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가 큰 아이들
윤병훈 지음 / 다밋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작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복도를 다니는 법을 배웠단다.

소리내지 말고 한줄로 조용히.

그렇게 다녀야 선생님이 칭찬스티커를 주신단다.

아이들 책 중에 <나쁜어린이표>라는 책이 있다.  요렇게 발소리를 크게 내는 녀석들에게 주는 표다.

그런 점에서 윤병훈 신부님이 이끌어가는 양업고등학교는 나쁜어린이표 일색일듯 하다.

 

양업고등학교는 대안학교다.

내가 알고 있는 대안학교...

서구 교육계의 얼터너티브 스쿨(alternative school)'에서 나온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억압적인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학교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80년대부터 입시지옥과 청소년 범죄, 폭력이 판치는 비인간적 학교에 대한 반발을 계기로 대안학교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대안학교하면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자유분방한 학교도 생각나지만, 그와 함께 문제아들의 학교도 떠오르는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양업고등학교는 그런 '문제아들의 학교'같은 곳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 나와있는 아이들과 선생님과의 문제들, 아이들 자신의 문제들을 보면서 그런생각을 더 하게 된다.

오죽했으면, 학교가 들어서려는 부지마다 결사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을까?

하지만, 윤병훈 신부님은 이야기한다.

이 모든 청소년들의 문제는 결국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희생물이라고. 어른들이 이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마땅히 지녀야한다고 말이다.

 

양업고등학교 13년동안, 이 학교를 거쳐간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입학을 시작으로 10년의 졸업까지 이어지면서 윤병훈 신부님은

자신의 제자들 이야기를, 제자들의 부모와 선생님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야기들은 상당히 짧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그 호흡과 함께 윤병훈 신부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가슴이 먹먹해 지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중.고등학교때를 흔히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그만큼 완성되지 않은 시기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완두콩과 같은 시기이다.

하지만, 그때만큼 아름다운때가 또 있을까 싶다. 겪는 입장에서는 그렇다.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무서운 시기이다.  중.고등학생만큼 무서운 존재들이 또 없으니 말이다.

주관이 완성된 시기도, 존재의 확신이 있는 시기도 아닌, 물인지 불인지 모르고 뛰어들수 있는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럽지만 그 사랑을 표현할줄 모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어떻게 감싸고 안아줄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것이 윤병훈 신부님의 최대 과제였을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는 결국 서로간의 신뢰의 문제라는 것을 윤병훈 신부님은 몸과 맘으로 체험을 하신다.

 

신부님과 교장선생님중에서 어떤게 더 어울리는 분일까?

신부가 사역을 하는 분이니, 학교의 장과 신부는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제자들을 사역하여 하나님 나라로 이끄는 일꾼들을 만드는 예수님처럼, 윤병훈 신부님은 그렇게 아이들을 일꾼으로 만들어가고

계신다. 10년이 훌쩍넘어 버린 지금, 그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일꾼으로 성장을 해서, 또 다른 아이들을 이끌고 있다.

편견과 아둔으로 '문제아'로 낙인찍혀졌던 아이들을, 그 아이들의 행동의 문제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인내하면서 아이들을 아이로

바라보는 스승.

그 스승의 가르침에 고개가 숙여진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조차도 내 뜻대로 안되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처럼 예수님의 귀한 어린양을 어린양으로 바라보는 스승의

맘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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