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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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는 고흐가 아니다.. 그의 힘들고 고난했던 과거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들인 시간은 아까우리만치 길고 지루했다..별 시덥잖은 일들을 하면서 이익에 눈이 먼 속물이기보다 순수한 자유를 갈망하는 예술가이기를 선택했다는 그의 목소리는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끊임없이 가난하게 살았으며 그것에 익숙해져 가난하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사는듯 보이는 모습에는 과연 정말 그것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지금껏 폴 오스터가 써온 그리고 우리말로 번역된 그의 책 중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일기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단조롭고 사실의 나열이며..한사람의 연대기라기엔 필요없는 군더더기가 적잖이 눈에 띈다.. 폴 오스터가 누구인가에 대한 그 자신의 목소리이기에 한번쯤, 그의 추종자라면, 읽어봄직하지만..결코 그의 작품을 들어본적조차 없는 이에게는..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혹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지금의 성공에 비추어 또 하나의 역경을 이겨낸 성공스토리로 그려보고자 한것일까..모르겠다...그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는... 다만...말했듯이..폴 오스터는 고흐가 아니며..그가 존경을 받을만한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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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발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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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존재는..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걸까...아버지라는 이름은 항상 나에게 부정의 의미를 묘하게 담은 것이었다..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에..나의 망설임은 너무 컸나보다...그의 목을 끌어안는 순간에도...내 몸은 뭔지 모를 거부감에 부르르 떤다..아버지란 사람...내 그를 이해하기엔 아직 시간을 덜 살아봤다....미워했던적도 있다...아니..그런 아이같은 마음을 다 잊어버린 후에도..나는 한구석에..증오섞인 눈빛을 숨겨두며..때때로 그를 향해 겨누었다...그의 손에 나의 뺨이 붉어지는 때..술기운에 밤새 푸념을 늘어놓는 때..그리고...내가 결국엔 그를 닮았다는 사실을..인정해야만 했을때...나는 내 안에 그를 향한 총을 수없이 쏘아댔다..

나는..평생...그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어쩌면 이해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관계를 내가 정의하려 드는 것일런지도 모른다..강해야 했던..한없이 강하고 무너지지 말아야 했던...나의 아버지라는 사람....어쩌면..나는 평생...그를 사랑한다..말할 수 없을지도...모르겠다..그리고...나를 보며..내 목을 끌어안으며..몸을 부르르 떠는 조그만 아이의 눈 속에서...내 아버지가 그랬던것처럼..나를 발견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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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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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식상하다..'개미'라는 평생 다시는 못볼것같은 거대하고 어마어마한 작품을 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범작들을 연이어 내놓는 그를 보며 더 이상 '새로움'이란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어느 누구도 그에게 더 이상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기대하지 않으며, 그가 말하려는 다른 시선이라는 것에도..동의하지 않는다..열렬한..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지지자였는데...세상은 많이 변했고..시간이 많이 흘렀다..

'뇌'는 전형적인 베르나르 베르베르표 책이다..주인공들은 3년 전의 (3년이었나..-.-a) '아버지들의 아버지'의 두 주인공들이며 그들은 이번에도 말도 안되는 편집장이 군림하는 잡지의 커버스토리를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한다..두개의 혹은 세개의 스토리를 연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도 그대로이며..세상과의 커넥션에 이상하게 집착하는 모습도 그대로이다..'뇌'는..어쩔 수 없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진이 커버 안쪽에 들어간 책이다..문제는...그것 때문인지..이 '뇌'라는 책..아주 재밌다는거다...

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번도 심각한척 한 적 없는 작가였다..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생생한 이야기마냥 언제나 조금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었고 그런 색다른 경험에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하에) 사람들은 열광을 했다...그럼에도 사실..그의 이야기들은 심각한 적이 없다...심각한건 그의 추종자들이었을뿐...(그점에선 나도 유죄다..)

그런 생각을 하며 보고나니 그저 재미밖에 안남았지만..(-.-a 베스트셀러 작가에게서 사실 너무 많은걸 바라는 것도 무리다..) 그가 가장 잘 하는게 그런거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거다...읽고 나서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난 느낌뿐이지만..그게 베르나르 베르베르고..그게 '뇌'다...


진정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인지..인간의 두뇌에서 그것을 자극하는 부분이 어디인지..고민을 해보는 건..역시 그의 추종자들과 열렬지지자들의 몫이다...나같이 그의 아우라를 벗어난 (그리고 한번도 그 아우라에 들어가본 적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읽고, 즐기고, 덮어버리면 되는거다......그게...'뇌' (원제가 훨씬 마음에 든다..'최후의 비밀'이었던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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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도시
폴 오스터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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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폴 오스터는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선택이었다..그의 작품들을 읽으며 느꼈던, 끝없이 추락하는 주인공들의 상실감과 절망같은 것들에, 사실과 상상을 혼동하며 머리를 흔들었던 기억들...그 반복되는 피로가 지겨워 폴 오스터라는 이름만으로 들었던 책마저 내려놓는 지경이었으니... 그는 나에겐 항상 최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또한번 그의 책을 집어들었던것은 '폐허의 도시'라는 왠지 모르게 끌렸던 제목 때문이기도 했지만..그가 다시한번 절망속으로 몰아넣는 주인공이 그의 작품에서는 드문 '여자'였다는 것 때문이었다..(이것은 변명이다..너무도 뻔한, 너무도 유치한..)

6일동안..다시금 사실과 내가 지어낸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을 혼동했고..마치 to be continued ..처럼 맺는 결말뒤에 책을 덮고 앞에 놓인 흰 콘크리트 벽을 바라보면서까지도 나의 카오스는 멈추지 않았다..

..폴 오스터, 그의 이야기는 끊을 수 없는 마약이며, 나을 수 없는 병(病)이고..잊을 수 없는, 잊혀지지 않는 기억같은 것이다.. 다시금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를 자위하며 그의 세계를 엿보려 하겠지..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며...나에겐 애초에 선택권이 주어진적 없었다 자조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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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랄프 레이튼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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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황당하다..'KYZYL' 이라는 그 나라의 수도이름에 모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그곳을 가보고 싶은 이유가 될 수도 있다니...무엇인가에 관심과 호기심이 생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솔직히..말이 되는 소린가..도대체가 단지 그 이유 때문에 그곳이 가고 싶어진다는것이 말이다...

어디론가로 떠나는다는 것 자체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마치 점령을 하듯 시간을 쪼개고 쪼갠 스케줄에 쫓겨 휴양지에서마저 바쁘게 깃발을 쫓아다니는 우리네식 '여행' (아니..'관광'이라고 해야 할까..-.-a)에 길들여진 사람들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을법한 이유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여정기는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그리고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냉전이라는 시대정세에 따라 희비를 오가는 주인공들의 한숨과 웃음이 그대로 내게 전달되며, 마치 나 또한 함께 여행을 준비하는 동료로서 그동안의 기록을 들추어보며 흐뭇해지는 기분이었다...

결국엔 가고자했던 그곳을 방문하지만, 그들이 기대하던 그곳이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음에 실망을 해서였을까..아니면 리처드 파인만과 함께 할 수 없었던, 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정작 여행당시의 일정을 짧게 맺고 있는것이 아쉽지만.. 다른 이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함께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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