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할래? 퇴사 할래? - 여섯 번 퇴사와 일곱 번 입사를 통해 깨달은 열정 페이 탈출법
우진우 지음, 치달 그림 / 우리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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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만나면 행복하다. 바빠서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는데도 만사 제쳐두고 책을 펼치게 되는 책. 바로 이 책이다.

이렇게 재미있게 글을 읽은 건 또 오랜만이다. 나 소설 좋아하는 거 맞다. (아 이건 에세이다. 그런데 삶이 너무 다채로워서 소설 같다. 한 사람이 겪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짧은 시간에 굴곡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이 표현력!)

줄거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여섯 번 퇴사하고 일곱 번 입사한 20대 사회 초년생의 고분 분투기"다.

어쩌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청년 취업기다. 그런데 이게 진짜 재미있다. 저자의 고난을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말해서 참 미안한데, 그러니까 재미있다는 말은 웃기고 즐겁고 뭐 그렇다기보다 몰입이 너무 잘 된다는 말이다. 애들에게 밥 먹으면서 책 보지 말고 가족끼리 대화하자고 해놓고 내가 정작 밥 먹으면서 계속 읽게 되었다. 사실 다음날 새벽 운동해야 해서 일찍 자야 하는데 한 장만 더! 하다가 결국 저녁에 다 읽어버렸다.

성장 소설! 그래 사회 초년생의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이 레벨 1 상태에서 강호에 버려져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조금씩 레벨 업 하는 과정은 100% 먹히는 인기 구성 요소다. 물론 이 책이 그렇게 단계별 레벨 업 하는 게임 같은 구성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아니지만 그냥 소설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을 읽다 보면 저자가 조금씩 사회 속에서 성장하는 게 보인다. 정작 자신은 나중에, 한 5번쯤 퇴사하면서 깨닫게 되지만 독자들은 한 걸음 뒤에서 저자의 로,애(희,락은 거의 없는 듯)를 다 보면서 조금씩 정신적으로 커가고 있다는 게 보인다.

구성은 단순하다.

1번 회사에서는 파견 계약직의 서러움을 만끽한다. 파견직에게 와이파이 비번조차 알려주지 않아서 개인 데이터를 쓰게 하는 쪼잔함을 보이는 회사다.

2번 회사에서는 체험형 인턴을 하는데 여기에서 인간의 다양한 면모가 까발려진다. 여적여 같은 거. 사람은 머릿속에 있는 말을 여과 없이 하면 짐승 취급 당해도 싼데 인턴에게는 그래도 된다는 짐승들이 많다. 끊임없이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파리 목숨이 인턴의 삶이다.

"지금 환경이 나에게 맞지 않으면 나를 인정해 주는, 내게 맞는 곳으로 환경을 바꾸며 된다."라는 말을 배우게 된 곳이다.

3번 회사는 인턴 경쟁 시켜놓고 절반만 정규식 전환하는 곳이다. 절박한 인턴의 사정을 활용해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회사가 당연히 다 그렇지만, 자기들도 회사 부품인 거 까먹고 회사 본체인 줄 착각하는 상사들이 많아서 문제지만) 곳이다.

4번 회사는 디자이너 뽑아놓고 잡일 시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인간적인, 오래 못 다닐 곳이다.

5번 회사는 사람을 갈아서 회사를 운영하는 곳이다. 정말 대한민국 광고 업계가 이렇게 근무 조건이 가혹한가? 나라면 절대 한 달도 못 버틸 거 같다.

3번 회사와 5번 회사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결국 사람들 이야기,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치고 고민하고 갈등하고 위로하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인기 있는 드라마의 구성은 뻔한데도 매번 새로운 드라마가 탄생하는 거 보면 사람들은 개별적인 남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안에서 자기 모습도 찾고 주변 사람 모습도 찾고 자기가 바라는 모습도 찾는다.

사회 초년생의 열정 페이 탈출법이라고 했지만 회사를 다니는, 혹은 다녔던 모든 사람이 읽으면 재미(그러니까 몰입)와 감동을 받을 것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정말 글을 재미있게 잘 쓰는구나. 소설도 쓰고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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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살고 싶지 않다면 당신이 옳은 겁니다
캐서린 모건 셰플러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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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라고 하면 대부분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일에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거나 열등감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완벽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사회가 그런 모습을 강요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자의든 타의든 완벽주의에 대한 개인적, 시대적 요구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완벽주의자임을 깨닫고 가치관에 부응하기 위해 긍정적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괜찮다. 원인도 알고 방법도 알며 스스로 매일 완벽주의를 위해 실천하는 사람들이니까

문제는 완벽주의에 빠져 있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불완전한 과정에 불안해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완벽주의가 정확히 어떤 특성이 있는지, 긍정적 완벽주의자들이 일을 어떤 과정으로 처리하며 만족하는지 모른다. 그저 막연한 불안감에 실패와 좌절을 반복할 뿐이다.

[그럭저럭 살고 싶지 않다면 당신이 옳은 겁니다.]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구글 본사 사내 심리 치료사였던 저자의 상담 사례와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이론적, 학문적으로 완벽주의를 설명한 본 책은 솔직히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평소 즐겨 읽던 분야가 아니어서 더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연하게 알고 있던 완벽주의에 개념과 종류에 대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길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는 완벽주의를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 열정형 완벽주의자

- 전형적 완벽주의자

- 낭만형 완벽주의자

- 게으른 완벽주의자

- 난잡형 완벽주의자

간단한 질문 7가지로 진단해 볼 수 있다. 물론 사람이 어느 한 유형이 고정되어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만 대체로 비슷한 유형의 특징으로 분류한 내용이라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난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나왔는데 정확한 것 같다. 이 유형의 특징은 준비에 탁월하고(정확히 말하면 완벽히 준비되지 않으면 극도로 불안해하기 때문에 탁월이라기보다는 준비에 집착한다고 볼 수 있다), 기회를 여러 방면으로 확인해 보며(마찬가지로 불안해서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거지만), 충동 조절도 잘한다. (이건 아닌 거 같지만 ^^) 하지만 지나치게 준비에만 매달리는 탓에, 수익이 감소하게 되고 우유부단함과 무대책을 낳는다. (완벽한 분석이다)

이 책에서는 완벽주의는 질병이 아니라 말한다. 오히려 섬세하며 만족을 모르는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에 적응하고 완벽주의를 버리라는 사회적 통념, 고정 관념을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완벽주의는 강박 장애가 아니다. 완벽주의자들은 스스로 완벽주의를 찬양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에게 연민을 품으라고 말한다. 자기 연민은 곧 자부심이다.

책 내용은 다소 어렵더라도 그만큼 많은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 완벽주의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완벽한 동기 부여가 된다. 겸손한 척 자신의 재능을 부정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 안에 있는 에너지를 믿으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삶을,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서 벗어나서 스스로의 열정으로 살라고 말한다.

주말 동안 열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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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에 쓴 창업일기 - 남들은 하던 일도 접는다는 나이
이동림 지음 / 산아래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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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라니.

제목에 호기심이 일었다.

남들은 다 접는 나이에 창업을, 그것도 돈 벌기 힘들다는 책방을, 그것도 시집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시집 전용 책방을 차렸다는 내용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퇴직 후 책방을 차리는 건 아내의 오랜 소원이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읽는 것만 좋아하는 나에게 책방 운영이라는 건 무척 생소하고도 두려운 일이지만 아내가 사장이라면 종업원으로서 기꺼이 도와줄 마음은 있다. 책방 구석구석을 건담으로 꾸미는 게 소원이랄까?

창업일기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일반적인 창업기와는 좀 결이 다르다.

시집 전문 책방을 차리기까지의 과정에서 저자의 책에 대한 가치관,

나아가 삶에 대한 관찰과 생각이 담겨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남이 책방을 차리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이런 내용이 뭐가 재미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구체적인 창업 과정이 수치화되어 자세히 기록된 책은 아니다.

평범한(사실 저자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신문 칼럼을 연재하고 대학생 대상 강연을 하시는 걸로 봐서는 평범하지 않을 수 있겠다만, 자영업과는 무관한 듯해서 일단 평범이라 적는다.) 직장인이 은퇴하고 평소 좋아했던 시를 마음껏 접할 수 있어서 책방을 차리고 초보 책방 지기가 되는 모습을 담은 에세이에 가깝다.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는데 창업시 도서 구입비용을 예산에 넣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국에 자신의 작품을 자비 출판하는 시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세상은 넓고 시집은 많다"라고 한다.

책방은 이 자비 출판 작품이 독자와 만나는 공간이다.

저자는 말한다.

시집을 구입하지 않아도 좋다고.

그저 들어와서 편하게 시 한편 읽고 나면 그걸로 족하다고.

오늘 저녁에는

제주도 살이 하느라 많은 책을 정리했지만

그중 살아남은 몇몇 시집을 책장에서 꺼내 시 한편 꺼내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해봐야지

"퇴직 후 만화책 전문 책방을 여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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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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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만화책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소설책을 읽기 시작한 건 군대에 들어와서 갑자기 신교대에 들어가게 되어 휴식기(6주 훈련에 1주 쉬는 기간)에 남는 시간에 읽은 책들이었지만 만화책은 중학교때부터 엄청 많이 읽었다.

옛날에는 픽션을 바탕으로 하는 만화책을 많이 읽었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요즘엔 이런 생활 에세이가 더 좋다.

인스타를 잘 안해서 몰랐는데 인스타툰이라는 곳에서 유명한 그림 에세이라고 한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노래를 잘 못해서 고민이라는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참 가슴에 와닿는다.

보통 이런 에세이는 삶의 에피소드에서 뭔가 멋있고 거창하고 인상적인 교훈을 딱! 남기면서 한컷 한컷에 무게를 두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정말 아주 사소한 일상을 그대로, 솔직하게, 꾸밈없이 나열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공감이 간다. 억지로 교훈을 담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태리 유학 생활에서 외롭고, 슬프고, 실패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그냥 그대로 보여준다. 가끔은 주변 친구들의 위로와 공감을 받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 혼자 살던 집에 도둑이 들어 슬퍼하기도 하지만 만원 지하철에서 공항 장애를 느낄 때 모르는 사람들의 배려와 친절로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기도 한다.

중학교 때 이모가 준 공연 표 한장으로 우연히 음악을 전공하게 되지만 자신이 음악에 별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매일 좌절하며 산다. 그림 에세이라고 하지만 그림체가 다른 웹툰 작가들과 달리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다. 에세이에 담고 있는 일상이 화려하지도, 별나지도 않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뭔가 마음에 위로를 받는다. 다 힘들구나. 다 외롭구나. 그러면서도 다 하루하루를 견디어 나가고 있구나.

삶은 누구나 다 완벽하지 않다는 걸,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된다. 저자는 그걸 본인의 일상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선과 점과 면으로 어떻게 이런 다양한 표정을 표현하지? 그림의 세계는 참 오묘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멀리서 보면 다 귀여운 개미인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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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면
김지안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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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가제본이라는게 무척 귀엽구나.

이렇게 작은 미니북을 따로 판매한다면 여행다니면서 가볍게 가지고 다니기도 좋을 거 같다. 소장용으로도 좋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다 들어있네.

냉면, 마침 아이들과 같은 9살 친구들.

그리고 고양이. (물론 본문에서는 호랑이였지만)

그림체가 너무 귀여워서 애들이 서로 고양이 따라 그리겠다고 책 달라고 다툰다.

책 받자마자 읽어줬는데 다 읽고는 바로 냉면 먹으러 가자고 ㅋㅋ

그림책의 배경도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날이다.

'하오'체를 쓰는 9살 아이들의 말투가 그림체만큼이나 귀엽다.

책 중간중간에 막내 고양이(호랑이인데 애들은 자꾸 야옹 거리니까 고양이라고) 찾는 재미도 있다.

적당히 어려운 어휘도 섞여있어서 애들이 자연스럽게 어휘 학습도 할 수 있다.

절벽에 매달린 고양이를 구해주고 호랭이 냉면을 얻어먹게 되는 장면에서

수의사가 꿈인 첫째는 "역시 동물을 도와주면 복을 받는다니까"라며 좋아했다.


아니면 얼음 얼릴 수 있는 얼음통 있으면 애들이 엄청 좋아할 거 같다.

호랑이에게 얼음을 빌려 마을 어르신들에게 냉면을 대접하는 장면도 아이들이 좋아했다.

요즘은 동내 잔치라는게 없지만 옛날에는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눠먹었다고 했더니

옛날이 더 좋았겠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날 아이들과 함게 읽고 냉면 한 그릇 먹으면 피서로 딱 좋은 그림책이다.^^



냉면은 아빠가 좋아하는 초계 국수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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