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 1659년 5월 4일의 비밀
오세영 지음 / 시아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커다란 가방속에 책을 넣고서 회사마다 책을 대여해주던 아저씨가 있었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하던 스무살 무렵에 말이다. 그때 오세영 작가의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만났었다.  7시출근 11시 퇴근이 당연시 되던 그 시절에 책은 유일한 탈출구였고, 인터넷 책방 사이트가 없었던 그 시절에 일주일에 한번씩 회사로 찾아오던 아저씨의 커다란 가방속은 파라다이스였다.   그리고 근 20년이 되어가는 지금, 나는 그의 책을 다시 만났다. <북벌>

 

<북벌>을 읽기 몇일 전에 읽었던 책이, 연암 박지원에 관한 책이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허생전>에 내용을 알게 되었다. 허생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변씨가 소개한 인물, 이완이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도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북벌>은 <허생전>의 끝과 함께 맞물려서 시작된다.  이완은 허생을 찾아가지만 사라져버렸고, 다시금 허생이 등장하고 있다.  북벌..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

 

작년에 이슈가 되었던 책 중에 <소현세자>가 있었다.  실리를 추구하지만, 유약하여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이드는 소현세자, 그리고 그의 동생, 봉림대군. 인조의 후임으로 봉림대군이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봉림대군이었던 효종은 북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조선의 북벌 계획은 효종 9년(1658)에 있었던 나선 정벌로 그간의 준비가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한다.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훈을 세우고 돌아온 훈련도감 종사관 윤헌은 이완의 호출을 받는다. 조선의 청나라 공격에 남몰래 협조를 하던 명나라 출신의 거상 왕유정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이다.  사건을 조사하던 윤헌은 거상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닌 치밀한 살인임을 알아낸다.  그리고 남명에서 보낸 밀서를 찾기위한 두뇌게임이 시작된다.

 

입으로만 북벌을 외치는 송시열을 중심으로 북벌에 반대하는 서인과 소현세자와 함께 하였기에 효종을 몰아내고 소현세자의 숨겨놓은 아들을 왕위에 올리는 것을 자기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는 성명욱.   이렇게 각각의 이익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조선군의 출병을 요청하러 온 청나라 사신의 도착을 계기로, 출병을 강행하려는 효종과 이완 등 북벌파와 송시열을 중심으로하는 서인 그리고 성명욱 등의 소현세자파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은 <북벌>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다. 1659년 5월 4일 <효종실록>은 그날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벌써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독살이 의심되는 효종과 미완으로 끝나버린 북벌 정책을 말이다.  그리고 오세영 작가는 그 짧게 다뤄진 <효종실록>속의 행간을 <허생전>과 맞물려서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단편 사료들을 모으고 작가의 상상력을 꿰어 역사의 그늘에 묻혀졌던 사건들과 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강한 생명력으로 인해, 읽는 이들조차도 흥분하게 만들어 버린다.

 

북벌이 미완으로 끝났음을 알고 있음에도 책은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종횡무진 못하는 것이 없는 젊은피, 윤헌의 활약상은 홍길동을 보는 듯 하다. 게다가 그에 옆에서 자신의 생명을 걸고 윤헌을 돕는 선원원.  소현세자편에 있는 성명욱과 성명욱에 손에서 자란 이한매. 박석주라 불리는 소현세자의 아들, 이주와 궁녀 묘선.  어떤것이 옳은 길인지는 그들이 처한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구편을 들수도 없다. 효종의 입장과 소현세자가 왕이되었어야만 했다고 믿는 성명욱의 입장이 다르니 말이다.  그래도 이들의 치밀한 두뇌싸움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장기나 바둑을 둘때 고수들은 몇수를 본다고 한다.  책 속의 윤헌과 성명욱이 그렇다.  보통사람들은 생각조차 못하는 일들을 하면서 독자들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말이다.

 

<북벌>은 나라의 힘을 이야기 한다.  책 속 인물들이 이렇게 싸우는 것 또한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강하지 않기에 청에 임금이 머리를 풀고 맨발로 머리를 조아렸고, 세자를 볼모로 보내야만 했으니 말이다.  나라는 강해야 한다.  백성이 믿고 살기위해서도 강해야 하고, 그 백성이 강해지기 위해서라도 나라는 강해야 한다.  <북벌>이라는 미완의 끝이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는 이 나라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 힘을 모으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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