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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똥꼬에게 - 2008년 제1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33
박경효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5월
평점 :
『똥꼬』다소 파격적인(^^) 제목과 그림이 인상적인 그림책을 만났어요.
똥꼬라는 단어는 언제부턴가 더러운 이미지 그리고 똥꼬라는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입에서 함부로 말하면 안되는 방송용어가 되었기에 말이죠.
여덟 살된 채언이가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 "엄마, 왜 똥꼬는 「X꼬」라고 자막을 넣어?"
방송용어에서조차 똥꼬는 함부로 이야기 해서는 안되는 단어가 되었기에 제목에서 느껴지는 똥꼬는 제게 다소 ’파격적이다’ 느껴지는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요? ^^;
[입이 똥꼬에게] 입이 똥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
어느 날, 입이 말해요.
몸 중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입은 의기양양하기만 해요.
침을 튀겨 가며 자기 자랑만 늘어놓기만 하지요.
그러다 가끔씩 손, 발, 귀, 눈, 코의 칭찬을 해주지요.

칭찬을 해주면서 그럴싸한 혹은 자신이 행동하기 편하게 도와주는 친구들에게 만족스럽게 생각하며 휘파람을 부른답니다.
그 때, 어디선가 아주 기분 나쁜 소리가 나게 되요.
"똥꼬가 더러운 똥을 싸는 중이야!" 귀가 말해준답니다.
입은 똥꼬에게 삐죽거리며
"야, 똥꼬! 넌 냄새 나는 똥이나 싸고, 생긴 것도 못생긴 게 하는 짓도 정말 더럽구나!"
하지만 똥꼬는 더 그럴싸하게 ’뿌우웅’하고 더 큰 방귀소리를 낸 후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가만히 있었지요.
입은 이런 똥꼬가 정말 싫었어요. 똥꼬처럼 더러운 친구랑 같은 몸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싫었어요.
입은 똥꼬가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요.
어두움과 고요함이 가득한 밤 코, 눈, 귀, 손과 발이 아름다운 곳에서 깨어나 입과 인사를 나누게 되요.
똥꼬가 생각났지만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에 똥꼬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친구였죠.
손에게 살짝 부탁해 똥꼬가 있는지 봐달라고 했어요.
어머! 그런데 똥꼬가 없어요.

"정말?" 입술 가장자리가 찢어질듯 입은 너무 기뻣어요.
새로운 곳에서 먹을거리가 가득한 곳을 발견했어요. 입과 손이 바삐 움직이며 먹어 댔지요.
위장에서 작은창자로 다시 큰창자에서 똥꼬로... {우리 몸에 대한 설명을 아주 친절하게 소개시켜주는 장면이기도 하네요.}
똥들이 외쳤어요.
"똥꼬가 없어!"
똥꼬를 찾지 못한 뱃속의 똥들은 난리가 났어요. 분통을 터뜨리고 그 화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
"꾸르륵꾸르륵."
결국 똥꼬가 뀐 방귀보다도 몇 배나 독한 냄새가 입으로 새어 나왔어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지요.

우왕좌왕하던 갈 곳 잃은 음식들은 결국 꿀꿀이죽처럼 입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지요.
입은 "웩, 웩, 웩!"
코는 콧물을 흘리며 울먹이고
눈은 흰자위가 벌게진 채 눈물을 흘리고
귀는 왱왱왱 어지러운 소리에 중심을 잃고
입은 처참한 습으로 "아아아아!"
입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베개에다 침을 흘리고 있었어요. 꿈이었던 거죠.
그날 아침 입은 재잘재잘 자랑을 늘어놓던 도톰한 입술을 내밀지도 않았어요.
입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기 때문이었어요.
입은 똥꼬에게 말했어요. "똥꼬야 미안해! 넌 정말 소중한 친구야."
그리고 손에게 부탁했지요. "나처럼 똥꼬도 깨끗하게 씻어줘!"
물론 충고도 있지 않았어요. "똥꼬와 놀다 나한테 바로 오면 안 돼!"
하고 말이죠.
우리 아이들에게 똥꼬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에게 예쁜 눈, 예쁜 입, 예쁜 코와 귀, 예쁜 손과 발~ 어느 곳 하나 칭찬 한번 안해준 곳이 없으시죠.
그런데 똥꼬는 어떤가요? 예쁘다 칭찬 해주신적 있으신가요?
에구, 더러워 / 아이, 냄새...
오히려 우리 몸에서 아주 훌륭한 일을 해주는 똥꼬를 더럽다며 외면하진 않았던가요.
저도 마찬가지 였답니다.
은연 중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똥꼬는 우리 몸에서 더럽고 하찮은 존재로 만들고 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여덟 살인 채언이는 이 책을 보여주니 책 표지와 제목만으로도 웃음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책을 읽으며 까르르르 웃는 채언이가 하는 말 "엄마, 이 책 정말 재밌다"
아이의 반응에 저 역시 행복해지고 흐믓해지네요.
채언이는 퇴근하는 아빠에게 책을 들고 달려가
"아빠, 이 책 보세요. 정말 웃겨요. " ^^ 하며 아빠에게 빨리 읽어 보라 성화였답니다.
네 살 현태는 말이죠...
"엄마, 똥!! 방구! ~ 으흐흐흐~."하면서 똥 그림을 보면서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책장을 넘기기 정말 힘들었답니다. ㅎㅎ
현태에게 처음으로 "현태 똥꼬는 정말 예쁘다. 이렇게 예쁜 똥도 싸고,,, 수고했어 똥꼬야~ 현태 똥아 잘가~ 안녕~"하며 변기에 누은 똥에게 칭찬을 아낌없이 사랑을 듬뿍 담아 인사를 해주었답니다.
현태는 "똥아 사랑해~ 안녕."하며 하트도 만들어 주었어요. ㅎㅎ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더러운 똥꼬와 똥이 이제 현태에게는 사랑스럽고 예쁜 똥꼬와 똥친구로 바뀌었답니다. ^^
이렇듯 아이들에게 웃음과 재미 그리고 우리 몸에 대한 소중한 설명까지 덧붙여 줄 수 있는 《매우 친절한 똥꼬씨》였답니다. ^^
그런데 이 이야기는 단순히 똥꼬를 소중히 여기게 되는 마음과 웃음을 주는 책이 아니었네요.
입과 똥꼬, 우리의 신체에서 가장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몸이죠!
우리가 속한 사회속에도 ’입’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똥꼬’같은 일을 해주는 사람이 있지요.
한 가지 예로 우리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깨끗히 치워주는 환경 미화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똥꼬가 사라진 우리 몸처럼 우리 사회도 더러움에 몸살을 앓게 되겠죠.
우리 몸에 쓸모 없는 기관이 없듯이 우리 사회에도 하찮은 직업이나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소중한 그림책이 바로 [입이 똥꼬에게]였습니다. *^^*