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지음, 조은별 그림 / SISO / 202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제목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회사원 모씨의 하루를 읽을 기회라니,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란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회사원 서소 씨는 무엇인가 다른 점을 갖고 있다. 그는 삼십대 후반의 남자, 어느날 갑자기 직장을 나가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읊은 후에 그는, 가장 마지막에 말한 정직 처분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직이라니, 하면서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회사에서 정직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물론 저자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다. 저자의 억울한 부분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그가 받은 타격을 생각한다면 회사원 서소 씨의 하루는 마음 편한 하루하루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그의 첫 날은 이런 정직 처분 따위라는 생각을 날려버릴만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하루였다. 이왕 이렇게 된거 계획적이라기보다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해보자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에게는 단지라는 강아지 친구도 있다. 첫날 단지와 함께 오전/오후의 산책을 마치고 숙면을 취하는 단지를 옆에 두고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하는 그에게서, 회사원이 하루하루 꿈꿨던 그 자유가 느껴졌다.


회사원 서소 씨는 망원동에 살고 있다. 그가 이혼남이라는 사실이 이 부분에서 밝혀지는데 이혼남이건 무엇이건 상관없이 그 전의 삶처럼 원룸에서 살고 싶지는 않아 조금 더 비싸게 가격을 주고 산 집이라고 한다. 이 집의 가치는 누군가는 어렵게 찾아와야 할 맛집이 바로 집 앞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저자,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회사원 서소 씨의 하루는 회사와는 상관없이 흘러간다. 물론 아침 일찍부터 업무 전화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이내 곧 사라지고는 만다. 그의 생활은 회사가 아닌 망원에서의 하루하루로 채워지게 된다. 이 동네가 무척이나 펫 프렌들리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대박이라는 연결 고리로 인해 회사원 서소 씨는 새로운 일상을 맞게 된다. 그의 일상은 매일이 같거나 다르게 흘러가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들춰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산문집인가 소설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필력에 대한 감탄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결말은 회사원 서소 씨의 일상은 정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알차게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원인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기대를 갖고 시작한 책이었는데, 처음부터 반전의 연속이었다. 어떤 소재로 이끌고 나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일상을 이렇게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무엇보다 낯설지 않은 서소 씨의 일상이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일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의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공감이 큰 여운으로 남는 책이었다. 조용한 시간에 푹 빠져 읽고 싶은 책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적임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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