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님 발자국 베틀북 오름책방 4
황선미 지음, 최정인 그림 / 베틀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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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님 발자국.  도둑놈이 아니라 도둑님이다.  황선미작가의 <도둑님 발자국>. 황선미 작가의 글들을 참 좋아한다.  처음 큰 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나쁜 어린표>를 빌려왔던 날,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아이도 책이 재미있었던지, 그런류의 책을 계속 빌려왔는데, 모두다 황선미 작가의 책이었다.  <일기 감추는 날>,<처음 가진 열쇠>,<들키고 싶은 비밀>, <초대받은 아이들>을 읽으면서 황작가의 글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을때의 그 잔잔함이란...  그런 황선미 작가의 <도둑님 발자국>이다.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읽고 싶은 욕망이 아이보다 먼저 일고, 눈이 먼저 책을 찾았다.

 

앞표지는 도둑이라고 하기엔 귀여운 인물이 뭔가를 끌고 가고 있다. 그리고 예쁜 글씨의 도둑님.  도연이가 발자국을 보고 놀라고 있는데, 도둑이 끌고 가는 것을 보기위해서는 뒷표지로 넘겨야 한다.  책 뒷표지.. 도둑이 끌고 가는 건 가족사진이다. 곰인형같은 강아지도 있다.  그리고 보이는 문장.

 

"내 동생 상연이가 사라졌다!"   '발자국이다! 도둑놈 발자국'  나는 침을 꼴딱 삼켰다. 물결무늬 신발 자국.  뒤꿈치까지 찍히지 않아서인지 발자국은 작아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진 물건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돈 만 원, 박하사탕, 냉동 볶음밥, 가족사진 그리고 내 동생, 상연이가 사라졌다!

 

도둑이 상연이를 데리고 갔을까?  도연이와 상연이는 형제다. 그리고 그 집엔 야론이라는 개를 키우고 있었는데, 주인집 아줌마가 싫어하셔서 이모네 집으로 보내버렸다. 아빠는 돈을 잘 못버신다. 엄마는 볶음밥을 잔뜩 만들어서 냉동실에 얼려놓고는 밤에 들어오신다.  도연이와 상연이는 학원을 갔다가 반지하 방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그날은 도연이가 바이올린학원을  땡땡이 치고 PC방을 다녀왔더니,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정말 도둑이 들었을까?  그런데, 참 이 도둑 무지하게 시시하다.  가져간다는 것이 이렇게 시시한 것만 가지고 가니 말이다.  3만원도 넘게 돈이 있었는데, 만원만 가지고 간것도 그렇고...  그런데, 상연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연이와 야론의 이야기.  도둑놈과 도둑님 이야기.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고 착각하는 가족의 이야기.  하지만,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  <도둑님 발자국>은 그런 이야기이다.  책머리에 황선미 작가의 반지하방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어릴적 반지하방이 생각났다.  도둑은 왜 그리 아무것도 없는 집엘 오시는지...  허술해서 그렇겠지...  내 어릴적 도둑은 반 지하방을 정말 싹 뒤집어 놓고는 문간에다 응가까지 하고 사라졌었는데... 무얼 가지고 갔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지만, 엄마의 슬픈표정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황작가님의 그 시절 카메라와 카세트를 생각해내는것 처럼...

 

황작가님의 책은 참 곱다.  아이들을 생각하게 해서 좋다.  물결무늬 발자국으로 시작해서 잃어버린 게 있다.  잃어버린 게 또 있다!  잃어버린게 아주 많다!  우리들의 도둑님....으로 끝나는 이 예쁜 책.  아이가 읽기 전에 먼저 읽어버렸다.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황작가님 덕분에 아이가 또한번 엄마와 함께 행복해질 것 같다.  언제나 후회없는 선택... 황선미 작가의 좋은 글들이다.  도둑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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