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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구분법 - 진실을 보는 눈
이드페이퍼 지음 / 데이원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
책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미술 작품을 설명하면서 진실과 거짓말을 이야기한다. 가장 참신하고 새로운 관점을 접하게 된,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둘째, 문학 작품 중 주로 시를 예시로 들면서 진심으로 쓴 글과 거짓으로 쓴 글을 구별한다.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거나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대체로 설득력 있는 내용이 많아서 좋았다.
셋째, 인간 본성을 설명하면서 거짓과 진실을 이야기한다. 인간관계 측면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구별하는 법과 진실한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한다. 화법이 갑자기 직설적으로 바뀌면서 팩트 폭력을 가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말투를 좋아하기 때문에 취향 저격이었다.
첫 번째 미술 이야기.
전체 분량 중 가장 짧은데 평소 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 이야기와 다른 관점이라 흥미로웠다. 중세 미술 초상화를 주로 예를 들어 설명한다. 작가들이 초상화나 인물화를 그릴 때 진심으로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있었는지, 아니면 돈을 받고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는지에 따라 미술 작품의 진실성이 차이가 난다는 내용이다.
원래 미술 작품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예술이었으며 기록의 기능을 담당했다고 한다. 거짓말도 본질이 남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술은 태생적으로 거짓말과 관련이 깊다. 다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림을 통해 남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으면 그 그림은 진실이 된다.
르누아르, 모네, 마티스 등 어디선가 들어봤고 한 번쯤 봤을 법한 화가들의 대표작을 예시로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시대 장르니 표현 기법이니 하는 어려운 말없이 그림에 나타나는 인물의 눈빛, 표정, 선과 색 등 미술에 평소 관심 없던 사람도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설명한다.
미술을 감상하는 새로운 시선 하나를 배운 느낌이다.
둘째, 문학 작품을 통해 진실한 글을 파악한다.
사실 이 파트가 가장 공감이 어려웠다. 작가가 예를 들고 있는 좋은 글과 나쁜 글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저자도 호불호를 논하려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책에서 은연중에 진실한 글이라고 분류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독자에게 좋은 글이란 주관적인 기호의 차이일 수 있지 않나 싶다. 모든 사실이 진실은 아니며 선은 더더욱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거짓이 진실을 외면하는 것도, 악도 아니다. 사회 현상도 그럴진대 더군다나 문장, 그것도 문학 작품에서 진실과 거짓,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을 논하는 게 의미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의 말대로 거짓이 가득한 글이 나쁜 글이라면, 독자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외면하는 글이 되겠지. 수요 없는 글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지 않을까 싶다. 내 기준에 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글이라면 나름의 수요를 충족하는 좋은 글이 될 수도 있겠고.
하여튼 예시로 드는 나쁜 글은 주로 익명의 글이나 외국 문장의 번역체고 좋은 예시로 드는 글은 익숙하게 널리 알려진 이들의 글이라 큰 논란은 잘 피했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 인간 본성과 인간관계에 대한 글이다.
분량도 가장 많고 문장도 직설적, 독설적으로 변하면서 강조하는 부분이 많은 걸로 보아 저자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파트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문장이라 공감이 많이 되었지만 취향이 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은 일반적인 경우가 많은데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간단하게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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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조선은 인문학의 시대였다는 거다. 과학과 의학은 원시인 수준이었지만 인간에 대한 통찰만큼은 동시대의 다른 문화 예술 선진국을 압도했다.
내게 해가 될 사람을 가려내는 육감과 통찰은 오랜 사색과 독서를 통해 스스로 터득해야 할 생존 기술이다.
중종과 정조, 조광조와 정광필 등 역사 이야기를 통한 통찰력과 자기 주관력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착한 사람이 가장 먼저 배신한다는 말도 뜨끔했다. 착한 사람이라는 게 사실 자기 주관 없이 남의 말에 흔들리는 사람이라 착한 역할만 하려는 주관없는 거짓말쟁이라는 말이다.
책에서는 남의 눈치만 보는 사람을 착한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 역시 경계한다. 눈치 본다는 건 주관이 없고 정신이 나약하다는 증거다.
남을 도와주어야 한다면서 주변 사람이나 가족을 오히려 힘들게 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 역시 악인에 가까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스로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자신이 남을 도와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착각은 속된 말로 죽으려면 혼자나 죽어라.라는 문장은 책에는 없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말은 각서 쓰는 부부는 대부분 이혼한다는 점이다. 각서는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안심시킨다. 각서를 쓰는 행위는 각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각서까지 쓸 정도면 쓰기 전에 마음가짐과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하며 진정한 변화를 마음으로 느끼는 사람은 각서를 쓰지도 않는다. 각서 몇 글자에 의지하는 사람은 결과가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