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새 - 상 - 나무를 죽이는 화랑 Nobless Club 8
김근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알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알고 있다고 여겨왔던 생각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다른 사상으로 덮어져 버리는것.  어떤 것이든, 이러한 이유때문에 책을 놓을수가 없다.  소설속에 등장한 서다함처럼 나는 그렇게 책을 벗어나서는 살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바리데기이야기를 처음 만난건 아이와의 공연이었다. 바리데기 이야기를 표현하면서 저승과 이승을 오고가는 공주가 참 곱게 그려져서, 예쁘다만을 생각했었다.  그리고 황석영작가의 <바리데기>. 분명 읽었는데, 바리데기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 바리데기의 이야기가 새롭게 각색이 된 책 한권을 만났다. 바리데기 뿐만 아니라, 주몽과 처용이 너무나도 새롭게 각색된 이야기.  읽으면서 이럴 수도 있구나.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런 책을 만났다.
 
<피리새> 이름이 곱다.  책 제목을 보고 이 새가 궁금했다.  피리새라는 새가 있을까?  이 피리새는 되샛과의 새로 몸 길이가 15cm정도라고 한다. 머리꽂지와 날개, 꽁지가 검고, 초식성으로 낙엽수림에서 겨울을 보낸다. 주로 유라시아 대륙의 북부에 분포하고 있고, 피리새라는 이름말고 멋쟁이라고도 불린다.  이 멋쟁이라고 불리는 새, 피리새는 새이기도 하지만, 소녀다. 15살의 여린 소녀다.  피리새라는 이름의 소녀. 그 소녀를 만났다. 피리새라는 이름처름 목소리가 고울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 소녀, 말을 하지 않는다.  정말 못하는 것일까?  이 소녀 곁에 있는 너무나 자기만 아는 남자, 바오 가람. 화랑이란다.  신라시대가 배경일까?  아니다. 화랑이 나오고 처용이 나오지만 삼국시대 이야기는 아니다.  이야기는 서야라는 왕국이 중심이다.  이 서야 왕국엔 딸만 여섯이 있다.  달이장, 별이장 공주를 시작으로 미루공주까지. 공주만 있으니 왕위계승에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이건 이 왕국이 이야기의 중심 배경이란 말이지, 공주님들 이야기가 중심 이야기는 아니다.
 
귀신을 볼수있는 소녀 피리새와 나무를 죽이는 숙명을 타고 태어난 화랑 바오가람. 이 두 인물과 그둘의 뒤를 케는 사람들. 또 그 뒤에 왕비 미리부인까지.  이야기를 다 하면 재미가 없어져서 이야기를 할수는 없다. 하지만, 왜 나무를 죽이는 숙명을 타고 태어난 화랑이라고 할까?  이 책에서는 신목이라 불리는 나무들이 나온다. 먼 옛날 하늘에서 신령스런 나무 신단수를 타고 신인이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전설때문에 생긴것이 신목인데, 이 신목이 숭배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 신목이라는 것의 대부분이 나무 귀신이 붙어있는 나무라는 것이다. 그 귀신을 보는 피리새. 하지만 피리새는 고운 목소리가 입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귀신들이 몰려들고, 그걸 막을 수 있는 것은 가람뿐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야기 한다.  말할 수 있으나 말하지 못하고 공주이나 공주가 아닌 피리새라고. 어느날 갑자기 서야의 일곱번째 공주가 되어 바오가람과 함께 서역으로 떠나게 되는 피리새.
 
이야기는 흥미롭다.  내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들을 소설이라는 이름아래 몽땅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린다.  화랑신검을 용의 아들 처용이 만들어 처용의 얼굴을 새겨놓고,  주몽은 하나의 직책으로 나온다. 그래서 몇대 주몽, 몇대 주몽이라고 나오는데, 이 주몽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하기도 하고, 주몽이 가지고 있는 천궁은 무지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바리데기 공주. 저승과 이승을 오구갈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 공주는 무엇일까?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이 이야기들이 합쳐져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화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이 책부터 읽는다면 머리좀 아플듯 하다. 그래도 책 두께를 봐서 아이들이 먼저 읽을 일은 없을 듯 하니 다행이다.  <얼음나무 숲>을 시작으로 해서 루크미디어의 나오는 나무들은 두렵다. 몇일동안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읽어서 그런지 내게 미치는 느낌이 다르다.
 
가슴절절한 사랑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했지만, <피리새>의 사랑이야기는 가족애이다.  너무나 오래되어 한솥밥을 먹어 식구가 되어 버린 가족애.  그래도 오누이를 보듯 피리새를 지키는 가람의 사랑이 절절하다.  자신의 숙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피리새나, 운명을 선택하는 가람.  이 풍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김근우 작가의 박식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는 이야기 한다. <피리새>는 한 마디로 강위를 날으는 한마리 새라고. 책을 덮고 난 후 작가의 그 한마디가 모든것을 대변함을 느낀다.  너무나 간결하고 깔끔하게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줬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권의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귀신의 존재도 흥미로웠지만,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의 박수를 보낸다.  재미있었다.  바리데기 피리새보다 가리박사의 존재가. 익살맞고, 흥미로운 가리박사.   멋지다. 그렇게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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