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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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만화책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소설책을 읽기 시작한 건 군대에 들어와서 갑자기 신교대에 들어가게 되어 휴식기(6주 훈련에 1주 쉬는 기간)에 남는 시간에 읽은 책들이었지만 만화책은 중학교때부터 엄청 많이 읽었다.

옛날에는 픽션을 바탕으로 하는 만화책을 많이 읽었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요즘엔 이런 생활 에세이가 더 좋다.

인스타를 잘 안해서 몰랐는데 인스타툰이라는 곳에서 유명한 그림 에세이라고 한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노래를 잘 못해서 고민이라는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참 가슴에 와닿는다.

보통 이런 에세이는 삶의 에피소드에서 뭔가 멋있고 거창하고 인상적인 교훈을 딱! 남기면서 한컷 한컷에 무게를 두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정말 아주 사소한 일상을 그대로, 솔직하게, 꾸밈없이 나열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공감이 간다. 억지로 교훈을 담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태리 유학 생활에서 외롭고, 슬프고, 실패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그냥 그대로 보여준다. 가끔은 주변 친구들의 위로와 공감을 받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를 표하기도 한다. 혼자 살던 집에 도둑이 들어 슬퍼하기도 하지만 만원 지하철에서 공항 장애를 느낄 때 모르는 사람들의 배려와 친절로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기도 한다.

중학교 때 이모가 준 공연 표 한장으로 우연히 음악을 전공하게 되지만 자신이 음악에 별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매일 좌절하며 산다. 그림 에세이라고 하지만 그림체가 다른 웹툰 작가들과 달리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다. 에세이에 담고 있는 일상이 화려하지도, 별나지도 않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뭔가 마음에 위로를 받는다. 다 힘들구나. 다 외롭구나. 그러면서도 다 하루하루를 견디어 나가고 있구나.

삶은 누구나 다 완벽하지 않다는 걸,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된다. 저자는 그걸 본인의 일상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선과 점과 면으로 어떻게 이런 다양한 표정을 표현하지? 그림의 세계는 참 오묘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멀리서 보면 다 귀여운 개미인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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