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의 강남 - 우리는 왜 강남에 주목하는가
김시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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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강남'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보통 부동산 투자 가치로서의 강남, 즉 신축 아파트와 신축이 될 구축 아파트, 빌라 등 재건축, 재개발을 위한 입지 설명이나 학군, 사이클에 따른 가격 추이 등을 떠올리기 쉽다.

이 책의 방향은 이와 전혀 다르다. 문헌학이라는 학문은 문헌자료를 언어학적, 역사적 측면에서 비판, 해석하고 그에 근거하여 시대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도시 문헌학은 그 대상을 도시로 집중한다.

[강남]은 강남이라는 도시를 대상으로 문헌 자료를 분석하여 강남에 거주하는 서민의 삶과 역사를 되돌아 보고 오늘날 강남이 가지는 가치를 재조명해보는 의미 깊은 책이다. 저자의 말대로 지금까지 강남을 이렇게 분석한 책은 없었다.

단순히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단행본으로 엮어 낸 것만으로도 가치있지만 옛 자료와 현재 모습을 비교하고 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강남 농촌 서민의 삶을 찾아보며 대한민국 자타 1극인 강남이 지닌 역사적 스토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소중한 책이다.




도시문헌학 답게 이 책에는 귀한 과거 자료와 사진이 무척 많다. 도시학을 모르는 사람도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강남의 문헌학에 입문할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핵심 중 하나인 삼성동 보문사 주변이 옛날에는 성묘하고 도시락 싸들고 놀러가서 고기 구워 먹던 곳이었다니 새삼스럽다. 그때도 비싸지만 이런 곳에 땅 사서 집 짓고 살면 좋겠다고 했다는데 지금 땅값 오른 거 보면 핵심지는 항상 당시대 사람들에게 넘볼 수 없는 곳이었나보다.



도시 개발의 역사는 필연적으로 갈등의 역사다. 저자의 전작 [갈등 도시]에 관련 내용이 자세히 나와있다고 하는데 [강남]에서도 강남 3구의 핵심지역 개발을 둘러싼 다양한 서민들의 삶을 통해 갈등의 도시 개발 역사를 소개한다.

도시 화석이라는 개념도 재미있었다. 이권 개입이 첨예한 도시 개발의 구조상 개발되지 못하고 소외된 일부 지역의 건축물이 그대로 도시 화석이 되어간다는 이야기에 고덕 자이 상가가 나와서 나름 반가웠다. 어린 시절 살았던 곳 근처에 있는 이 상가를 종종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강남은 은처음부터 부촌 형성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전쟁 이후 강북에 몰여있는 인구를 분산하기 위한 안보적 차원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보면 현재 시장에서 말하고 있는 제2, 제3의 강남이 생각보다 실현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책에서는 그보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바로 확장 강남이다. 강남을 기점으로 동남쪽으로 발달하는 성남, 판교, 동탄, 평택 라인이다. 부동산 투자를 좋아하는 일반인 입장에서도 강남이 개발된 역사를 근거로 이 확장 강남을 투자적 측면에서 생각해봐도 좋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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