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트레커 -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피 순례자
딘 사이컨 지음, 최성애 옮김 / 황소걸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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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맛을 잘 모른다. 알고 있는 커피라고는 오로지 인스턴트 커피.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나를 위해서 따로 인스턴트 커피를 준비하지 않으면 함께 커피를 못 마실 정도다.  게다가 두 잔 이상만 마시면 사랑에 빠져버린다. 심장이 어찌나 쿵쾅거리는지. 아마도, 남편을 만난것도 커피를 세 잔이나 마시고 두근거리는 가슴이 연을 만들어 줬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커피와는 인연이 있는 편인데도, 여전히 하루 두 잔 이상의 커피는 마실 수가 없다.  그래도 아침은 커피가 열어준다.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그 다음 하는 일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다 

 
 요즘은 점심식사후에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 큰 컵에 담긴 커피잔을 들고 있다.  별다방이나 콩다방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나오는 커피들.  커피를 그리 즐기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난 커피값이 이렇게 비싼지 몰랐다.  연애시절 남편이 첫 월급을 타고 사준 커피한잔 값이 2,500원 이었는데, 그 커피값이 어찌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학창시절 마시던 커피는 100원짜리 도서관표 자판기 커피였는데, 요즘은 커피 한잔에 4000원을 훌쩍 뛰어 넘어 5000원이 넘는것도 부지기 수이다.  이 커피값들을 보면서 커피원가가 비싼 줄 알았다.  원가가 얼마나 비싸면 커피 한 잔이 저렇게 비싼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사무실의 아가씨들은 밥은 안먹어도, 커피는 마신다고 하니 그 맛도 궁금하기도 했지만, 내 입에는 여전히 맞지가 않는다.
 
 그러던 차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피 순례자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자바 트레커>라는 책을 만났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상식이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생산된 커피가 미국에 처음 소개된 이후 미국 사람들을 커피를 자바라고도 부른단다.  그리고 길고 고된 여행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트레커는 지은이 딕 사이컨이 붙인 말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커피를 통해 좀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아름다운 여행자를 '자바트레커(javatrekker)'라고 말하고 있다.  딕 사이컨은 소비자에게는 유기농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대안무역을 하는 소수의 커피 업자들, 그들을 바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커피 순례자 자바트레커라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커피나무를 찾아봤다.  커피나무의 열매가 이렇게 붉은 색인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분포지역이 이렇게도 널리 퍼져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커피하면 TV선전 때문일수도 있지만, 에디오피아의 옷을 멋지게 입은 검은 성녀들이 고르는 황금의 커피알갱이를 떠오르던 나의 무지에 고개가 숙여졌다. <자바 트레커>는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며, 커피 로스터이기도 지은이 딘 사이컨이 커피 생산지를 돌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운 10여년에 걸친 길고 고된 커피 세계의 여정을 담고 있다.  대안무역사업이 주지만, 그보다 갖가지 모험여행과 생산지 원주민들의 문화들이 곳곳에 나와있다. 거기에 딘 사이커의 유머가 한몫을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 졸이고, 어찌될까 손에 땀이 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떻게 좀 했으면 좋으련만, 그 와중에 친구의 죽음도 보게 되고, 생산지의 여러 주술적인 경험들도 같이 소유 하게 된다.   딘 사이커는 참 솔직한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숨 죽이다가 미소를 짓게 하고, 깔깔거리게 하기도 하고, 그러다 너무나 속상해서 가슴이 아파오게도 하는 솔직한 글솜씨에 놀라게 되니 말이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글을 잘쓴다고 하면 우습겠지만, 내게 그렇게 느껴지니 그렇다.  딘 사이컨은 커피 한 모금 한 모금마다 담겨져있는 21세기의 중요한 사회.정치, 경제적 이슈들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그 속에서 참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화, 이주, 여성, 환경, 원주민 인권 및 자결권까지.  콜롬비아에서의 무지에서 오는 상품의 가치하락과 커피에 기생하는 박테리아, 로요. 그리고 너무나 무서웠던 죽음의 열차까지 말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값의 99%가 코요테(커피중계상)와 대기업의 몫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책을 읽은 후에 마시는 커피의 맛이 사뭇 다르다. 커피를 따는 아이들과 여인들이 생각이 나고, 몇 센트의 커피값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조합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가슴이 아려온다.  내가 마시는 이 한잔의 커피에 얼마나 많은 땀과 피가 섞여 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커피순례자, 그 가운데 있는 대안무역의 착한 커피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 틀림이 없다.  그리고 커피를 마실때마다, 같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커피값의 99%에 대해서, 커피를 따는 아이들과 여인들, 죽음의 열차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에스프레소 한 잔하게 적선해달라는 에디오피아 거지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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