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전하는 그림책

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ㅣ 웅진 세계그림책 197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집도 없이 혼자 떠도는 개, 페르.

가진 거라곤 빨간 스카프밖에 없는 이 가여운 강아지는 어디로 가야할까?

페르는 그저 밤새 떠내려가는 나뭇잎을 따라 낯선 도시에 들어선다. 이 곳에서는 페르가 머물곳도 없고, 사람들은 페르를 쫓아내기 일쑤다.

그런데 이 삭막하고 무서운 곳에서도 페르를 지켜봐 주는 한 소녀가 있었다.

빨간 모자를 쓴 이 소녀는 페르가 잃어버린 빨간 스카프를 들고와 페르의 목에 둘러준다.

리처드 존스의 그림책 <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는

버려진 강아지(유기동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낯선 곳에 떨어진 이방인과 그를 향한 환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페르는 도시의 사람들에겐 발에 채이는 작은 존재일 뿐이다. 그들은 앞만 보고 바삐 갈뿐 발 아래에 있는 페르를 쳐다볼 여유조차 없다.

그저 페르의 표면적인 행동만 보고 그를 꾸짖거나 쫓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정하다.

페르를 이방인, 타자, 소수자 등으로 상정하고 다시 본다면 이들이 다수의 집단 사회에서 느낄 수 밖에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느껴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정말 갈 곳이 없을까요?' 라는 애달픈 질문에 따뜻한 대답을 들려준다.

소녀가 쓰고 있던 모자와 페르의 스카프는 모두 빨간색이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은 따뜻함, 사랑, 구원 등의 의미가 있다.

고함치는 사람들을 피하던 중 잃어버린 스카프를 다시 사람이 둘러주는 모습은, 이 삭막하고 외로운 곳에서도 손 내밀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게 한다. 동시에 그 빨간색 스카프를 둘러줄 이가 이 책을 읽는 우리가 되길 바라는 희망을 전한다.

나를 발견하는 시간

비커밍 다이어리북 - 참 괜찮은 나를 발견하는 155가지 질문들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비커밍 다이어리북>은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의 메시지를 담은 다이어리북이다.

미셸 오바마가 이야기하는 '비커밍', 즉 무언가가 되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어딘가에 다다르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 즉 더 나은 자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 그 자체에 더 주목한다.

그래서 이 다이어리북은 '나를 발견하는' 155가지의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려서 즐겨 먹거나 좋아했던 음식 다섯 가지를 꼽아볼까요.

창밖을 내다보세요. 지금 보이는 풍경을 묘사해보세요.

살면서 마주쳤던 어려움, 실패, 성공을 하나씩 적어보세요.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우리 사회가 시급히 풀어야 한다고 여기는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열 가지를 적어볼까요.

금방 내 생각을 써내려 갈 수 있는 질문도 있고, 한참을 생각해도 나 자신조차 답을 알지못하는 질문들도 있었다. 질문 하나하나를 곱씹다 보니 내가 놓치고 있거나 애써 외면해 왔던 생각을 직면하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불완전하면 불완전한대로, 이 다이어리북에 적힐 이야기들을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 보려 한다. 이 다이어리북을 쓰는 동안, 어떤 '나'를 발견하게 될지 기대된다.

불륜 이면에 내포한 인간의 심리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
에스터 페렐 지음, 김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이라는 표지 문구를 접했을때, 묘한 두 감정이 피어났다.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다는 호기심과 심리학이라는 포장으로 불륜을 미화하지는 않을까라는 의심이 그것이다.

이 책은 불륜의 정의와 경계, 역사와 문화의 맥락을 짚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불륜 이면에 내포한 인간의 다양한 욕망과 심리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VIP>가 떠올랐다. 장나라, 이상윤 주연의 이 드라마는 불륜으로 인해 한 부부의 관계는 물론 개인의 정체성마저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극중 불륜을 저지른 이들은 서로의 처지를 연민하다 선을 넘는다.

그들이 갖고 있던 결핍이 불륜의 동기가 될수 있는가? 감정적 외도는 불륜이 아닌가? 바람을 피운 사람과 배신당한 사람의 내면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상대의 외도를 겪은 후 자기 비난과 복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 불륜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옳은가? 등 드라마를 보면서 했던 생각들에 대해 이 책은 깊은 분석을 전한다.

이 책을 읽기전 느꼈던 감정을 다시 짚어보자면, 호기심은 충족하되 의심은 거두어도 될 것 같다.

이 책은 인간의 내면 속 깊이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을 한번쯤 마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묘하고 우아한 그림과 이야기

해리스 버딕과 열네 가지 미스터리 - 14명의 경이로운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레모니 스니켓 외 지음, 크리스 반 알스버그 그림,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14년 10월

2009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그림책으로 발간되었던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는 2014년 웅진주니어에서 단편소설집 <해리스 버딕과 열네 가지 미스터리>라는 책으로 재탄생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그린 기묘한 그림 14장을 보고 14명의 작가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웅진주니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온라인서점에서는 이 책을 청소년소설로 분류하고는 있지만 독자가 고정적인 책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또한 책의 두께가 두꺼워 보이지만 각 단편의 길이가 긴편은 아니라서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미국에서는 이 그림들로 아이들이 글짓기로 한다고 할만큼, 각 그림들은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어딘지 기묘하면서도 우아한 그림들과 기발한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군다나 스티븐 킹, 로이스 로리 등을 비롯하여 집필한 작가들 면면이 화려하다. 이들이 선물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빠져 읽다보면 잠깐 다른 세상에 여행을 다녀온 느낌마저 든다.

[100자평]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철학자들의 인생 상담소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