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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정재혁 지음 / 꼼지락 / 2020년 11월
평점 :
장인이란 무엇일까. 뭔가 대대로 이어오는 가업이 먼저 떠오른다. 오래 됐지만 고풍스럽고 먼지가 자욱하지만 시간이 쌓여 만들어 낸 풍경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면 현 시대의 장인은 좀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된다.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심하게 변하는 사회와 사람들의 시각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동시에 장인이라 부를 만큼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뭔가 치열하고 과도한 경쟁이 떠오르지만 이 책을 보면 창업을 계획하고 상상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젊은 장인들의 신선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깊이 있는 연구와 노력에 놀라게 된다.
더 이상 장인은 오래되어 대물려 온 어떤 것을 변화하는 외부로부터 지켜내고 유지해 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 안에 나만의 개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인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 3의 콜라를 꿈꾸는 [이요시 콜라] , 안테나 책방 [북숍 트래블러], 츠바메 노트의 공장장, 컬러 풀 유럽채소 [고야마 농원], 최초의 여자 스시 장인 [나데시코 스시], 도시의 아트 큐레이터 [구와바라 상점]등 여기 저자가 취재한 도쿄의 밀레니얼 장인 14명을 바라보며 조용한 내 마음 속에 끝 없는 감탄과 그들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내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정의도 다시 내려볼 수 있었다. 일이란 무엇일까. 돈버는 수단, 사회와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누군가에게 인정 받는 성취감, 안정감을 주는 도구. 이정도가 다일까. 혹시 이런 평면적이고 납작한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일에 있어서 더 자신을 가혹하게 소진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일에 대해 좀더 입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보다는 그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주체가 되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되야 이 책의 장인들처럼 스스로 안에서 샘 솟는 아이디어와 연구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더 오래 일을 사랑하며 열정을 가지고 평생을 자기만의 것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