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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ㅣ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 <도서 제공>
1. 없는 셈 치고 , 김유담
스페이스 M을 통해 김유담 작가님을 알았다. 그 소설과 이 소설은 묘하게 닮았다. 가족이 밑바탕인 글, 그렇게 느껴졌다. 엄마를 잃고, 할머니를 잃고, 아빠를 잃고 나서 고모의 손에 맡겨진 아이의 이야기이다.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의 마음이 남아있는 사람, 친 딸처럼 키워줬지만 결국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아는 사람. 아무리 봐도 이상한 종교에 빠진 고모의 친 딸, 민아의 안위를 걱정하는 엄마와 암에 걸린 고모를 보살피는 어른 아이의 이야기.
2. 후보, 성해나
철물점을 오랜 시간 운영해 온 근성은 의사의 권유대로 뒤로 걷기를 한다. 뒤로 걷기 시작하자 근성, 그러니까 안드레아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임대가 붙은 건물을 지나가며 그곳을 지키고 있던 아지트인 ‘상수시’를 떠올린다. 철거를 하던 순간, 그리고 그때 마지막으로 세실이 연주해 주었던 피아노. 더 거슬러 올라 그곳에서 일하던 바텐더와 밴드 사람들까지. 안드레아와 함께 시간을 지내온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들을 생각한다. 뒤로 걷는 것은 무릎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안드레아, 근성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지루한 일상 속에 반짝임을 주었던 그 순간들을 회상하며 말이다.
3. 유월이니까, 이주혜
오랜 시간 연애하고 도망치듯 이별을 선택했다. 괜찮을 거라, 이제 지쳤다고 생각하고 선택한 이별이었지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결국 나의 사랑도 살기 위해 그렇게 나를 지치게 했단 걸 알게 되고, 마침내 그 사랑에게 다시 연락이 온다. 곧 유월이 된다는 말과 함께.
4. 유령 개 산책하기 , 임선우
어릴 때부터 다양하게 사고를 치고 다니던 언니와 그런 언니의 뒷수습을 하던 영하. 그런 언니로부터 떠맡겨져 진 유기견 하지, 새로운 공간으로 오면 달팽이 개가 되기도 하고 유기 유기견이 되기도 한다. 문 앞에 두고 간 언니 탓에 하지를 돌보게 되었지만, 삼 개월 만에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좀 더 잘해주자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내 앞에 하지가 돌아왔다. 잡히지도 타인에게 보이지도 않는 반쯤은 투명한 유령 개로 말이다. 함께 걸었던 길을 걷고, 함께 갔던 곳들을 가고, 새로운 곳도 탐험한다. 산책 갈까?라는 물음에 반투명한 꼬리를 흔들며 일어나는 하지, 그런 하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5. 느리게 흩어지기 , 임현
그 누구보다 혼자에 익숙한 명길과 그런 명길의 영역을 자꾸 침범하는 성희가 등장한다. 스스럼없이 명길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명길을 마치 다 안다는 듯이 성희는 이야기한다. 그런 성희가 불편하면서도 신경 쓰이는 명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명길의 고민과 걱정, 그리고 나의 영역을 지키려는 마음이 나와 닮아서 공감이 됐다. 착실히 나이를 먹어가며 보편적인 삶을 사는 사람과는 다른, 혼자 살아가는 명길의 삶이 말이다. 어느 순간, 아줌마라는 호칭에도 화가 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결혼과 육아에 관한 이야기는 낯설다. 그리고 피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결국 언젠가는 죽을 고독한 삶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혼자서 얼마나 오랜 시간 잠들어 있어야 할지 가늠하다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내 모습이 명길에게 투영되고 말았다. 아, 어쩌면 나도 수첩을 들고 다녀야겠단 생각은 들었다. 무엇이든 메모하고 기록하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