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노인 - 나는 58년 개띠, '끝난 사람'이 아니다
이필재 지음 / 몽스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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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한 글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전에도 글을 쓰는 업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글을 쓰는 업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고 하시니, 글에 관해서만큼은 어느 누구에 뒤쳐지지 않을 감각이 들어 있었다. 글이라는 것은 단순히 글만 잘쓴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대부분이(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말 또한 잘하기 마련이다. 저자의 이런 탄탄한 필력이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한껏 감성적이게도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을 표현하자면 '어린의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가 아닐까 한다.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는 차고 넘친다. 근데 어른의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는 아마도 접해 보지 못했다. 있다고 한들 은퇴 이후의 삶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저자의 글과 같은 '글'은 만나보기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정년 퇴직보다 조금 빠르게 퇴직을 하고 지금은 그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글 속에 종종 숨어 있는 위트 있는 문장들은 읽으면서 저자의 솔직함에 매료되기도 하고, 이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이제 가장 노릇은 와이프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문장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일에 대한 역할 분담이 바뀌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 말을 이렇게 나름 피식 웃음이 나는 문장으로 표현해 낸 것이(생각해 보니 무척 진심이었으리라 생각이 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맴돌았다. 어른의 어른을 위한 이 에세이는 저자의 성향을 그대로 담아냈다. 어른의 어른인 '노인'이 되면 보수적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저자는 아직도 진보적이라고 한다. 뭐 나이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사람은 안 변한다고 하지들 않는가.


저자의 삶이 단순히 저물어 가는 '끝난 사람'이 아니라 나는 아직도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 것이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 같아 읽는 내내 힘이 느껴졌다. 나이가 들었으니 주변 정리로 내 삶을 정리해 봐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글들이 마지막까지 글에서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들었다. '진보적 노인'이라고 표현한 저자의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른의 어른을 위한 에세이'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에세이의 느낌을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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