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 일상에 집중하는 공간 탐험 비법
해리어트 쾰러 지음, 이덕임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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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인지 예측할 수 없는 제목을 가진 책,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는 정말 집에 체크인하는 이야기이다. 집에 체크인을 한다고 하면 대체 무슨 소리지?라는 의문이 들 터인데, 바로 그 의문을 쉽게 해결하는 것은 우리 마음 속에 불타고 있는 여행에 대한 욕구이다. 저자는 독일에 거주하고 있으며 회색빛 도시를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아이와 함께 이른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초반부에서 그녀의 삶을 표현 및 묘사한 부분들이 도시색 그대로인 회색빛의 느낌을 갖고 있어, 더욱 극적인 전개가 가능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우연치 않게 여행사 앞에서 휴양지로 떠나는 홍보를 보게 되고, 그녀는 남편과 함께 휴가 계획을 짠다. 회색빛의 도시를 벗어나 아이와 함께 반짝반짝 빛나고 따뜻한 곳으로의 여행, 생각만으로도 달콤해지는 상상이다. 그런 그녀의 휴가는 이루어졌지만 (안 이루어지는 것일까 꽤 조마조마했다) 여행 전에 상상했던 것만큼 반짝거리지는 못했다. 여행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 그리고 여행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슬그머니 저자의 마음 속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저자의 여행 준비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환경 오염을  초래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행기만이 아니라 소고기를 먹는 것 조차도 환경 오염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특히 탄소 발자국) 비행기 만의 일은 아니다. 그래서 따로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는 모습을 보며 여행이라는 것이 상상 속의 그 달콤함과는 다른 이면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에게서 여행은 달콤하지만은 않았고 많은 환경 오염을 발생시키는 것도 곤란하고, 여행을 간다고 해서 지금 내가 있는 곳과 별반 다르지 않음, 돌아왔을 때의 허망함 등이 저자를 집에 체크인 하도록 만든다. 저자는 앞서 왜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면 중반부터는 14일 간의 집에 체크인 하는 이야기이다. 색다른 먼 길을 가는 여행을 시도하기 보다는 (물론 저자 역시 자신의 아이가 조금 더 넓은 환경에서 경험을 하기를 바라긴 한다고 한다) 남들이 다 떠난 도시에서 나에게 익숙한 공간을 누리는 것, 그것을 휴가로 삼기로 한다. (저자의 남편은 이에 적응하는 데 조금 힘들었다고 한다)


저자의 휴가는 어제와 다를바 없이 쌓여있는 설거지와 회사를 다녀온 가방이 그대로 있는 채 시작되지만, 저자만의 방식으로 게으름과 여유로움을 넘나드는 휴가를 즐긴다. 14일간의 집으로의 체크인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익숙한 동네를 가로질러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지만 예전과 다를게 있다면 허겁지겁 먹는 점심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 지겨워지면 회사 가는 길에 있거나 그 끝에 있는 호텔에 투숙하기도 한다. 딱히 먼 여행을 떠나야만 여유를 찾거나 마음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아니란 걸 알려주는 14일의 체크인이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하게 여행을 간다해서 별 거 없어, 그러니 집에서 쉬자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여행이 진짜 자신을 위한 여행인지, 그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을 추천하는 것 같았다. 요즘 같이 어디 멀리 가기 쉽지 않고 여행이라는 의미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을 때, 집으로 체크인 하는 여행 한 번 쯤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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