이렇게 신들린 듯 읽게 될줄은 몰랐다.  단순히 장기판의 배경이 된 초나라와 한나라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냥 단순하게 말이다.  아들녀석과 장기를 두면서, 초나라와 한나라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주기 위해서 읽었던 책이 이렇게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줄은 몰랐다. 

 

 

 

 3권은 유방이 장자방을 얻은 것으로 끝이났다.  유방에게 모사 장자방이 있다면, 항우에게는 범증이 있다.  업치거니 뒤치거니 이 모사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끊임없이 항우에게 유방을 쳐야한다고 말하는 범증.  항우는 여전히 범아부라 하면서 범증을 높게 보지만, 자신의 출신 성분때문인지, 비루하도 여기는 유방을 신경쓰는 범증이 가소롭기만 하다.  그런데 이사오 하지.  어찌 그리도 유방은 살아날 길이 많이 있는지 모른다.  유방을 치기로 마음 먹은 날, 장자방의 친구인 항백으로 인해서 작전은 누설되고, 범증은 아쉬어하는데, 항우는 잘됐다 생각을 한다.  비루한 자를 역습으로 죽이는게 아니다 생각을 했나보다.  속된말로 똥줄타는 건 범증밖에 없다. 

 

 유방을 어떻게 죽여야 할까?  항우가 유방과 장자방을 불러놓고 유방을 죽일때를 기다리는데, 여전히 별볼일 없는 유방을 돕는 손길이 항우측에 있다. 유방에게 술을 조금만 따르는 진평, 칼춤을 추는 항장의 칼을 막아주는 항백.  절호의 기회가 몇번씩이나 있었는데도 유방은 살아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장자방은 한나라의 춤을 추는 그림자를 본다.   그림자 또한 장자방을 본다.  "우리 한나라의재생을 위해서 지금 몸을 팔고 있는 사람.  내가 항우의 창잡이가 되어 조국 광복의 기회를 보고 있듯이 장량 저 분도 유방을 살려 냄으로써 항우의 손으로부터 한나라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네"(p.53)  다른 곳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그들이 있었다.

 

 함양의 왕이 된 항우.  먼저 함양에 입성한 장군에게 왕위를 준다고 한 팽성의 회왕은 항우가 못마땅하고 어린 회왕이 못마땅한 항우는 초패왕(楚覇王)이 된다.  초패왕이 된후 항우는 그 아름다운 아방궁을 불태우고, 빈 국고를 채우기위해 진시왕릉을 파헤친다.  이 귀중한 역사적 유물들을 자기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를 부수고 불태우고는 자금이 생긴후 모든 부하들에게 논공행상에 맞게 벼슬을 내린다.  그리고 그속에 유방도 있다.  한왕에 봉하여 파촉땅 41현을 다스리게 한 것이다.   그속에 한신도 있을까?  물론 없다.  신분 낮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항우.  비렁뱅이에 무희의 기둥서방, 남의 다리 사이를 개처럼 기어다녔던 한신을 높이 쓸일이 없었을 것이다.  범증은 아쉬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범증에 말을 듣는 듯 안듣는 항우.  장자방을 유방에게서 떼어놓아 유방은 아무 힘도 없어 보이는데, 항우옆에 있는 장자방이 계를 쓴다.  유방이 움직인 곳 파촉.  파촉으로 가는 다리를 끊어버린 장자방.  장자방의 사라짐으로 한왕을 죽인 항우.  이야기는 숨가쁘게 돌아가면서 한족 장자방과 한신은 분노로 들끓는다. 힘없는 나라의 백성은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그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같다.  유방에게 대나무쪽 하나를 주고 온 장자방.  이제 대나무 반쪽의 주인은 찾았다.  대군사가 될 유일한 인물.  유방의 한나라를 대륙을 다스리는 나라로 만들어줄 대군사.  한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사는 두개의 태양을 원하지 않는다.  너무 강한 항우와 이리저리 바람에 몸을 맞기는 유방.  이 두 인물 주변에 영웅들.  모사들과 장군들.  어느 한쪽도 기울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시소를 타듯이 왔다 갔다 한다.  지나간 역사이기에 승자에 편에서 기록되어지는 것이 현실이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유방의 태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그저 그런 유방.  이 유방이 만들어 내는 우스운 이야기들이 아직 남아있으니 더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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