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란의 소용돌이의 중앙에 앉아있는 듯한 길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무기력에 빠진 길다가 실직자가 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든 것을 귀찮아한 탓에 일하던 서점에서 해고를 당한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한 심리상담 전단지를 보고 찾아가 보았더니, 그곳에는 성당이 있었다. ’아, 낚였다 ‘ 싶었던 순간, 신부님이 일자리 공고를 보고 왔냐고 묻는다. 그 순간 무신론자지만 천주교 신자인 척을 하며 취업을 다짐한다. 전임자는 나이가 많은 할머니였고, 사망하며 후임자를 찾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성당의 행정 업무를 하게 되는 길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무신론자에 레즈비언인 자신의 실체가 밝혀질까 봐 두려워하며.

불안과 우울, 그리고 소수자로서의 삶조차 유쾌하게 풀어냈다. 다정한 엘리노어를 울린 건 괘씸하기까지 했지만, 길다가 움츠려 있었던 시간만큼 이목과 구설을 무시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되었다. 평온할 날 없는 길다의 일상이 어디로 내달리게 될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참고로 난 아주 재밌게 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억 번째 여름 (양장)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는 멸망했다. 그렇게 찾은 항성에서의 이야기. 우리가 쓰는 언어들은 고대어가 되어 특별히 선택받은 해독가가 필요하게 되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네오족은 두뇌를 쓰는 두두족과 직접 몸을 움직이는 미미족으로 나누어져 있다. 악과 선을 대표하기도 한다. 두두족은 미미족은 노예처럼 부리며, 각종 재해를 일으킨다. 오늘날의 각종 자연 자원 발전처럼 재해를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두두족만의 상을 유지한다. 두두족이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재해를 일으키면 미미족의 선택받은 채집자들은 재해의 속으로 들어가 에너지를 채집하며 식량을 배급받는다. 그렇게 공생이라고 하기엔 상하관계적 삶을 살아간다.

미미족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미미족의 족장으로 살아가는 주홍과 채집 동료인 백금과 연두의 이야기. 그리고 두두족과 미미족의 혼혈인 일록과 이록의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미미족의 이야기지만 그중 누구의 이야기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주홍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나, 이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아픔을 거쳐 맞이한 날은 어떤 날일까, 그 궁금함이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또 다른 멸망일지, 유지되는 삶일지.

결말을 알고 난 나는 말을 아끼게 되었다. 이 책에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당신들에게 넘겨준다.

* 오늘 저의 쓰임새는 무엇일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선뜻, 무엇을 했다 말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쓰임이 되었다기보다는 그저 소모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누군가에게 쓰임이 되어주기도 하지면 종종 소모합니다. 오늘은 소모의 날이었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기록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응원하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분 좋아지는 책>을 통해 워리 라인스라는 작가를 알았다. 페이지마다 가득한 형형색색 그림에 짧은 글들이 담긴 책은 무척이나 좋았고, 그의 신간을 당연하게도 궁금해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다음 이야기를 마주했다.

<응원하는 책>은 우울과 불안, 다양성과 희망, 그리고 무한한 긍정까지 담겨있었다. 단조로운 그림 속 짧은 문장들은 내 머릿속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주었다. <기분 좋아지는 책>처럼 역시 너무 좋은 책이었다. 유쾌하게 웃어 넘기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친한 사이일수록 나는 스스로 ‘또라이’라고 지칭하고는 한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보편적인 삶의 궤도에서는 한참 벗어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꽃밭을 거닐고, 가끔은 어두운 동굴에 갇히고 만다. 자책이 담긴 ‘또라이’라는 단어를 이제 보내줘야 할 것 같다. 우린 다 다르고, 우린 다 특별하다. 틀렸다기보다는 모든 방향과 속도가 다를 뿐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고마워요, 워리 라인스!

*열심히 따라 그렸으나... 절레절레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편적인 이야기, 그리고 이어지는 단 하나의 이야기.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이 다리가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다섯 명의 사람이 떨어졌고 그 다섯 명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연의 사고라고 생각했던 것에 의구심을 갖은 한 사람에 의해 탄생한 이야기.

책의 도입부에서는 덤덤하게 읽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겹쳐지며 말로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가득 차올랐다.

삶을 버텨내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아직 못다 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 우리는 곧 죽을 것이고, 그 다섯 명에 대한 모든 기억도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모든 사랑의 충동은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랑으로 돌아간다. 사랑을 위해서는 기억조차 필요하지 않다. 산 자들의 땅과 죽은 자들의 땅이 있고, 그 둘을 잇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 [p. 207]

각기 다른, 혹은 같은 사랑의 의미. 끊어진 다리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 BEGINS - 모든 것이 처음인 날들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1
김보희 지음 / 터틀넥프레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한한 지지를 받으며 시작된 출판사. 함께 책을 통해 배우고 끊임없는 성장을 지지하는 출판사.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터틀넥프레스]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터틀넥프레스는 책방에서 일하며 알게 되었다. 북토크를 하기 전에 주제 도서를 읽어보기 위해 읽기 시작한 <사업일기>는 김보희 대표님의 주저함과 혼란함을 담고 있다. 그리고 무한한 지지와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다. 길일을 알아보고 2월 7일에 신청한 출판사 등록글을 보고 책의 맨 뒷페이지를 살펴보았다. 23년 2월 9일. 등록하는 데 시간이 걸려 길일이 되지 않은 것에 한 번 웃었다. 그리고 곧장 이어지는 글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2월 7일은 창립 기념일로 하고 1년 후에 코스 요리를 쏘라는 글, 터틀넥프레스는 어쨌든 잘 될 것이라는 그 글. 그래서 24년 2월 7일엔 무얼 하셨는지 궁금하다.

***
여기까지 읽고 메모를 한 후에, 북토크를 참여했다. 북토크를 하며 마주하게 된 꼬치! 모둠 꼬치를 만들려고 하지 말라는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러면서 내 꼬치에는 뭘 꽂을지 생각해 보았다. 우선 막대기는 정했다. 이쑤시개부터 다양한 사이즈의 꼬치가 있고 심지어 철로 된 꼬치도 있지 않은가. 난 잘 다듬어진 대나무이길 바란다. 가볍지만 견고하고, 견고하지만 흔들리며 자라나듯 유연성도 겸비한 그런 대나무 꼬치를 손에 쥐었다. 그런데 어떤 꼬치를 만들지는 아직 모르겠다. 마냥 좋아만 하던 책의 세계로 들어서 걸음마를 하는 기분이다. 나만의 재료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북토크가 이렇게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라는 것 또한 처음 깨달았다.

북토크가 끝나고 대표님께서 명함을 주셨다. 난 신분증을 보여드렸다(?). 나도 명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삶의 기록에 점 하나쯤은 찍어보고 싶은 욕심이 조금 생겼다. 로고를 따라 그리다가 ‘스티커로 붙일 걸!’하고 후회했다. 아주 쵸큼...아니 조금 많이. 이제 <첫 책 만드는 법>을 사야겠다. 내 삶에 점 하나를 찍고 싶어졌으니까.

🐢🐢🐢

“촘촘하게 느끼고, 즐기자.“
”확실히 행복했다.“

이미 반이 지나가지만, 올해의 목표로 정했다.
이 두 문장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