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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팝니다, T마켓 - 5분의 자유를 단돈 $1.99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앵글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수 많은 사람들이 지금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미래의 내 시간을 저당잡힌 채 살아간다. 지금 살 집을 위해 20년, 30년 시간의 통제권을 내주는 것이다. 지금이나 몇 십년후나 빼앗긴 시간은 되찾지 못하고, 은행 대출금 갚느라 꿈 같은 것은 희미해진 채로 살아가는 미래에 입맛이 씁쓸해지는 현실이다.
<사간을 팝니다, T마켓>은 모든 사람들이 갈망하지만, 지금과 같은 삶의 패턴으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재정의 해주고,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온전히 통제하고 누릴 수 있는 시간에 대해 꼼꼼히 검토해보게 한다.
마흔 살인 TC는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다. 자신의 꿈인 적두개미 연구는 뒤로 미뤄두고 할 수 없이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급급해 은행에 빚을 지고 앞으로의 35년의 시간을 저당잡힌채 살아가야하는 흔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어느날 TC는 자신이 가진 것과 빚진 것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면서 숨이 턱턱 막히는 결산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다. 아이템은 투명 용기에 5분이라는 시간을 담아 1.99달러에 파는 것이다. 특허부터 용기시판 승인, 로고 디자인 제작, 마케팅까지 제품의 모든 기획과 생산과정을 자신의 비좁은 집 주차장에서 홀로 해낸다.
출시하자마자 제품은 곧 대박이나고 5분 용기는 현대인의 필수품이자 숨구멍이 된다. 5분이 성공을 거두자 2시간 짜리 자유가 판매된다. TC회사는 고속성장을 누리지만 기업들은 예정없이 공석이 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사람을 더 고용할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와중에 TC회사에서는 1주일짜리 큐브가 신상품으로 나오게 된다. 이제 돈보다 시간의 가치가 더 높아졌고, 일할 사람들은 점점 부족해지며, 선진국이었던 한 나라의 자유 경제 체제까지 무너뜨릴 위기에 처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이 가지고 있는 모순을 느낀다. 오직 돈만 있으면 모든게 가능할 것 같은 자유사회에 살고 있지만, 이윤을 낳고 경제를 작동시키고 성장을 유도하는 모든 행위는 내 시간을 내어주기 때문에 얻어지는 생산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야기는 결말로 갈수록 과장되어 보이지만 과도한 경쟁 속에서 일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보면 세상의 가치 중심이 이미 충분히 기울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가치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