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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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철학이다. 벌써 여기서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드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철학이라는 학문이 결코 쉽지 않은 길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철학이 무엇인지 왜 철학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예전이라면 공감하지 못했을, 또는 지금의 누군가도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일 수 있지만 간략하게 말하자면 "삶이 고통 속에 있을 때, 버텨 나가야 할 힘이 필요할 때 철학이 필요하다."에 동의한다. 저자는 이 철학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바로 어머니가 병을 얻게 되셨을 때라고 한다. 자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철학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철학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 등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다루는 학문, 철학이 결국 저자에게 꽤 큰 도움이 되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철학이 왜 그 순간에 필요했는지에 대해 한 챕터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행복과 행복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행복과 행복감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행복감은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행복은 그렇지 않다. 행복은 무엇이 행복한지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고 한다.


읽으면서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등장한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철학자들이지만 이들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반의 반도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자가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깊은 이해는 직접 해당 철학자들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보충하는 느낌으로서는 충분했다. 가장 읽고싶었던 파트이자 기억에 남는 부분은 노년의 삶에 대한 부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바뀌는 게 많다. 이는 자신이 스스로 느끼기 전에 부모의 변화하는 모습일 보며 느낄 수 있다. 저자 역시 퇴화가 아니라 변화라고 말을 한다. 이 책에서도 시간을 되돌리는 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도 봤었는데, 사람을 둘러싼 환경의 중요성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지금의 시간으로부터 20년 전의 상황으로 꾸며놓은 곳에서 생활을 하게 하는 노년층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시대 이후의 이야기는 할 수 없다. 그 시대 이후의 물건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계단을 오르거나 물건을 옮겨야 하는 일들도 발생한다. 자신은 지금보다 20년이 젊은 사람이기 때문에 행동해야 할 것들이 달라진다. 그리고 결과는 조금 더 살이 오르거나 건강해지게 된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삶, 지금의 삶에 충실한다면 삶이 조금더 (물질적이 아닌) 풍요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철학'이 등장해서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그저 편견이었다. 읽으면서도 종종 등장하지만 미움받을 용기를 쓴 저자다운 주제이자 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에 후회가 가득한 사람이라면, 조금 더 자신의 삶에서 행복이 무엇인지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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