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에디션, 양장)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1월
평점 :
패트릭 브링리는 소위 말하면 성공한 뉴요켜였다. 졸업 후 <뉴요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승승장구를 이어나갔지만 친형의 죽음 후 방황을 하고 무력감에 빠져든다. 우연한 기회에 미술관에서 치유를 경험한 그는 200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경비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매일 최소 8시간씩 '경이로움'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결국 이 시간들이 그에게 치유를 선물해 주었고 이 과정을 그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출판하였다. 현재는 미술관 경비 일을 관두고 뉴욕 보도 여행 가이드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가이드를 하며 뉴욕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올해 7월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다녀왔었다. 그때 미리 이 책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일주일의 짧은 뉴욕 일정 중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할당된 시간은 반나절뿐이었다. 전 세계 3대 미술관에도 이름이 오를 정도인 메트는 정말 입구에서부터 놀라운 규모를 자랑했다.
어릴 적 브링리는 엄마와 형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자주 메트를 방문했다고 한다. 저 돌계단을 오르락 내리고 정문에 있는 그리스 조각상들을 보며 자랐다고 하는 글에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브링리가 힘들 때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건 이런 어린 시절의 따스함을 미술관에 느껴서가 아닐까 싶다.
그림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음에도 이미 그것을 충분히 경험한 것이다. 내가 느낀 감상을 말로는 분출할 수가 없었다. 사실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 그림의 아름다움은 언어적인 것이 아니라 물감과도 같이 과묵하고 직접적이며 물체적인 것이어서 생각으로 번역되는 것조차 거부하는 듯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나의 반응은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듯 내 안에 갇혀 있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떤 그림이 아름다운지 알고 싶다면 그림을 바라볼 때 우리 안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면 된다.
나는 예술에 대한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미술사조나 유명 음악가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래도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하고, 매일 클래식 듣는 걸 좋아한다.
그런 음악이 있다. 이름도 모르고 들었는데 전율이 느껴지고, 눈물이 터지고, 들을 때마다 영혼이 울리는 느낌의 음악 말이다.
미술품도 그런거 같다. 물론 우리가 아는 명작들을 보고 감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름도 모르는 화가의 그림 앞에서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 작품 모두 유명 작품일 테지만 말이다.
굳이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진 않는다. 그냥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보고 눈에 담는다.
그걸 뭐라고 표현할지 몰랐는데 브링리의 말을 들으니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 퍼덕인다'가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꼭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만 경이로움을 느끼는 건 아니라는 그의 이야기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용기를 준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남자의 초상>을 보며 브링리는 이야기한다.
"그림은 너무도 아름답고 너무도 부드럽게 생명으로 가득 차서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듯 하다. 살아 숨쉬는 기억, 살아 숨 쉬는 마법, 살아 숨 쉬는 예술... 뭐라 불러도 좋지만 그 자체로 완전하고, 밝고,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고, 퇴색하지 않는 그 무엇이다. 인간의 영혼이 그랬으면 하는 바로 그 상태 말이다." (52p)
티치아노 베첼리오, 티선의 그림을 보며 브링리는 형의 순수한 모습을 떠올린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누군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그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세상에 나에게 각자의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많은 그림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네의 그림은 우리가 이해하는 모든 것의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들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산들바람이 중요해지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중요해진다. 아이가 옹알거리는 소리가 중요해지고, 그렇게 그 순간의 완전함, 심지어 거룩함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모네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이번 뉴욕 여행에서도 현대미술관 MOMA에서 본 수련이 가장 좋았었다.
메트로폴리탄에는 대형 작품은 걸려있지 않았지만 다양한 모네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반나절에 보기란 거의 불가능이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작품들 앞에 멈춰 서 있던 시간도 길지 않았던 것 같다.
긴 시간에 걸쳐 작품들을 마주하며 위로를 얻었다는 브링리의 이야기는 공간의 치유력을 믿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박물관 경비가 되고 싶어질 것이라는 추천사의 말처럼 브링리의 치유의 공간에서 오래도록 경탄과 감동, 사랑을 느끼고 싶다.
브링리의 치유의 과정을 보며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라는 브링리의 말처럼 우리 개개인의 삶은 모두 눈부시고 놀라운 위대한 그림과 같다고 믿는다. 나만의 그림을 찾는 여행을 하러 다시 메트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 이번 양장본은 QR 코드로 작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점이 장점!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진행하는 20만부 기념 양장본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경비원입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패트릭브링리 #나는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경비원입니다양장본 #추천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