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죽음들 -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가 과학수사에 남긴 흔적을 따라서
브루스 골드파브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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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만 해도 법의학이라는 분야는 미드에서나 볼 수 있는 분야 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TV프로그램에서 자문위원으로 자주 등장하는 법의학자들을 만나볼 수도 있고, 유명하신 분들도 꽤 된다. 미드를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법의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고 이 분야의 개척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이 책 한권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작은 죽음들>은 법의학이라는 분야가 없었을 당시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있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때가 아니라 법의학이라는 학문에 기반하여 범죄를 수사하지 않을 때부터라는 말이다. 저자가 말하길, 총탄으로 인한 구멍이 난 옷에 손가락을 넣어보기도 했다고 하니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증거 훼손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때는 인지도를 통해 현재의 법의학자들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전문성은 없지만 동네 장의사 같은 사람들이 이를 맡아 했었다는데, 전문성이 시작된 것은 바로 '리'라는 여성 학자로부터였다. 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이 책은, 법의학만이 궁금해서 읽기시작한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주기도 할 것이다. 누군가의 생애를 읽으려고 한 의도가 없었다면 특히 말이다. 하지만 책의 서두에서 말하는 것처럼 법의학에 있어서 '리'의 역할은 없어서는 안 됐고, 그녀의 손길이 끊긴 법의학 대학의 실험실은 엉망이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손길은 바로 지원을 말한다. 그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연구가 계속되었던 곳이 그녀의 지원이 끊기는 것만으로도 활성화되지 않을 정도이니 그녀의 영향력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법의학자의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삶에 있어서 법의학은 연구와 연구를 거듭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당시의 남성들로부터 나이 든 여성이 전문성을 갖고 움직이는 것에 대한 나름의 편견을 이겨내는 것도 한 몫을 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길이었고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길이지만 그녀는 결국 성공했고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법의학을 TV프로그램으로 재현하거나 허구의 내용으로 보다가 막상 텍스트로 실제 내용을 접하니 살짝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더라도 실제와 가상은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으로 인하여 법의학의 기원을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한 번 보고 끝나지 않는 법의학에 대한 지식이 생겼으니 말이다. 법의학의 시작과 그리고 그 과정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현대 법의학에 이르는 과정을 보며 조금 더 법의학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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