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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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아사이 료

피드를 넘기다 강렬한 표지에 시선을 뺏겼었던 책이었다. 짙은 파랑 위에 낙하하는 듯한 오리를 보고 멈칫하고, 책 제목을 보고 멈칫했다. 그렇게 서평단을 신청하고 기쁘게도 선정되어 이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다양성은 LGBTQ가 한계였던 것 같다. 조금 다른 성적 지향에 따른 커다란 줄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다 정욕을 읽고 나서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외모와 성격이 다르듯, 욕구 또한 다 다르다는 걸 알았다. 스스로를 숨겨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물론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욕망은 숨겨야 할 테지만, 그저 혼자 만족할 수 있는 욕망이라면 조금씩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LGBTQ가 그러하듯,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 어디 한 두 명이겠는가. 선택하고 싶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실, 어느 정도 이해한다 라는 말조차 부끄러운 게 아닐까. ‘나는 나‘이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것일테니까. 그런 나를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주변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이 잦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보고, 좀 더 다양한 다양성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편협한 사람이었는지도 깨달았다. 소수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욕망들이 있지만, 보편적이지 않고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존재 자체가 죄가 되기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평소 대화에서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겼던 것처럼 세계 곳곳의 소수자들의 욕구, 그 욕망 또한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기는 것이 어쩌면 그 사람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별 일 아니라는 듯 대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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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두려움에 대하여
송재은 지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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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두려움에 대하여, 송재은

송재은 작가님의 책은 다정함이 있다. 그리고 따뜻함이 있다. 지난 책의 제목만 봐도 [일일 다정함 권장량]과 [오늘보다 더 사랑할 수 없는]이지 않았던가. 그런 작가님의 책에 조금 다른 제목이 등장했다. 바로 이번에 독자에게 선보인 [사랑과 두려움에 대하여]. 조금은 어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여전히 작가님의 글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이 든다. 따뜻한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윤슬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작년에 국제도서전에서 수줍어하던 작가님의 모습을 기억한다. 책은 데려왔으나,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을 읽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어쩌면, 책이 내게 휴식을 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보면서.

p. 14 시작을 반복하며 사는 것
시작의 순간들을 사랑한다는 말을 보고서야 ‘아, 나도 시작의 순간들을 사랑했네.‘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1월 1일이 아닌, 3월에 꽃들이 피어나고 나서야 시작을 느낀다. 그러한 꽃들보다 내게 벅차게 다가오는 것은 노랑과 초록 사이의 연두빛 새싹이다.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한 나무를 올려다보며 ˝아, 봄이다.˝라고 말로 뱉어낼 수 있는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러한 새로운 계절의 순환이 시작되는 지점과 특별한 누군가의 시작을 소중히 간직해왔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깨닫는다.

p. 20 포기와 용기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을 꽤 믿는 편이다. 처음엔 하나부터 열까지 달랐던 사람과 식성이 비슷해지고, 취향이 비슷해지는 경험을 무척이나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보다는 감정적이지 않은 사람이고, 조금은 다정한 사람들이다. 말 한마디의 힘을 아는 사람.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만 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요즘은. 그리고 이 문장의 끝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잠시, 골똘히 생각해. 나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나, 오늘‘

p. 65 비가 당신에게 간다
한 번도 생각조차 못해본 말이었다. ‘비가 당신에게 갑니다. 부디 무탈하시기를.‘ 이라니. 비 온다는 쉽게 외치면서 왜 비가 간다고는 하지 못했을까. 누군가가 내게 ˝비가 당신에게 갑니다.˝라고 한다면 비를 좋아하는 내게는 더 없는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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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가 만나서 어쩌다 이런 사랑을 하고
김현경 지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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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김현경 작가님(@vanessahkim )의 신간이 오랜만에 나왔다. 공저는 자주 출간되었으나, 단독 출간은 3년만이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책인 만큼 발빠르게 펀딩을 참여하여 받아보았다. 지난 책에 등장했던 이야기의 뒷이야기가 이어진다. 찬란한 한 계절을 기록한 듯한 책이다. 물론, 그 계절은 눈부시게 반짝이기도 하고 더는 없을 흐린 날 같기도 하다.

그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 문장의 여운이 크다. 누군가에게 이야기가 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구전전래동화처럼 어떻게 전해지며 변해갈지도 궁금하고 말이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로 읽힐 이 이야기를 마음속에 새겨본다.

🔖 p.63 그와의 연애
사진 찍히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나무와 풀 같은 것을 찍었다고 한다. 나 역시 한참 출사를 다닐 때(혹은 그저 일상에서) 인물보다는 풍경과 단편적인 것을 담았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이구나 싶는 마음에 이 문장들을 기록했다.

🔖 p.65~66 그와의 연애
예전에는 나도 제주도 노래를 불렀었다. 그리고 요즘은 남해에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었더니, 우리 엄마도 비슷한 반응을 했다. 가서 살아!라고 한 후에 현실적으로 큰 병원도 없는데 병원을 자주 찾는 너는 생각을 좀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들어 스쿠터 타령을 했더니 “한 번 타보지도 않았으니 저기 경주나 제주도 가서 한 번 타보고 이야기 해.”라고 한다. 문득, 그래도 해보라고 믿어주는 건 역시 엄마뿐이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 p.71~72 29:09
사랑을 하면 누구나 갈대같은 마음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연애가 너무 힘들어서 이제 그만해야지 싶다가도, 막상 보면 그게 쉽지 않다. 또한, 귀여운 모습 하나에 또 다시 ‘역시 안 보고는 못 살겠어.’라는 생각을 하고야 마니까. 작은 것 하나에 서운하고 작은 것 하나에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연애인데다 모든 이별은 항상 어렵다. 그래서 번복의 번복을 하고야 만다. 충만한 사랑을 주고 받았을 때보다 ‘다음에’라는 말로 기약만이 가득한 연애가 더 미련이 남는다. 이것저것 해봤을 때는 “할 만큼 했어”라고 말하지만, 기약만 하다 막상 돌아볼 추억이 적을 때면 “이것도 해볼걸”하고 후회가 들어차며 미련이 되고야 마니까.

🔖 p.78 숨
거창한 미래를 꿈꾼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비참한 느낌이 들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도 이왕이면 미래를 함께 그렸으면 하고 후회하고야 만다. 결혼은 아니더라도. 다음 봄에도, 그 다음 여름에도.

🔖 p.128~129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한 순간의 찰나같은 게 사랑이 아닐까 싶다. 뜨거운 여름에 비유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마음에서이지 않을까. 지나가고 지나가는 계절 속에 유난히 반짝이는 계절이 여름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움 탓인지 유난히 기억에 선명하다. 그러나 기어코 지나가고 말지.

🔖 p.132~133 나는 그를 잊어도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심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나를 오래오래 기억하기를. 같이 걷던 길을 걸으며 나를 떠올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보고 나를 떠올려주길.

#어쩌다우리가만나서어쩌다이런사랑을하고
#김현경 @warmgrayand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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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난 네가 몰라져서 쓸쓸탄다 큐큐클래식 8
지하련 지음, 백종륜 옮김 / 큐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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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난네가몰라져서쓸쓸탄다

큐큐출판사에서 출간된 예쁜 양장책을 지나치지 못하고 또 들이고 말았다. 제목을 보고 시집인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들였으나, 시대적 배경이 도드라지는 소설이었다. 친필 편지로 시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녹여낸 편지와 각자 결혼하여 다시 마주칠 때마다 여운이 남는 대화가 선명하다. 다만, 말투가 생경한 만큼 (조선시대쯤이 배경인 듯) 와닿는 감이 조금 멀었던 것은 사실이다.

필사 책이 서른권 이상 밀리면서 리뷰가 늦어지다보니, 내용이 흐릿한 단점이 있다. 필사를 최소화하여 우선 마무리를 하기로 다짐해본다. (다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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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십육일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4·16재단 엮음, 임진아 그림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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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나는 제주로 향하는 배에 있었다. 고2가 되면 떠나던 수학여행, 우리 역시 제주를 향하고 있었다. 그 때 내 기억은 굉장히 단편적이다. 다른 학교를 다니던 첫 사랑과 나는 하루 차이로 제주로 수학여행을 갔고, 우연히라도 마주치길 바라면 서로 기대감에 차있었다. 우연히 마주치지도 않았고, 수학여행 중 같은 반 친구가 마음이 통했나보다. 그렇게 수학여행 중 이별을 했던 것이 너무 강렬해서 단편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후, 2014년 4월의 나는 분식집에 앉아 난생 처음 혼밥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 전 한해를 대인기피증으로 보내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참이었다. 1월은 운전면허를 따고, 3월에는 학원을 알아봤으며, 4월에는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종일 이어지는 수업 탓에 혼자 밥을 먹게 됐던 것이다. 조용한 분식집 구석에 앉아 음식을 시켜둔 후 켜져있는 텔레비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타인과의 눈맞춤조차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때, 속보가 흘러나왔다.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배가 침몰했다는 이야기, 그러나 전원 구조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식사를 하고 학원으로 돌아와서 수업을 듣는 중 인터넷 속보는 계속 바뀌었다. 전원 구조가 오보였고, 에어포켓의 확률이나 생존확률등을 앞다투어 내보냈다. 배 주변을 맴도는 보트와 헬기, 그리고 점차 까맣게 변하는 바다를 보며 집에 돌아왔었다.

그리고 또 10년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멈추어 있는 누군가가 있음에도, 우린 기어코 살아내고 있다. 그래도 기억속에서나마 함께 자라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가족으로 오래오래 함께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REMEMBER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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