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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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에 관심은 계속 있지만, 직접 실천할 자신은 없는 나 (고기 너무 맛있잖아요...). 종종 유튜브로 봤던 초식마녀님이 에세이를 냈다. 이분의 비건 레시피 특징은 요리가 '몹시 쉬운' 버전이라는 것. 보여지는 것은 별거 없어보일지언정 맛은 제법 그럴싸하다는 것이 자꾸만 찾아와 보게 하고 따라하게 한다. 거창하지 않아서 한 두끼 정도 혼자 먹을 것을 요리할 때 따라하면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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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재료를 활용해서 30분 내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들을 짧고 빠른 호흡으로 촬영한 유튜브 영상은 생각도 못한 식재료 조합에 (짱아찌 파스타, 마라소스 두유 떡볶이 등) 부담없이 가쁜한 조리 과정을 합한 덕에 계속해서 홀린듯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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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는 작가가 직접 그린 네컷 만화 레시피와 비건 라이프 안에서 자신을 돌보고 맑고 소박한 채식을 실천하며 바뀐 사유와 관계, 행동 패턴도 정리한 에세이다.


고통이 뭍어 나는 식재료로 과하게 차려내어 반도 못먹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보다 차라리 모자르게 보이더라도 간소한 삶 속에 소박한 채식으로 풍요속 빈곤을 해소하는 모습이 단순하고 명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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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비출산, 비건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나 사는 것도 힘든데 그런 것까지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냐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좋은 방향의 한 가지라고 생각된다. 적극적으로 실천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생각해 보는 것. 자극적이고 과도함을 주는 먹방보다 무리 없이 편안하고 버려지지 않는 식탁이 더 스트레스 없이 근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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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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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책을 읽으면 돼지고기 못 먹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잠깐 멈칫했다가 결국 알아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페이지를 넘겼다. 계속해서 불편한 사실들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병렬 독서하면서 천천히 길게 잡고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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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축산업은 전문성과 대형화가 모두 생산규모의 확장과 향상에 집중되어 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적정한 가격에 많이 파는 것이 목표인 것. 하지만 최근 동물복지 개념이 도입되면서 동물도 인간과 비슷하게 고통과 감정을 느끼므로 잡아먹더라도 그의 복지까지 신경써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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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죽여서 먹을껀데 동물의 복지까지 신경써줘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키운 돼지를 섭취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이득이기에 적당한 타협점을 고려하여 모두에게 건강한 고기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동물복지를 연구한 윤진현 교수가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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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돼지농장의 형태와 사육과정 (번식,비육)을 아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빈틈 없는 케이지 안에서 사육하고, 태어나자마자 냄새날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에 아기 수컷 돼지들에게 마취없는 외과적 거세를 행하고, 꼬리를 잘라버리는 행위는 자연스레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반대로 개방형 분만틀을 사용하고 거세나 꼬리를 자르지 않고 냄새가 날 수 있는 부부는 할인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은 좀 더 인도적이긴하지만 그래도 여러입장의 협의점이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복잡한 문제다.


결국 건축물이나 환경, 에너지처럼 축산업도 인증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여기서 오는 부담을 전적으로 농가에서 지면 안되기에 정부의 지원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되어 적정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문제들이다. (어쨌든 최후 비용은 소비자 부담이기에...) 마지막으로 이 모든게 투명하게 제공되야 한다는 점, 아주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결코 단기간 안에 쉽게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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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가의 배신 - 김학의 사건이 예고한 파국, 검찰정권은 공정과 상식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이춘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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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민심이 대통령과 여당뿐 아니라 오만한 검찰 권력까지 심판한 선거의 결과물을 보며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불가능해보였던 검찰을 개혁하는 가장 최적의 시간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검찰국가의 배신>을 읽으며 이 생각은 점점 단단해졌다.


이 책은 검찰의 흑역사 가운데 단연 최악으로 꼽히게 된 '김학의 사건'을 시작으로 반성과 성찰의 DNA가 없는 검찰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김학의 사건은 검찰 고위 간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가 건설업자에게서 성접대를 받은 '뇌물수수 사건'이고, '성폭력 사건'이다. 헌데 검찰은 뇌물수수보다 성폭력에 더 초점을 맞춰 수사한다. 이런 선택적 수사를 하는 이유는 뇌물수수사건으로 접근하는 순간 연루된 다른 검찰 간부들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학의 사건은 검찰이 더는 공익의 대표자가 아님을 선언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국민을 위해 써야할 검찰권을 검찰 조직을 위해 사용했다.p20



말그대로 '제식구 감싸기' 행태로 제대로된 사법정의가 구현되지 못한 사건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후 검찰개혁을 내건 문재인 정권은 김학의 사건을 '검찰과거사 진상조사 대상 사건(검찰 과거사 사건)'으로 규정하고 재수사를 추진한다. 하지만 김학의의 기습적인 한밤 해외출국을 막는 과정에서 적법성 시비가 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고 '선택적 기소'를 보여준다. 그리고 더 본질로 들어가면 이런 검찰에 수사 행태는 문재인 정부가 한 검찰 개혁에 대한 보복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보복의 불씨는 점점 커져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한 이들을 차례차례 공격한다. 이광철, 이규원, 차규근에 대한 검찰수사, 이재명, 조국사건까지 한나라의 기관으로 작동해야할 조직이 함부로 공권력을 휘두르며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금 검찰 정권은 검찰을 국정운영의 핵심동력으로 사용하며 아무런 국정철학도 없이 권력을 행사한다. 결과물들은 당연히 엄청난 퇴보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됐다.


언론도 마찬가지. 특히 검찰 출입 기자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맞춤형으로 언론에 제공하는 검찰의 해석에 길들여져서 그 너머에 있는 검찰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만 더 제대로 취재했다면 검찰이 행한 기소들이 얼마나 부당하지 금방 알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하나 더, 이 책이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작가가 꼼꼼하게 재구성한 내용에도 있지만 글에 속도감이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현장은 마치 드라마에서 도주하는 범인을 간발의 차로 잡는 극적인 영상처럼 느껴졌다. 긴박함과 함께 작가의 뛰어난 필력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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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팝니다, T마켓 - 5분의 자유를 단돈 $1.99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앵글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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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사람들이 지금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미래의 내 시간을 저당잡힌 채 살아간다. 지금 살 집을 위해 20년, 30년 시간의 통제권을 내주는 것이다. 지금이나 몇 십년후나 빼앗긴 시간은 되찾지 못하고, 은행 대출금 갚느라 꿈 같은 것은 희미해진 채로 살아가는 미래에 입맛이 씁쓸해지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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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간을 팝니다, T마켓>은 모든 사람들이 갈망하지만, 지금과 같은 삶의 패턴으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재정의 해주고,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온전히 통제하고 누릴 수 있는 시간에 대해 꼼꼼히 검토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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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인 TC는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다. 자신의 꿈인 적두개미 연구는 뒤로 미뤄두고 할 수 없이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급급해 은행에 빚을 지고 앞으로의 35년의 시간을 저당잡힌채 살아가야하는 흔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어느날 TC는 자신이 가진 것과 빚진 것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면서 숨이 턱턱 막히는 결산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다. 아이템은 투명 용기에 5분이라는 시간을 담아 1.99달러에 파는 것이다. 특허부터 용기시판 승인, 로고 디자인 제작, 마케팅까지 제품의 모든 기획과 생산과정을 자신의 비좁은 집 주차장에서 홀로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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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하자마자 제품은 곧 대박이나고 5분 용기는 현대인의 필수품이자 숨구멍이 된다. 5분이 성공을 거두자 2시간 짜리 자유가 판매된다. TC회사는 고속성장을 누리지만 기업들은 예정없이 공석이 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사람을 더 고용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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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와중에 TC회사에서는 1주일짜리 큐브가 신상품으로 나오게 된다. 이제 돈보다 시간의 가치가 더 높아졌고, 일할 사람들은 점점 부족해지며, 선진국이었던 한 나라의 자유 경제 체제까지 무너뜨릴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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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이 가지고 있는 모순을 느낀다. 오직 돈만 있으면 모든게 가능할 것 같은 자유사회에 살고 있지만, 이윤을 낳고 경제를 작동시키고 성장을 유도하는 모든 행위는 내 시간을 내어주기 때문에 얻어지는 생산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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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결말로 갈수록 과장되어 보이지만 과도한 경쟁 속에서 일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보면 세상의 가치 중심이 이미 충분히 기울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가치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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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 문보영 아이오와 일기
문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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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문보영 시인님. 이번에 나온 에세이집을 받았다. 좀 이상하지만 난 그녀의 시보다 에세이나 산문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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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은 문보영 시인이 아이오와 글쓰기 프로그램(IWP)에 참가하면서 겪고 생각한 것들을 일기처럼 기록한 책이다. 30여 개국에서 온 다양한 작가들과 3개월간 한 호텔에 묵으며 리딩, 강연, 토론 등 여러 문학 행사에 참여하면서 시인은 또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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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서 만난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모국어로 글을 쓰는 것보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글을 쓰고 있는 것에 놀란다. 마치 줌파 라히리처럼, 이런 작가들을 마주하면서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도망치는 듯한 자유를 엿보게 되고 평생을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에 큰 변화를 준다. 어쩌면 이 책은 그 작은 변화의 기록이자 조금씩 깨어지는 내면의 자유를 보따리에서 끝없이 나오는 작은 이야기들 마냥 풀어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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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문보영 시인만이 가진 엉뚱함과 마치 장난기 많은 아이가 보여주는 사랑스러움이 곳곳에 묻어있어 피식거리면서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거기에 완전한 사각지대에서 바라보는 듯한 시선들이 주는 깨달음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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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람을 이해하려고 억지로 애쓴다기 보다 그들이 쓰는 언어로 글로 그 의미를 헤아리려고 시도하는 시인의 접근방식이 따뜻해서 좋다. 빠져나간 자로서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사유와 글들을 잘 지키고 가꾸면서 지속적으로 써나가기를 언제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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