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네 기생 - 구슬픈 거문고소리에 살구꽃송이가 무심히 흐드러진다
장혜영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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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나'는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친일 발언으로 세상으로부터 공격받은 아버지를 따라 그의 고향인 회령이 마주보이는 삼합진으로 여행을 오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내 할머니가 기생이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할아버지는 일본 군인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온 나는 정신적 충격을 받게되고, 아버지의 행적을 찾게된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이 된다.

 

한국인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그렇게 살아온 '나'라는 인물에게 가치관을 바꿔야하는 일생일대의 위기가 찾아온것이다. 처음 몇장은 이렇게 이야기가 '나'에게 초점을 맞추는 듯 하다가, 카이네 기생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야기의 배경이 함경북도에 있는 회령지방이라 카이네라는 단어가 회령을 이야기하는 줄 았았다. 사전을 찾아보니, 카이네라는 일본단어의 뜻이 "매값, 산값, 매입가"라는 뜻을 가진걸 보니, 팔려온 기생정도의 뜻인것 같다.  팔리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의 상관이 없다. 누군가 물건의 값을 매겨 팔고, 파는 사람이 있으면 팔리는 것이 상도다. 그런데, 그 물건이 사람이라면 그때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인신매매를 그냥 읽어내릴수 있는 이유는, 이 글의 시대배경이 일제 강정기이다.

 

살구꽃같이 예쁜 아이, 행화.  때를 타면 돈을 번다고 회령으로 갔다가 꽃같은 월아에게 빠져서 가족을 모두 데리고 회령으로 이주한 아버지. 그리고 서낭당과 모든 신들이 자신의 가족을 지켜주리라 믿는 어머니, 서낭.  그들의 이야기. 11살의 나이에 오라버니 구한다고 예기가 된 아이.  그 아이들 데리고 기생집으로 향한 어머니.  아니,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아편을 사야한다면서 손녀딸을 기생집에 팔아버린 할아버지.  윤리적으로는 절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것만 말이 안되는것이 아니다.  일본대장의 아이를 갖고, 오라버니를 구해주지 않았다고 칼을 갈고, 자신의 여자가 죽이겠다는 그 말한마디에 자진을 하는 일본대장. 그의 아이가 3대 독자라는 이유로 행화와 아이를 극진하게 대하는 일본인 부모.  한발 뒤로가서 보면 이건 아니야 하면서도, 읽혀내려간다.  그 시대가 그런 시대였으니까.  그 시대에는 더한 일도 일어날수 있는 시대였으니까.  여자라는 이유로 사람취급 안하고, 조선사람이라는 이유로 땅을 기었던 시대였으니까.  그 아픔이 오죽했을까? 

 

소설 속 '나'의 정체성의 문제를 논의하다가, 나오는 '행화'의 삶은 모든것을 잊게 만든다.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근본적인 잘못은 아무도 아니다. 백성을 지켜주지 못한 나라의 잘못이 아닌가?  어느 누가 통치를 하던 아무 상관없는 민심. 그저 배부르기만 하면 문제 없을것 같은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 하나씩 둘씩 피어나기 시작하는 독립의 열망.  책은 이야기한다.  어찌, 행화가 몸을 파는 여자만 될수 있냐고?  행화는 일본군인을 죽인 독립군이라고.  그것으로 '나'의 정체성이 해결될 수 있지는 않다. 독립군 할머니를 두었다한들, 여전히 그의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죽임을 당한 일본대장이니 말이다. 

 

나는 누군가라는 물음은 언제나 숙고를 하게 만든다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소설 속 '나'에 대한 결론을 내려줄 수 없음은, 이 글 속에 역사가 들어있고, 그 역사 속에 우리의 삶이 녹아져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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