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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이름 - 부모의 뇌를 치유해야 아이의 뇌가 달라진다
도모다 아케미 지음, 김경인 옮김 / 마인더브 / 2021년 2월
평점 :
최근 늘어가는 아동학대에 대한 가해자인 부모들을 바라보며 같은 부모로서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원인이 있지 않을까. 부모들을 그렇게 만든 원인이 궁굼하다'는 생각이 들곤했다. 이 책은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들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어떤 방법으로 치료해야하는지 치유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되어있다. 저자는 소아정신과 박사로 자신의 치료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충실하게 이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매주 1명 이상의 아이가 학대로 죽는다고 한다. 아니 그보다 더한 아이들이 실재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건수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인인 부모에게는 아이를 죽게 할 정도의 힘과 지능이 있다. 그걸 알면서도 아이를 끝내 다치게 하고 마는 부모의 뇌와 마음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이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마지막에 특별대담도 담고 있다. 4장을 아우르며 학대가 뇌에 어떤 변화와 상처를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고, 트라우마가 자식에서 부모로 또 조부모로까지 이어지는 멀트리트먼트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의 부정적 연쇄를 끊기 위해 부모에게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 해결책도 나름 제시한다.
먼저 '학대의 개념'부터 정리할 수 있다.
1.신체적 학대 : 때리는 행위, 발로 차는 행위, 치는 행위, 던지는 행위, 심하게 흔드는 행위, 화상을 입히는 행위, 물에 빠트리는 행위 등
2.성적학대 :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성적 행위, 성적 행위를 아이에게 보여주는 행위, 포르노그래피의 피사체로 삼는 행위 등
3.방임 : 집에 가두는 행위, 굶기는 행위, 더러워도 씻기지 않는 행위, 자동차 안에 방치하는 행위, 심하게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행위 등
4.심리적 학대 : 말로하는 위협, 무시, 형제간의 차별대우, 아이 눈앞에서 가족에게 폭력 행사 등
생각보다 학대에 대한 폭이 넓다. 아이를 키우면서 소리치거나 엉덩이, 등짝한번 때리지 않고 훈육이 가능할까. 아들 둘을 키우는 나는 그럼 학대범인가. 말안 듣는 아들들 등짝 스매싱 날린게 한두번이 아닌데 그런것도 학대에 들어간다면 정말 당황스럽다. 이런 행위는 어디까지가 용서되는 일이고 어디서부터가 용서 안 되는 학대인 걸까.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행위가 '학대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로 인해 아이가 '상처를 입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책에 주요단어가 있다. 바로 멀트리트먼트. 저자는 연구할때 '아동학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한다. 대신 '차일드 멀트리트먼트'(mal나쁘다+treatment다루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냥 '부적절한 양육'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사소한 멀트리트먼트라도 '계속 반복'하게 되면 아이의 뇌는 변형하게 된다. 체벌로 인해 '전두전야'가 위축되고, 성적 멀트리트먼트나 가정폭력 목격에 의해 '시각야'가 위축되기도 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겪은 멀트리트먼트는 좌우뇌가 효율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심하면 '경계성 성격장애'가 발현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왜 학대하는 부모가 있는 걸까. 알면서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부모자체도 멀트리트먼트가 있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가 조부모부터 부모, 자식까지 되물리되는 고통의 연쇄인 것이다. 아이를 치료하려고 와서 부모자신이 트라우마를 가진 채 부모가 됐다는 걸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삶이 이렇게 힘든 이유가 부모에게 받은 멀트리트먼트 때문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어린시절에 멀트리트먼트를 경험한 사람은 그 가해자가 되기 쉬운 상대와 교제하거나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멀트리트먼트를 당한 사람이 폭력적인 상대에게 끌리게 된다면, 그 배우에는 애착장애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일그러진 애착관계가 '표준'이 되어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관계를 맺기 쉬운 상대방을 고르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렇기 때문에 저자는 아이만 치료해서는 안되고 부모, 경우에 따라서는 조부모 세대까지 아울러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읽으면서 좀 색다른 점은 멀트리트먼드와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리질리언스'라는 것도 등장한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자라나 그대로 어른이 되는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 곧게 자란 성인을 뜻한다고 할수 있겠다. 즉 정신적으로 회복력이 좋은, 탄력성있는 어른으로 자란 것이다. 이유를 알기 위해 연구를 했는데, 세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1. 개인의 특성 : 지능이 높다, 자기 긍정감이 강하다, 자아가 유연하다, 자제력이 있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
2. 가정의 특성 : 따뜻하고 안심할수 있는 가정환경, 부모와의 건전한 애착 형성
3. 사회적 특성 : 가족 이외의 어른이나 친구와의 안정된 관계, 학습장소의 탄탄함, 지역사람들과의 관계 공적기관등의 지원. 사회적 네트워크의 충실도.
여기서 주목해야 할점은 사회적 특성이다. 이는 곧 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멀트리트먼트의 가해자가 주로 부모나 가족의 울타리 안에 있기에 그것을 벗어난 범위에서 충실하게 지원해주면 부모도 아이들도 더 나빠지지 않게 수렁에서 빼낼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지원을 통해 부모가 공동육아(공동육아는 실제로 아이의 뇌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가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체벌을 법률로 강하게 금지하는 제도를 나라에서 만들어주는등 여러가지 방안으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면 자녀 양육에 곤란에 빠져 조건불충분으로 학대할 위험이 발생되는 것을 쉽게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자녀양육은 혼자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아이에게 도가 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한 부모도 책임이 크지만 그것을 보고 비난만 할게 아니라 더 늦어지기 전에 사회적인 지원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아이뿐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병행치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야 비극적인 학대의 결말을 줄일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