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기억법 - 영원한 것은 없지만, 오래 간직하는 방법은 있다.
김규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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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작은 일상, 그리고 그 속의 발견을 툭툭 써내려간다. 저자가 말하길 저자는 발견가가 어린 시절 꿈이었을 거라 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 자체로 멋진일이다. 저자는 5개의 파트로 나누어 일상 속 발견과 그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와 함꼐 저자의 사진이 담겨 있다. 다른 사진들과 다르게 저자의 글과 사진에는 의미가 있다. 가령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부분에서는 동시에 9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가 있다. 그것도 두개의 시계가 동시에 말이다.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얼마나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마 이게 저자가 말하던 그 순간이 아니었을까. 매일 좋아한다고 고백하다가 막상 그 사람 앞에 가면 눈을 피하게 되는 그 순간, 그 순간으로 이런 멋진 작품이 나오게 된다.


각 파트별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고 그 안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지만, 경계가 없어도 될 정도로 물 흐르듯 흐르는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뭔가 잔잔하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내내 드는 내용들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함께 보냈던 열흘 정도의 시간이라든지, 그 시간 안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도 아쉬운 마음이 가득 남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는 말 속에서,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행기 중에 삿포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삿포로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저자는 그곳에서 도움을 받게 되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뭉클한 고마움이 느껴진다. 지갑을 찾으려는 저자를 위해 종이에 써내려간 몇 마디의 문장이, 그리고 그 쪽지를 찍은 사진이 그토록 뭉클한 고마움을 느끼게 할 줄이야.


저자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시점은 길을 잘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멀지 않은 거리도 어느 새 걷다 보면 다른 길로 가게 되거나 길을 잃었는데, 그때마다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 두었고, 주변 공간을 찍어 두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그떄부터 저자의 일상 기록은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SNS가 아닌 저자의 마음이 담뿍 담긴 글과 함께 그의 일상을 함꼐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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